
조지프 스티글리츠 저.이순희 역, 619쪽, 2만5000원, 열린책들
오늘날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욱 큰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그 수가 많아지며, 중산층은 공동화되고 있다.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고, 중산층과 부유층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오늘날의 불평등을 윤리나 정의의 관점이 아니라 시장의 가장 큰 미덕으로 알려진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부유층은 상위 1퍼센트의 이익이 나머지 99퍼센트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관념을 심어 주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중산층과 빈민층을 설득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스티글리치는 오늘날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런 불평등을 초래한 방식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지를 치밀한 분석을 통해 드러낸다.
세계 도처의 사람들은 다음 세 가지 주제에 공명하고 있었다. 첫째,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았고, 안정적이지도 않았다. 둘째, 정치 시스템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지 못했다. 셋째, 현재의 경제 시스템과 정치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않다. 이 책은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 공업 국가들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이 세 가지 주제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다. 불평등은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이 불안정은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여러 가지 정책들이 조화롭게 결합하여 시행될 때에만 우리는 이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시장은 진공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정치는 대개 상위 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시장의 힘이 작용하는 방향을 바꾸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없지만, 지대 추구를 제한하는 것은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치를 바로잡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지대 추구를 제한할 수 있다.
불평등은 진공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의 힘과 정치적 권모술수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의 정치는 오랜 동안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키면서 상위 계층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시장을 형성해 왔다. 정책적 대안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불평등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대안들이 채택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희망의 불꽃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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