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넷우익 ‘일베’, 퇴출되나?

유지만 / 기사승인 : 2013-06-10 14: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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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에서 독립…자극적인 글로 관심 받아

▲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가 결국 폐쇄 논란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각종 물의를 일으킨 일베는 어느덧 사회의 ‘문제적 현상’으로까지 발전했다.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21세기판 서북청년단’. 최근 온라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메이커’로 급부상한 ‘일간베스트’(이하 일베)를 표현하는 말이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듯 달려온 일베는 최근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 최근에는 ‘일베 폐쇄론’까지 등장했다. “만행을 두고 볼 수 없다”는 폐쇄론과 “온라인에서의 자유를 빼앗는 행위”라는 반대 입장의 팽팽한 대립부터 “이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알아야 한다”는 성찰론까지, 일베는 스스로 온라인을 뛰쳐나와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기에 이르렀다. 어느덧 일베는 우리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 ‘더 자극적으로’ 발전한 일베
일베의 뿌리는 네티즌 커뮤니티 문화의 효시로 여겨지는 ‘디시인사이드’다. 디시인사이드의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조회수가 많은 글을 따로 모아 ‘일간베스트’라 명명하면서 시작됐다.

‘베스트 글’은 어지간한 사연으로는 결코 선정될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글보다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음란한 내용으로 올려야 눈길을 끌 수 있었다. 일베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이 점점 퇴폐적으로 변하자, 디시인사이드측은 운영 규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글을 삭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이용자들은 급기야 ‘독립’을 주장했고, 2010년 디시인사이드에서 떨어져 나와 자체적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전환하게 된다. 이게 바로 지금의 ‘일베’가 됐다.

독립한 일베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강화했다. 커뮤니티 안에서도 베스트 글에 올라서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들로 채웠다. 산 사람이건 죽은 사람이건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 범죄 피해자까지 마구잡이로 희화화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디시인사이드 시절엔 삭제됐던 글이 일베 안에서는 ‘베스트’로 버젓이 게시판에 올라왔다.


◇ 지역·정치인 폄하 글까지 등장
일베는 점점 영역을 넓혀 가더니, 지역주의를 건드리고 정치인을 폄하하는 글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주로 전라도나 그 지역 주민을 비하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매도하는 글이 넘쳐났다. 전라도민들은 ‘전라디언’, ‘홍어’ 등으로 불렀고, 진보적인 성향의 인사에게는 가차없이 ‘좌빨’이란 낙인을 찍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운지’라 불렀다. 서거 당시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을 희화화한 것이다. 어느덧 일베는 자연스럽게 ‘보수 사이트’의 대표주자가 돼 갔다.

역사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도 비하를 멈추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투입됐다는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계엄군에 의해 살해돼 길거리에 방치된 광주 시민들에 대해서도 시신들이 부패해 나는 냄새를 ‘홍어 삭힌 냄새’에 빗대 조롱했다. 반면 광주 계엄군의 무리한 진압에 대한 최고 명령권자로 여겨져 온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각하’, ‘전하’, ‘전땅크’ 등으로 부르며 영웅처럼 떠받든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친일파는 찬양하는가 하면,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을 빗대 ‘원정녀 1호’라는 경악할만한 표현도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이를 본 한 네티즌은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 하더라도 너무한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 여론 등 돌려도 상관 안해
일베의 표현 수위가 도를 넘어서자, 여론은 일베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당시 일베가 보인 행태가 분노를 키웠다. 유족과 관련 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뜻을 비쳤고, 광고주는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광고를 취소했으며, 일부 법학자들과 언론학자들이 규제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아예 사이트 문을 닫기 위해 운영금지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일베 폐쇄가 "표현의 자유와 관계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최소한의 악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의 압박에도 일베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신들에 대한 ‘탄압’이라며 ‘회원인증’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일베 회원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법리적으로 될 수도 없고, 만약 된다고 하더라도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 경고했다.


◇ 뜻도 모르고 쓰는 일베 용어 ‘난무’
일베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면서, 의미도 모르고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우린 민주화시키지 않는다”라고 당당하게 발언했다. ‘민주화’란 일베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 본래의 뜻과는 무관하게 집단 따돌림, 비추천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용어에 대한 무분별한 사용에 전효성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급기야 사과문까지 게재했다.

가수 김진표도 방송에서 헬기 추락 장면을 “운지를 하고 만다”고 말해서 사과한 일이 있다. 최근에는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일베에서 학생들을 ‘로린이’로 표현하고 자신의 성매매 경험담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로린’은 아동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런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일베를 비롯한 온라인의 무분별한 용어들이 깊게 파고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일베는 온라인 사이트의 순위를 도출하는 ‘랭키닷컴’에서 100위권대에 자리하고 있다. 일 방문객은 22만에 달한다. 어지간한 금융사이트나 포털보다도 높은 방문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학교 황용석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공간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찾아다니는 ‘자기 선택형 소비’ 공간”이라며 “일베에서 비슷한 또래에 의한 정치사회화의 결과가 일베용어의 일상화를 일으킨 것”이라 지적했다.


◇ ‘넷우익’인가, ‘말썽쟁이’일 뿐인가
일베에 대한 평가는 ‘보수 커뮤니티’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그동안 일베가 보인 태도에서 비롯된 평가다. 일베의 특성상 과도한 수위의 게시글들 때문에 ‘넷우익’이라 불리기도 한다.

일베가 보수층을 대표하는 사이트로 등극한 데는 정치권이 한 몫 했다. 지난해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일베는 여당은 새누리당을 노골적으로 편들었다. 대선 기간에는 안철수 후보나 문재인 후보를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 한쪽은 일베를 옹호하고, 반대편에서는 일베를 문제 사이트로 지목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싫든 좋든 표가 필요한 입장에서 일베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베가 ‘보수’나 ‘진보’의 이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대표적 보수논객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베가)표현의 자유를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돈벌이와 관계가 있다. 운영자가 원칙을 세워 정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상실감을 느낀 젊은 세대들의 ‘분노’라는 견해도 있다.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젊은층에게 그동안 내재됐던 불만들이 일베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정재원 국민대 교수는 “일베 이용자들은 민주화 과정에서 이전 세대가 누렸던 기득권들을 빼앗겼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상실감을 느낀 젊은이들이 특별한 이념적 성향이 아닌, 무차별적인 ‘반항’의 수단으로 일베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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