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제 좀 먹는 유통업계의 ‘짝퉁경제’

강수지 / 기사승인 : 2013-05-24 1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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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수지 기자
지난 1일 롯데마트가 PB(Private Brand·자사상표)상품인 ‘통큰 초코파이’에 오리온의 초코파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해 비난을 받았다. 이어 지난 14일엔 국내에 출시된 초코 스틱과자 ‘포키’가 논란이 됐다. 1983년 국내에서 출시된 ‘빼빼로’와 외관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 패션매장 직원들은 ‘카피슈머’(복제의 Copy와 소비자 Consumer의 합성어)로 골머리를 앓았다. 카피슈머들은 백화점 매장에서 유명 브랜드의 신상품을 사 카피 제품용 본을 뜨고 봉합한 뒤 환불을 받는다. 이른바 그들은 ‘명품 스타일’의 모방 제품을 생산하는 모조품 제조업자들이다.

현재 유통업계는 남이 켠 횃불에 조개 잡는 부정한 마케팅 활동이 만연해 있다. 다른 기업이 힘들게 일궈 논 제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본 딴 상품을 내 놓는 행태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특히 PB상품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기자가 롯데마트를 방문해 본 결과 PB상품인 모카골드 커피믹스는 맥심의 모카골드 마일드와 디자인이 매우 흡사했다. 뿐만 아니라 델몬트 콜드 오렌지와 초이스 엘 오렌지, 코카콜라와 초이스 엘 콜라, 새우깡과 왕새우 스낵 등 많은 유사 상품들이 시중에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일례로 롯데마트에서 장을 본 한 소비자는 코카콜라인줄 알고 산 탄산음료가 PB상품인 ‘초이스 엘 콜라’인 것을 안 뒤 황당해 했다. 디자인이 너무 비슷해 언뜻 봐서는 구분이 안 갔던 것이다.

유사상품을 출시하는 업계의 무감각한 태도도 문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통큰 초코파이를 출시할 당시 “기획단계에서부터 오리온 초코파이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짝퉁 마케팅임을 시사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 정책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는 창조는커녕 ‘짝퉁’만이 남아있다. 도전 정신없이 남의 등에 업혀 이득을 챙기려는 기업들은 제자리 걸음을 할 뿐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짝퉁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남을 베끼기보다 아이디어 발굴에 힘을 쏟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때 소비자들의 생각을 뒤집어 큰 인기를 얻었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광고는 지난 2007년 국제낙농연맹(IDF) 총회에서 마케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 참신함이 돋보였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유통업계가 참신함으로 가득 채워져야 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인 것처럼, ‘짝퉁’과 ‘진퉁’은 한 끗 차이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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