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윤은식 기자] “사랑하는 사람들…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총을 들어야 했던 사람들, 하지만 10일이 채 지나지 않아 기억 속에서 지워진 사람들, 바로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 카피에 언급된 말이다.
올해로 33주년을 맞는 5·18민주화 운동은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공수특전단의 유혈진압에 맞서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 까지 광주시민들과 학생들이 전개한 민주화항쟁이다.
하지만 33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끊임없는 왜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어 5·18민주화운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고 북한에서 온 게릴라다"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5·18 북한군 개입설의 진실과 그 한계’라는 주제로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으로 전해지는 임천용 씨와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를 출연시켰다.
이들은 이날 방송에서 “600여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침투해 전남도청을 점령했고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5·18은 무장폭동의 성격을 띠고 있고, 5·18 자체가 김정일이 1980년 당 창건 80돌을 계기로 김일성에게 주는 선물 이었다”며 “5·18은 북한군이 내려와 숱한 사람을 죽이고 이간질한 사건”이라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허무맹랑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이들은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최근 넘어온 탈북자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고만 주장했다. 하지만 TV조선은 이들의 망언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주장이 당시 신군부가 자신들에게 저항한 광주시민들이 간첩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방송 진행을 맡은 장성민 씨 역시 “탈북자들의 직·간접적 증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빨갱이, 폭도, 간첩으로 매도된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출연진에 동조하는 멘트를 구사했다.
이어 “북한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 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TV조선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훼손하고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밝혀진 5·18의 진실을 뒤집는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내용의 발언을 1시간에 걸쳐 일방적으로 소개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어 “TV조선은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희생된 분들과 그 유가족 그리고 여전히 5·18당시 비극을 상처로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 분들을 더 큰 고통에 빠트리는 반인권적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5·18의 의미와 가치를 무너트리는 반민주적 역사왜곡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전두환 군사정권시설 정권에 의해 유포됐던 유언비어들이 21세기에 탈북인사의 입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민주당 홍영표·노웅래·홍종학·최민희 의원은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방송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강력한 제재를 요청했다.
종편방송인 채널A도 “북한군 특수부대출신의 탈북자 김명국 씨가 5·18당시 직접 광주에 내려왔다는 사실을 국내언론 최초로 확인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채널A에 따르면 김 씨가 “부대원과 정찰부대 남한전문가 등 50명과 함께 북한 황해도 장연군을 떠나 도착한 게 1980년 5월 20일 밤이었으며 밤길을 걸어 23일 오전에 광주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이미 북한군이 여럿 들어왔고 시민군과 함께 전투를 치르며 장갑차도 몰았다’고 증언했다”고 사실 진위여부 확인 없이 방송했다.
이어 김 씨가 당시 참혹한 장면을 목격한 사실도 털어놨다고 전했다.
김 씨에 따르면 “밧줄처럼 태아(창자)를 목에 걸고 3층 아파트 시청 뒤에 무슨 조그만 야산이 있어요. 그 뒤로 끌고 다녔어요”라며 “27일 북으로 돌아가면서 한국군과 총격전을 벌였고 사흘 뒤 휴전선을 넘은 뒤엔 최고 등급 훈장인 국기훈장 1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에는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계엄군들로 인해 고립된 상태였고 출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김 씨가 물리적 충돌 없이 공수부대원을 뚫고 광주시내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또 이 당시 만해도 남북관계가 냉랭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볼 때, 북한은 특수부대를 광주에 투입해 소란을 일으키고 북한으로 다시 돌아갔다면 단연코 대남 선전용으로 활용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하지만 이 같은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접한 한 네티즌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종편 TV조선과 채널A가 5·18은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한 무장폭동이라며 5·18의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왜곡하는 일방적 주장을 방영하고 있다”면서 “지금이 5공 때인가 봅니다”고 말해 종편 보도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한 보수 커뮤니티의 게재글도 5·18 민주화운동 논란을 부추기도 있다.
보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이 계속되면서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관이 놓인 사진에 대해 “광주 홈쇼핑장사 잘 되네”라는 제목으로 “배달된 홍어(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은어)들 포장완료 된 거 보소” 라고 게재했다.
또한 관 앞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는 사진에 관 위에 택배 송장 사진을 합성해놓고 “착불이요”라는 글을 썼고, 일렬로 엎드려 있는 광주 시민을 계엄군이 조사하는 사진에는 “5월 18일 주말을 맞아 광주 수산시장을 찾은 많은 주민들이 진열돼 있는 홍어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상식 이하의 글을 올렸다.
이들 게시물이 지난 13일 집중적으로 게재됐다는 점에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민주화운동을 비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올려진 게시물들이 고인의 명예훼손과 유족들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지적이 불거지자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스스로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선 “이를 캡처해 증거를 남기고 고소해야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접한 한 네티즌은 “국가내란죄로 게시물을 올린 사람들을 처벌해야한다”면서 “저 사진속에 자신들 가족이 있다면 이런 짓까지 할까 인생이 불쌍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소송도 불사해서 저런 사람들을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도소에 있어봐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지, 감옥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깨닫고 와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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