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군 골프,나라 망칠 체력단련?

유지만 / 기사승인 : 2013-05-16 20: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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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골프회동’ 기강해이 논란

▲ 저렴한 가격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군 골프장의 인기가 늘었지만, 본래 목적인 ‘체력단련장’의 구실을 못하고 ‘군 기강해이’의 상징처럼 되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안보위기 상황에서 현역 장성들이 골프를 쳐 물의를 빚은 육군 태릉골프장 입구의 모습.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연초부터 안보 상황이 좋지 않다. 개성공단은 가동 9년만에 잠정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남측의 태도에 달렸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현 대북관계는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이런 불안상황에 국가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군(軍)은 지난 3월 군 장성들이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눈총을 받았다. 지난 12일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조사 결과 현역 장교 10여명이 위수지역을 이탈해 군 골프장을 이용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당시는 북이 ‘핵 선제타격’ 등을 선언하며 안보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군의 기강해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군 장성들의 골프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당시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 다음날에도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지며 망신을 당한 일이 있다.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군 골프장이 ‘군 기강해이’의 대명사가 됐다. 군 골프장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 공군에서 시작, ‘체력단련장’으로 운영
본래 군 골프장은 공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뒤 경기 화성 국방부골프장, 수원 공군골프장 등 8곳이 늘어난 데 이어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23곳으로 급증했다. 현재 전국의 군 골프장은 29곳에 달하는데, 이 중 15개인 공군 비행장 주변에는 빠짐없이 골프장이 있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부대에서 인접한 군 골프장에 있을 경우 유사시에 출동대기태세를 항상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 조종사가 부대내 골프장을 이용하게 되면 즉각적인 소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군 골프장은 현역이거나 20년 이상 복무한 간부급 군인은 정회원 자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으며, 가격은 일반 골프장의 1/10 수준이다. 태릉과 동여주 골프장의 경우 그린피 3만3000원에 카트비 6000원이고, 남수원 골프장은 그림피 3만3000원에 카트비 3000원이다. 일반 골프장의 경우 그린피와 카트비를 합쳐 25만~30만원 정도 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식사 비용까지 더할 경우 1인당 40만원에 가깝은 비용이 지출해야 한다. 일반 골프장에 비하면 군 골프장 이용요금은 ‘세금만 내는 수준’이다. 몇몇 군 골프장은 이보다 더 싸다. 계룡대 골프장은 그린피 1만7000원에 카트비 5000원으로 2만2000원 정도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한 군 관계자는 기자에게 “가격이 저렴하니 주말 예약이 항상 꽉 차 있는 상태”라며 “오래 전부터 부킹(예약)을 해야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 현역보다 민간인·예비역 이용 월등히 많아....“취지 무색” 비판
골프가 점점 대중화되면서 군 골프장도 덩달아 호시절을 맞았다.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골프 이용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래 ‘체력단련장’으로 조성된 군 골프장의 취지가 바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3월 19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체력단련장(골프장) 운영현황’에 따르면 군이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은 모두 29개로, 면적은 12.3㎢(374만평)에 달했다. 이는 1999년 23개 골프장에 총 면적 8.9㎢에 비해 무려 3.4㎢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규모 측면에서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용객 대부분은 현역 군인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군 골프장 이용객은 전체 103만6997명 중 현역은 22%인 22만7915명에 그쳤다. 반면 예비역과 민간인 이용객은 65%인 67만6613명에 달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군 골프장이 본래 설립 취지인 ‘현역 군인의 체력단련’과는 전혀 맞지 않는, 예비역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광진 의원은 “군은 골프장을 ‘체력단련장’으로 지칭하지만, 실상을 보면 설립목적과 전혀 다르다”며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이 예비역을 위한 시설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 각종 문제 일어나 여론 뭇매
골프가 대중화되고 저렴한 가격으로 어필하면서 군 골프장 이용객이 늘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일어났다. 때를 가리지 않는 골프장 이용 때문이다.

지난 2008년 11월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 예하 부대의 예비군 중대장들이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골프를 치다 적발됐다. 당시 적발된 예비군 중대장은 무려 16명에 달했다. 군 관계자는 “(골프를 친 군인은)예비역 소령 또는 대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경기도 용인지역 예비군 중대본부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감찰은 이들이 근무시간에도 상습적으로 자리를 이탈해 골프를 즐긴 혐의를 포착해, 약 1개월여간 내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을 적발할 수 있었다.

2012년 7월에는 군 골프장 사장이 지인들에게 ‘공짜 골프’를 제공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가 감사를 벌인 결과, 태릉골프장 사장 배모 씨가 지인들에게 무상 골프를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배 씨는 2010년 6월부터 2년간 40여 회에 걸쳐 고등학교와 군 선후배, 골프협회 임원등을 초청해 공짜 골프를 제공하고 2600여만 원의 영업손실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정부 출범 뒤에도 문제는 계속 일어났다. 지난 3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군수 로비스트 경력 외에 골프 문제가 불거졌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무기중개업체 재직 시절 군 수뇌부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무기업체 재직 당시)군 골프장에 25회 출입했다”며 “3일 연속으로 골프를 친 적도 있고 이틀 연속으로 친 것도 8번이나 된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대부분 취미삼아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모든 의문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결국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으로 낙마하기에 이르렀다.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북한의 위협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해군과 공군 총장도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3월 14일 국방부에 따르면 키 리졸브 훈련을 하루 앞둔 3월 10일 최윤희 해군참모총장과 성일환 공군참모총장이 충남 계룡대 골프장에서 참모 장교 10여명과 골프를 즐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위수지역까지 이탈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당시 한반도 정세는 한미 연합 훈련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반발한 북한의 위협 발언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 전선군집단을 비롯한 전군이 최후돌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밀핵타격 수단도 만반의 동원태세에 있다”는 격한 발언을 여과없이 쏟아낸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군 장성들의 골프 회동이 알려지자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국방부는 뒤늦게 “위수지역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한번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기강 해이 보여주는 것” 對 “규정 어기지 않으면 문제없어”
군 골프 문제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군의 ‘기강 해이’를 문제로 삼고 있다. “재직 시절 골프장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밝힌 한 예비역 장교는 “골프장 건립에 나선 일은 지금도 후회되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골프란 것이 속성상 운동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실제 군 골프장에서 관련 직위 고위 장교들과 실무자들이 공금 유용이나 상납, 착복 등을 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기강 해이도 큰 문제로 짚었다. 그는 “현재 군의 기강은 윗선이 더 해이해진 것 같다”며 “골프를 치면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근본적으로 사병들과 함께하는 체력단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군 골프에 대해 큰 문제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군 장성들의 골프가 엄청난 잘못으로 비춰지지만, 실상 규정을 어긴 것도 아니다”며 “정말 비난을 하려면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겼는지, 이해관계자와 골프를 쳤는지 등을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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