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이 포함된 5월엔 거리 곳곳에서 카네이션을 판매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꽃집과 노점상은 물론, 편의점에서도 거치대를 마련해 카네이션을 진열하고 적극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판촉 행사를 진행하는 일부 ‘세븐일레븐’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들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화이트데이 사탕의 재고도 처리하지 못했는데, 어버이날 카네이션까지 재고로 쌓일 것을 생각하니 걱정부터 앞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영업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도 일부 가맹점을 통해 카네이션 밀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시키지도 않은 카네이션이 들어와”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은 “5월 들어, 발주(주문)하지도 않은 카네이션이 자꾸 들어온다. 환불도 불가능해 금전적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짊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지역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 A씨는 “6개월 간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6번 정도의 행사를 거쳤는데, 그 때마다 ‘밀어내기’가 자행돼왔다”고 증언했다.
A씨는 “본사 측에서 가맹점주에게 ‘이번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절대 환불이 불가능하니, 그 점을 감안해서 발주하라’고 공지한 바 있다. 그래서 10개를 주문했는데, 본사 영업사원(FC)이 큰 꽃 7개, 작은 꽃 25개 등 총 32개를 가져왔다”고 ‘밀어내기’의 실체에 대해 언급했다.
다른 세븐일레븐 점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한 신도시에서 5년간 세븐일레븐을 운영해온 점주 B씨는 “본사 영업사원이 계속 카네이션을 떠넘겼다. 액수로 따지면 20만원어치다. 문제는 옆집이 꽃집이라 카네이션 판매가 잘 안된다는 점이다. 안 팔리는 꽃은 버릴 수밖에 없다.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 떠맡은 초콜릿도 10만원 이상 남아있다. 언제까지 떠맡아야만 하는 것인가”라고 ‘밀어내기’에 따르는 고통을 호소했다.
B씨는 또 “다른 점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년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를 떠맡은 사람도 있고, 작년 11월에 받은 보졸레누보라는 와인을 아직도 팔지 못한 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더라”고 전했다.
◇ 악성 재고, 반품도 못해
세븐일레븐의 ‘밀어내기’ 영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화이트데이 행사용 상품인 사탕, 밸런타인데이 행사용 상품인 초콜릿은 물론, 지난해 11월11일 소위 ‘빼빼로데이’ 행사용 빼빼로까지 가맹점주들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떠맡아야했고, 팔리지 않은 물품은 악성 재고가 돼 매장 창고에 쌓여만 갔다.
오명석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 등 행사상품은 본사 측에서 반품을 해주지 않는다. 본사는 무조건 발주만 요구하고, 재고는 책임지지 않으니, 결국 점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불필요한 물품의 발주 요구를 거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오 회장은 “이 요구를 거부하면 본사 지원금이 줄어들고,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걱정돼 많은 가맹점주들이 어쩔 수 없이 떠맡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원금과 관련, 오 회장은 “본사에서 30만원 가량의 전기세를 지원해준다. 또 다른 품목과는 달리 삼각김밥만 유일하게 폐기 물량이 생길 경우 제품 가격의 20%를 지원한다, 액수로 따지면 5~10만원 정도다. 이 지원금마저 끊기면, 가맹점주가 입는 피해가 막심하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기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의 불공정 거래 사례는 지난 3월에도 드러났다. 민병두(민주통합당ㆍ서울 동대문을, 정무위) 의원이 낸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08~2012년 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 사건 223건 중 절반 이상인 133건(59.6%)이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포함)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세븐일레븐 측은 “가맹점주의 의사에 반해 영업사원이 발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발주는 점주의 고유 권한이다. 발주를 하기 위해서는 발주 시스템에 점주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영업사원 임의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사원은 그저 각 매장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무엇을 얼마나 주문하면 될 지 권유하는 역할을 맡을 뿐, 결코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카네이션 떠넘기기’ 논란에 대해서는 “카네이션의 경우 2%의 폐기 지원금을 제공한다. 판매량으로 따지면 작년 기준으로 전체 발주 카네이션의 97.3%가 판매됐다. 가맹점주의 손해는 거의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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