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 은퇴한다.
퍼거슨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감독에서 물러나겠다”고 지난 8일(한국시간) 구단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감독 데뷔 39년, 맨유 사령탑을 맡은 지 27년 만이다.
같은 시간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도 퍼거슨 감독의 은퇴 사실을 톱뉴스로 전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은퇴 결정은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며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는 물러나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1986년 맨유의 지휘봉을 처음 잡은 퍼거슨 감독은 이후 27년 간 팀을 이끌어왔다. 맨유 감독으로는 총 49차례에 달하는 우승을 이끄는 등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았다.
퍼거슨 감독에 대한 은퇴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8월부터 뉴욕 증권가를 중심으로 은퇴설이 흘러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뉴욕증권거래소로부터 구단 정보 공개를 요구 받은 맨유가 감독 교체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계속해서 맨유의 사령탑을 맡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가디언은 “엉덩이 수술을 받은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은퇴시기를 앞당겼다”며 “다음 시즌이 개막하는 8월 초반까지 감독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태생인 퍼거슨 감독은 지난 1974년 이스트 스털링샤이어 감독으로 지도자 인생에 발을 들여 놨다.
같은 해 세인트 미렌으로 팀을 옮긴 그는 지난 1978년까지 4년 동안 미렌을 이끌었다. 미렌 부임 3년 차이던 지난 1976년에는 팀을 리그 우승에 올려놓으며 지도자로서의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 1978년부터 1986년까지 8년 동안 감독을 지낸 에버딘에서는 1980년과 1984년, 1985년에 3차례의 리그 정상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FA컵 4차례(1982~84·1986년)와 리그컵 1회(1983년), 유러피언 위너스컵(1983년),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1983년)을 각각 1차례씩 제패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퍼거슨 감독은 지난 1985년 잉글랜드로 옮겨 맨유에서 지도자 인생의 꽃을 피웠다.
그는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포함해 13차례나 팀을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려놨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5차례와 리그컵 4회, UEFA 챔피언스리그 2회, 유러피언 슈퍼컵 1회 등 우승의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 1999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의 인터콘티넨탈컵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 2008년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 자격으로 유로파 우승팀과 맞붙은 클럽월드컵에서 우승컵을 안으며 유럽 최강의 팀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박지성을 기른 퍼거슨
퍼거슨 감독이 공식 은퇴 선언을 하면서 ‘애제자’ 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과의 인연이 주목 받고 있다.
박지성을 낳은 감독이 거스 히딩크(67)라 할 수 있다면 기른 감독은 퍼거슨이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005년 7월 당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뛰던 박지성을 영입하며 인연의 끈을 맺었다. 당시 박지성의 나이는 불과 스물여섯이었다. 이후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여름까지 7년 동안 박지성을 곁에 뒀다.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박지성이 뛴다는 사실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영입 당시 유니폼 판매용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맨유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품었으며 팀에 헌신하고 누구보다도 많이 뛰는 박지성을 외면하지 않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꼭 그를 기용하며 ‘큰 경기에 강한 선수’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박지성은 지난 2005년 맨유 입단 이후 7시즌 동안 4차례의 리그 우승(2006~2009시즌·2010~2011시즌)과 3차례의 칼링컵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우승(2007~2008시즌)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2007~2008시즌) 우승을 각각 1차례씩 차지하며 선수생활의 전성기를 보냈다.
이 모든 것은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 스타 플레이어인 데이비드 베컴(PSG)도 내버린 퍼거슨 감독이었지만 ‘박지성 사랑’만큼은 남달랐다.
박지성이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떠나는 것이 공식 발표 됐을 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었다”며 “7년 동안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는데 불행하게도 그가 원하는 만큼의 많은 출전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미안해했다.
이어 “나를 포함한 맨유의 모든 구성원은 박지성의 더 나은 미래를 기원한다”며 “나 역시 그가 QPR에서 더 큰 성공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바람대로 QPR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마크 휴즈(50) 전 QPR 감독의 부름을 받고 큰 모험을 시도한 박지성이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휴즈 전 감독은 성적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고 박지성은 팀 내에서 버려지다시피 했다. 새로 구원 투수로 등판한 해리 레드냅(66)과 박지성의 호흡도 그리 잘 맞지 않았다.
휴즈 체제에서 주장 완장을 차며 무한 신뢰를 받았던 박지성은 점차 벤치를 지키는 날이 많아졌고 급기야 주장 완장까지 반납하는 굴욕을 맛봤다.
레드냅 감독은 팀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에서도 “QPR 선수는 최악이며 미드필더진은 이름값만 높다”고 박지성을 포함한 선수들에게 칼날을 돌렸다.
그러던 지난 2월 24일. QPR의 홈구장인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QPR과 맨유의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경기 전 퍼거슨 감독은 QRP 벤치로 걸어가 환한 표정으로 박지성에게 악수를 건냈고 박지성 역시 퍼거슨을 반겼다. 팬들은 “10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 지인들과 축구팬들 모두 ‘충격’…후계자는 누구?
퍼거슨 감독의 갑작스런 은퇴 소식에 평소 그를 아껴온 지인들과 축구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지난 3월 현역 유니폼을 벗은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은 “퍼거슨 감독이 은퇴를 하다니 믿을 수 없다. 그가 없는 맨유는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며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서 멋지게 축구인생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전 맨유 미드필더였던 챔피언십(2부 리그)의 폴 인스 감독은 “그의 은퇴 소식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며 “퍼거슨 감독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업적들을 쌓아왔다. 우리는 이런 훌륭한 감독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맨유와 라이벌 팀인 아스날도 퍼거슨 감독과의 이별에 아쉬움을 표했다. 아스날은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스날의 모든 구성원은 은퇴를 결심한 퍼거슨 감독의 앞날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회 각계각층의 반응도 쏟아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퍼거슨 감독의 업적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그의 은퇴로 인해 내가 응원하고 있는 아스톤빌라가 조금 더 편해지기를 바란다”고 퍼거슨 감독을 향한 존경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국내 축구팬들도 “퍼거슨 감독의 은퇴 소식을 믿을 수 없다” 혹은 “이는 그 어떤 유명 선수의 이적보다도 더 충격적인 일이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퍼거슨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게 돼 마음이 착잡하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퍼거슨 감독의 은퇴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데이비드 모예스(50) 에버턴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의 뒤를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는다.
맨유는 이사회에서 퍼거슨 감독의 추천을 받아 만장일치로 모예스 감독의 선임을 승인했고 지난 9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6년으로 통상적인 3년 계약과 비교하면 파격적이다.
모예스 감독은 “퍼거슨 감독의 뒤를 이어 맨유 감독직을 제안 받은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며 “퍼거슨 감독이 나를 추천했다는 사실이 기쁘다. 나는 맨유와 퍼거슨 감독이 해온 모든 것들을 존경해 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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