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상석 기자] “대리님(백화점 관리직원),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드리고 힘들어서 저 떠납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입점업체 직원 김 모(47ㆍ여)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시지의 내용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김 씨의 사망 원인은 단순 개인사가 아니라 백화점 직원의 매출 압박이 실질적 원인”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백화점 측이 직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함구령’을 내리며 감시까지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오후 10시경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 롯데백화점 7층 야외 테라스(흡연공간)에서 이 백화점 여성복 매장 직원으로 근무하던 김 씨가 20m 아래 3층 야외 베란다 화단으로 떨어져 숨졌다고 25일 밝혔다.
직원들이 퇴근한 지 1시간이 지난 후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난간을 넘어 투신한 김 씨는 백화점 휴무일인 다음날 오후 12시반경 순찰 중이던 보안실 직원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오후 김 씨의 동생과 관리급 대리 등 백화점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다. 매출 실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유족 측의 주장에 따라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앞서 경찰은 고인이 펜션 사업 등을 통한 개인적인 재정 사정으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고인이 투신 직전 동료와 매장 관리자 등 30여명이 함께 대화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리님, 사람들 그만 괴롭히세요. 대표로 말씀 드리고 힘들어서 저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자 고인의 죽음과 관련된 배경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씨는 “이 매니저는 심지어 엄마에게 ‘가매출’까지 요구했다”며 “그로 인해 엄마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죽음이 결코 백화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 ‘입단속’ 들어간 롯데百, 직원 감시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백화점 측이 직원들에게 사건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감시까지 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근까지 이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근무했던 A 씨는 “백화점 측이 이번 일에 대해 ‘경찰과 언론은 물론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말라’며 함구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A 씨는 “모니터 사원은 물론 고객으로 가장한 백화점 직원들을 시켜 각 매장 판매 직원들이 누구랑 얘기하는지 다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매사원들 사이에 알려져 있다. 조금이라도 낌새가 있으면 바로 위에 보고한다고 하더라”며 “이런 직원들은 백화점 전산에 불량 직원으로 올려져 계열사 전체에서 취직을 막기 때문에 직원들이 나서서 사건을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 압박 못이긴 판매원, ‘가매출’까지
백화점 측의 압박 때문에 매장 판매 직원들은 실제 판매 없이 임의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가매출’까지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역시 최근까지 롯데백화점 의류매장에서 근무했다는 B 씨는 지난 달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가매출 실태에 대해 증언했다.
B 씨는 “숨진 김 씨가 맡은 매장이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신규 매장이라 매출에 따라 입점 여부가 철회될 수도 있었다”며 “그런 스트레스 때문에 가족들 카드로 가매출까지 해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매출이란 제품을 실제로 판매하지 않았음에도 임의로 발생하는 매출을 일컫는 말로, 매장 직원들은 제품이 팔리지 않을 경우의 압박을 면피하기 위해 동료나 지인 등의 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B 씨는 “가매출 처리를 한 다음날이라도, 해당 상품이 다른 손님에게 팔리면 다행이다. 가매출 처리한 것을 취소하고, 그 손님에게 다시 팔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계속 재고로 남아있으면, 가매출을 수습하기 위해 다른 카드로 돌려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600만원까지 그어봤다”며 “밍크코트 등의 고가 제품을 담당하는 판매 직원은 억대의 빚을 진 경우도 있는데, 이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빚이 발목을 잡아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매주 금요일은 판매직원들 사이에서 ‘천만원 데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금요일만 되면 ‘가매출’ 때문에 1000만원 씩의 빚이 생기기 때문에 붙은 자조적인 별칭이다.
◇ 그만둬도 발목잡는 ‘블랙리스트’
그만두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빚만이 아니었다. B 씨는 ‘블랙리스트’의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가매출’을 이용해서라도 일정한 매출을 올려주지 않으면, 더 이상 여기서 근무할 수 없다. 해고당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다른 백화점에 가도 취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끼리도 ‘블랙리스트’가 있다”며 “자기네들끼리도 ‘이 매니저 아냐’고 물어보면 ‘안다. 이 매니저 매출 없어서 해고당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돈다. 결국은 이 사회에서 완전 낙오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롯데百, “가매출 없고 블랙리스트 몰라”
한편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김 씨와 함께 일했던 다른 매장 매니저 2명, 김 씨 매장 등을 총괄했던 백화점 대리 등을 불러 조사한 결과 자살 동기가 매출 스트레스라는 직접적인 증언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백화점 측에서 실적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김 씨에게 빈번하게 보내 실적 경쟁을 부추긴 것은 인정되나 자살에 이를 만큼 인격적인 모멸감을 받았다거나 실적 압박, 가매출이 있었다는 증언이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매출 스트레스를 입증할 증언이나 단서가 추가로 포착된다면 자살 동기에 대해 추가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측도 이번 김 씨의 죽음과 회사 측의 관계를 애써 부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매출이라는 것은 이번 사건 유족들이 주장하는 개념으로, 회사 차원에서 조사한 결과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났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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