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지난 4월 19일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받고 해외로 도피했던 전 용산세무서장 윤모씨가 태국 현지에서 붙잡혔다. 윤 씨는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9월 “반드시 돌아온다”고 약속하며 해외에 나간 지 7개월여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윤 씨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다. 그는 현직 부장검사로, 공교롭게도 윤 씨가 태국에서 붙잡히기 하루 전인 4월 18일 부장검사로 발령이 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하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윤 씨의 송환 이후 청구된 구속영장이 계속 반려되는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 윤 전 서장,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윤 전 세무서장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다. 지난해 한 대학교 입시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위치한 육류 가공업체 A사 대표 김모씨가 윤 전 서장에게 정기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서장이 당시 대검 중수부에 있던 윤 검사의 친형임이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 진행 과정에서 입수한 당시 김씨의 다이어리에서 윤 전 서장이 김씨 돈으로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검사들과 라운딩을 했다는 내용을 확보했다. 다이어리에서 찾아낸 명단에는 검찰의 핵심 간부들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검찰 뿐만 아니라 경찰도 몇몇 있고, 심지어 방송국 고위 간부들까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명단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김 씨가 골프장에 지불한 금액을 환불받은 뒤 이를 같이 온 지인들에게 나눠 준 흔적도 발견했다. 윤 전 서장의 골프장 이용 방법도 밝혔다. 윤 전 서장은 여러개의 가명을 이용해 골프장을 이용했고, 김 씨 이외에도 골프장 이용비를 대납해준 사업자들이 3~4명 더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진전이 보이자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이 정도면 (사전조사는)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실제 성과가 보여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실히 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육류업체 대표와 윤 전 서장이 유력인사들과 함께 드나들었다는 경기도 소재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영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7번 신청했으나 이 중 6번이 반려됐다. 김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됐다. 영장이 계속 불발되자 경찰 측에서는 “동생이 검찰 고위인사다 보니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이름만 대면 알만한 검찰 고위 인사 포함”
영장이 기각되자 경찰은 조금 더 확실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움직였다. 경찰은 골프장에 드나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 하는 톨게이트가 있다는 점에 착안, 톨게이트 하이패스 내역을 조회해 김 씨의 다이어리에 있던 명단과 일치하는 검찰 인사들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검찰 유력인사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유력 검사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윤 전 서장, 홀연히 출국...동생은 “사표냈다” 소문
경찰은 ‘마당발’로 통한 윤 전 서장과 관련된 비리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8월부터 윤 전 서장에 대해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9월 윤 전 서장은 홀연히 외국으로 떠났다. 당시 윤 전 서장에 대해 경찰이 출국금지 신청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찰 수사 일선에서는 “경찰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 불안해하는 인사들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형인 윤 전 서장이 해외로 도피하자, 동생인 윤 검사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일각에서는 “동생인 윤 검사가 사표를 제출했다더라”하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검찰 측은 “윤 검사의 사직 얘기는 유언비어”라며 부인했지만, 사정기관 안팎에서는 “형의 혐의가 상당해 보이는데, 이 정도면 자리에 계속 있기가 불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경찰은 해외로 도피한 윤 전 서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지명수배를 내렸다. 하지만 윤 전 서장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누군가 도와주는 것 아니냐”란 의혹이 나오기 시작했다. 경찰 수사 관계자조차 “조금만 신경쓰면 잡을 수 있는 일인데, 계속 잡히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다”고 밝힐 정도였다.
◇ 윤 검사 발령나자 다음날 검거돼
그러던 중 지난 4월 19일 윤 전 서장이 태국에서 검거됐다. 검거 당시 그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서장은 지난 25일 국내로 송환돼, 마포에 있는 광역수사대로 가 조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육류가공업자 김씨에 대한 조사도 병행해, 27일 윤씨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경찰 측에서는 “이제는 기각하지 못할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또 기각됐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경찰이 뇌물수수 혐의로 윤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보강수사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에 대해 검찰은 “범죄 사실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윤 전 서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함께 기각했다.
◇ 경찰, 차분해 보여도 속은 ‘부글부글’
검찰이 이번에도 구속영장을 받아들이지 않자 경찰은 겉으론 태연하게 반응하지만 안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수사자료를 더 검토한 뒤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차분한 반응을 보였으나, “검찰이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상황이다.
동생이 현직 부장검사란 사실이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윤 검사는 형인 윤 전 서장이 태국에서 검거되기 하루 전인 지난 4월 18일 부장검사로 발령받았다.
검찰 측에서는 이런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김씨에 대한 소재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진술도 일관성이 떨어져 보강수사가 필요해 돌려보낸 것”이라며 “부장검사의 형이기 때문에 봐준다는 의혹은 억측”이라고 못 박았다.
◇ ‘검·경 갈등’보다 ‘경찰 내 갈등’ 될 수도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잠시 주춤했던 검경 갈등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사회지도층 성접대 파문’ 사건 이후로 다시 한 번 갈등을 겪지 않겠냐는 것. 당시에는 경찰 쪽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오히려 수사하던 경찰 수뇌부가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일단 윤 전 서장 사건은 성접대 사건과는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번 ‘크게 당한’ 경찰이 또 검찰과 싸우려 하겠냐는 것이다.
검경 갈등보다는 경찰 내부 갈등이 생길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 수뇌부가 모두 물갈이 된 상태라, 이 사건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다”며 “오히려 경찰 내부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