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윤은식 기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등 피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 유해성을 놓고 부처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려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유동성이 의심되는 CMIT와 MIT라는 물질에서 폐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7개월 뒤인 지난해 9월 환경부가 국제적인 공인기관의 실험결과를 근거로 이 물질들은 유독물로 지정해 관보에 게재했다.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을 두고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관련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보상과 구제가능성이 제대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가습기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역학조사 등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지난 12월에는 폐손상위원회를 발족하며 추가 피해 사례 360여건을 접수받았지만 추가보완 조사는 환경부소관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지난 3월 폐손상위원회 민간위원들이 “접수사례의 정확한 판정을 위해선 폐CT촬영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복지부에 요구했지만 복지부는“화학물질에 따른 건강영향조사는 환경부소관이라 더 이상 할게 없다”며 환경부에 떠넘겼다.
이에 민간위원들은 “더 이상 할 게 없다”며 최근복지부에 전원 사퇴의사를 밝혀 논란dmf 빚었다.
복지부관계자는 “재작년 원인 미상의 폐손상으로 환자 다수가 입원했다는 병원 신고를 받을 때만 해도 감염 병으로 알고 역학 조사를 벌였으나, 화학물질로 인한 피해라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 피해자들은 환경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환경부도 복지부가 이미 손댄 사안인데다 공산품 관리는 옛 지식경제부인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료 물질의 유해성 조사 등은 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환경성 질환 지정이 무산돼 소송을 거치지 않고는 사실상 지원이 어렵다”는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열쇠를 가지고 있나?
역시 산업부도 가습기 살균제의 성격이 공산품에서 의약외품으로 바뀌어 식품의약품안정처 소관이므로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는 산업부 관리대상품목이 아니여서 문제가 된 업체들의 책임을 묻거나 제재를 가하려해도 업체측이 판결이 나오면 그때 따르겠다는 입장이라 반발해 소송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해 부처간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해당 제조업체를 상대로 검찰에 고발해 현재 사건이 계류 중에 있지만 검찰도 보건당국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주사를 시한부 중지하기로 했다며 피해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환경보건센터 최예용 소장은 “정부가 부처간 칸막이 해소를 강조한 만큼 이제라도 총리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지난달 말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총리실에서 총괄하고 환경부가 중심이 돼 타 부처와 피해자구제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의 가습기 살균제피해자 규제를 위한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뒤늦은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 광화문광장서 기자회견 열어···추가 정밀 조사 강력 촉구
지난 15일 서울광화문광장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와 민주통합당 장하나(비례대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손상과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정부가 추가 정밀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와 시민단체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폐손상위원회가 정부에 추가조사를 요구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폐 CT촬영 등을 거부했다”면서 “이로 인해 폐손상위원회 위원이 전원 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동안 복건복지부가 무해하다고 발표한 살충제 일종인 CMIT와 MIT 성분이 지난해 9월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지난 9일 뒤늦게 드러났다며 정부가 다수 희생을 치르고도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며 피해대책마련을 미루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은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고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련 기업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장 의원이 지난 12일 공개한 환경부 제출 자료에 따르면 CMIT와 MIT가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경구ㆍ피부ㆍ흡입ㆍ어류 독성실험에서 독성이 확인돼 유독물로 지정됐다. 또 다른 위해성분인 PGH도 환경부의 유해성 심사 결과 독성이 확인됐다.
이것은 지난해 2월 질병관리본부가 CMIT와 MIT의 경우 동물흡입 실험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반대되는 결과지만 질병관리본부는 CMIT, MIT 성분에 대해서는 폐 섬유화 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수거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장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례 분석결과 CMIT, MIT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만을 사용하다가 사망한 사례가 5명이었다며 역학조사 등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의원에 따르면 322명의 피해자가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모두 12개로, 중복사용을 포함하면 피해자들이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는 총 423건이었다.
피해신고가 많은 제품은 옥시싹싹(236건), 롯데마트 와이즐렌(46건), 애경 가습기메이트(43건) 등의 순이었다.
◇ 여당도 한목소리 높여···복지부·환경부 ‘무책임하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할 보건복지부와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문제를 놓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면서 “무책임하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 중 CMIT와 MIT성분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폐 섬유화 성분이 없다고 발표한데 반면 환경부는 해당 성분을 유독물로 지정했다”며 “어느 부처의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복지부는 환경물질에 따른 건강영향조사는 환경부 소관이라고 떠밀고 환경부는 보건복지부가 이미 손댄 사안이라고 발을 빼는 등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상인 대변인은 지난 15일 오후 “보건복지부와 환경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 대해 다른 소리를 하면서 국민을 헷갈리게 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라며 “두 부처는 이견을 조속히 해소해 더 이상의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또 “행정부의 각 부처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부처간의 벽을 허물고 정보를 공유하며 유관 정책을 조율하는 노력을 강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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