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들, 엄동설한 '굴뚝농성' 내몰려

송현섭 / 기사승인 : 2014-12-19 17: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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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외면한 대규모 정리해고에 피맺힌 절규 '폭발'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대법원이 지난달 2009년 쌍용자동차 대규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데 반발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해고 근로자 2명이 엄동설한에 70m 높이의 굴뚝 고공농성에 나섰다. 노조측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힘겨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2009년이후 3번째 총파업 뒤 처음으로 평택공장에 진입했다. 특히 노조측은 해고 근로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사측에 계속 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벼랑끝 선택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 <편집자 주>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 등 해고 근로자 2명이 힘겹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3일 새벽 4시경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70m 높이의 굴뚝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데 2009년 총파업이후 해고자가 공장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쌍용차 평택공장 70m 높이의 굴뚝에서 고공농성에 들어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이와 관련 노조측은 "지난달 대법원 판결 등으로 쌍용차 해고 근로자들이 더 이상 희망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서 공장 안으로 진입하는 힘겨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또 "사측에 계속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기 위해 벼랑 끝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은 앞서 지난달 13일 쌍용차 근로자 153명이 회사측에 제기한 해고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파기,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따라서 김 사무국장과 이 정책기획실장 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 2명은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고 있는 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채 1주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추위와 추락위험 감내하는 이유는 '복직'


이들이 추위와 추락사고의 위험을 감내하고 평택공장 굴뚝에 오른 이유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해고자들의 복직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들이 현재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굴뚝은 앞서 2009년 쌍용차 총파업 당시 3명의 근로자가 고공농성을 벌였던 장소다.


특히 굴뚝 꼭대기는 가운데가 뚫려 있고 옆에는 사람이 서있을 수 있는 공간 폭이 1m 남짓에 불과해 잠깐이라도 머물러 있기 힘든 곳으로, 고지대의 강한 바람 때문에 굴뚝 자체가 흔들리는 만큼 농성장에서 자칫하면 참사가 빚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참고로 쌍용차 근로자들의 고공농성은 2009년 총파업 때 굴뚝 고공농성에 이어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 부지회장·문기주 정비지회장 등 3명이 2012년 11월부터 작년 5월까지 171일간 평택공장 인근 30m의 15만4000V 송전철탑에서 진행한 뒤 3번째다.


이에 대해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사법부도 (해고 근로자 복직에 대해)등을 돌렸다"면서 "정기국회와 국정조사에서 (쌍용차 문제를)다루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부와 의회도 등을 돌려 기댈 곳도 갈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 국장은 또 "결국 기댈 곳은 공장 안의 동료들 밖에는 없다"면서 "동료들이 힘을 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고 있고 찾아와 손을 흔들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 경찰, 벼랑 끝 몰린 농성자 지원도 막아


이 와중에 경찰이 지난 14일 고공농성 참가자들에 대한 지원활동을 위해 설치한 천막을 철거하며, 이를 몸으로 막아선 쌍용차 해고 근로자 2명을 구속영장을 논란이 한창이다.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공무원들의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 불법 설치된 천막 철거작업을 방해했다며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고동민 쌍용차지부 대외협력실장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 실장 등은 지난 13일 오후 12시30분경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평택공장 앞 도로변에 허가를 받지 않고 천막을 설치했다. 곧바로 평택시청이 자진 철거를 요구한데 이어 시청 공무원들이 천막을 철거에 들어가자 이를 몸으로 막아선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날 평택공장 내 도장공장 건물 옆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한 해고 근로자 2명을 지지하기 위한 지원활동을 위해 천막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따라서 대량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법원의 판단에 반발하고 벼랑 끝 고공농성으로 몰린 이들의 절박한 요구를 묵살하고 지원을 막은 관할관청의 처사에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다.


◇ 사측, 비상식적 불법행위라고 '맹비난'


이에 대해 쌍용차는 해고 근로자들의 이번 고공농성에 대해 생명을 담보로 한 비상식적 불법행위라고 비난하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사측은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해고 근로자들이 공장에 무단 침입해 벌이는 극단적 불법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측은 이들이 지난 13일 새벽 4시경 공장 외부 철조망을 절단하고 무단 침입, 여러 시설 보호장치들을 파손한 뒤 기간시설을 점유한 것은 도를 넘은 불법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해고자들이 외부 노동단체들과 연계해 쌍용자동차 불매운동이나 대규모 집회·시위 등을 통해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수많은 해사행위가 있었다"면서 "이번과 같은 극단적이고 비상식적 불법행위에 대해 우려를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쌍용차는 이런 극단적 불법행위가 현 상황에서 5000여명의 임직원과 가족, 협력업체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것"이며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사측은 일련의 불법행위가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매진하는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호응을 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또 농성자들이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불법 점거농성 및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사측 "2009년 인력 구조조정 합법" 강조


쌍용차는 지난 11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쌍용차 문제와 관련된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란 점이 명확해졌고, 2009년 당시 인력 구조조정이 합법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사측은 이번 고공농성에 대해 협력사를 포함한 20만명이 넘는 쌍용차 가족의 생존권을 볼모로 자행하는 불법행위이자 법질서를 무시한 처사로 용납될 수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더욱이 사측은 해고 근로자들과 절대 타협하지 않고 단호히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며, 정부 역시 불법행위를 방치하지 말고 확실한 법 집행으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측 은 또 쌍용차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더 이상 과거에 대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 논쟁에서 탈피,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 대승적 차원에서 지난 2013년 3월 무급 휴직자 전원 복직조치를 단행했다"며 "2009년 노사합의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향후 신차 출시 등 생산물량 증대와 경영여건 호전상황에 맞춰 앞서 노사합의 정신에 따라 희망퇴직자 복귀 등 고용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마힌드라그룹, 직접대화 가능할지 주목


특히 쌍용차의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내년초 방한해 회사 정규노조와 해고자 복직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으로 있어 주목된다.쌍용차 정규노조는 이번 고공농성이 진행되기 직전인 지난 10일 소식지를 통해 지난 1일 김규한 위원장과 아난드 마힌드라그룹 회장이 화상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내년 1월13일 프로젝트명 X-100 신차 보도발표회를 전후로 마힌드라 그룹회장의 노조 방문일정이 확정됐고, 투자와 해고자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의견을 나눌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고공농성으로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해고자 복직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쌍용차 정규노조는 지난 15일 굴뚝농성과 관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농성자에 음식과 필수품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다만 해고자 복직 문제는 이들이 소속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계속 대화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확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정욱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은 휴대폰으로 "공장 안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동료들에게 고맙다"면서 "하루를 살아도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국장은 방송인 김제동 씨와 가수 이효리 씨 등 유명인사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다며 고마워했으며, 배우 김의성 씨가 1인 시위까지 동참하고 있는데 대해 "수많은 응원과 기도를 들으며 잘 버티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가수 이효리 씨는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르 통해 "날도 추운데 다치지 않길 바랍니다"는 글을 남겨 외로운 늑대처럼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이들을 응원했다. 따라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문제는 이번 고공농성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마힌드라그룹 회장의 방한을 계기로 조만간 사측과 교섭이 재개돼 원만한 해결이 이뤄질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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