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짐 덜어낸 홍명보, “대표팀 부담 없는 일 하고 싶다”

박진호 / 기사승인 : 2014-12-09 11: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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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후 첫 공식석상 등장, 향후 거취는 ‘미정’

다시 돌아온 12월의 산타 … ‘홍명보장학재단’의 이사장
12년째 계속 이어지는 자선축구 통한 ‘나눔 활동’은 계속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지난 2003년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던 재단법인 홍명보장학재단의 ‘홍명보 자선축구대회’가 올해에도 펼쳐진다. 12년째 1년도 거르지 않고 매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축구를 통한 사랑나눔’이라는 기본 정신은 변하지 않았지만 참가 선수들은 물론 관객들 역시 12월의 혹한을 견디기 힘들다는 것 때문에 실내 체육관에서 ‘풋살’ 형태로 내용을 바꾸었을 뿐,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4’는 계속된다. 그 중심에는 홍명보장학재단의 홍명보 이사장이 있다.
홍명보. 의심 할 나위 없는 한국 축구 최고의 아이콘이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포항스틸러스와 일본 J리그와 미국 LA갤럭시에서 활약했던 홍명보 이사장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선수로만 4번 월드컵을 밟았고, 한국 축구 선수 중 최다 A매치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월드컵에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참가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창립 6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기도 했다. 호주의 헤리 키윌, 이란의 알리 다에이, 일본의 오쿠데라 야스히토 등 10명이 선정된 A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한국 축구인은 홍명보 이사장이 유일하다.
‘독이 든 성배’에 희생당한 영웅
은퇴 후 축구 행정가의 길을 선택했던 홍 이사장은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2005년, 당시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함께 대표팀을 맡았던 핌 베어벡 수석코치와 압신 고트비 코치,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지도자를 맡게 된다.
독일 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홍 이사장은 이후 아시안컵과 올림픽 대표팀 코치,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감독,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등을 거치며 기대 이상의 성과, 혹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축구 사상 최초의 메달 획득을 이끌며 지도자서도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그러나 선장을 잃은 월드컵 대표팀을 급하게 맡게 됐던 홍 이사장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각종 논란과 구설이 이어지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월드컵 결과도 결과였지만 개인 신상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보복성 여론을 몰고 간 일부의 획책성 행태에 소모당한 것도 사실이었다. 월드컵 직후만 해도 ‘감독’ 홍명보를 쳐내지 못해 안달이었던 여론은 이제 와서 ‘한국 축구의 영웅을 너무 어이없이 쓰러뜨렸다’는 자조를 내뱉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2014년 브라질에서의 ‘망신’은 ‘홍명보 탓’이라며 끝내 자신들에게는 면죄부를 부여한다. ‘유체이탈 화법’은 정치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풍토로 자리잡았나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학재단의 자선경기 개최롤 놓고 고민이 많았던 홍 이사장은 심사숙고 끝에 대회 개최를 결정했다. ‘감독’ 홍명보와 ‘홍명보장학재단’의 홍명보는 별개라는 결론에서 내린 판단이었다.
홍 이사장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서울팔래스호텔 로열볼룸에서 홍명보장학재단의 올해 장학생들을 위촉하는 행사를 진행했으며, 이어 ‘하나은행과 함께 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4’ 미디어 데이를 진행하며,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홍명보 이사장 외에 안정환 MBC해설위원과 김병지(전남드레곤즈), 김진규(FC서울), 김영권(광저우 헝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등이 참석했다.
홍명보 이사장은 월드컵 이후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잘 지내고 있다며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한편, 일일이 얼굴을 보고 인사를 전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자선경기 지속여부 고민
▲ 월드컵 결과로 인해 자선대회 개최를 고민했을 것 같다.
자선 경기를 개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행사는 현장에서 감독을 했던 것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감독을 하기 전부터 이 일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앞으로도 감독은 못할 수 있겠지만 이 일은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셨다.
▲ 이번 자선경기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자선 경기를 한해 두해 한 것이 아니지 않나. 나름대로 좋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크게 새롭게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많았고, 재단 관계자들이 그 동안 해왔던 것이 있었다. 최근 경제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던 부분으로 어려움도 있었지만, 변함없이 도움을 주신 하나은행 측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 이전 대회와 달리 이번에는 장애인 축구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 선수들의 참가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면?
지난 8월에 열린 월드컵에 우리나라 장애인 축구 대표팀이 참가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들의 관심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전후반 경기를 많이 했는데 그분들을 위해 이번에는 3쿼터 경기를 한다. 따뜻한 생각들이 전달되어 간절하게 즐길 수 있는 분들을 위해 기쁨과 감동을 주고 싶다.
▲ 최근 한국 축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구인 선배로 조언을 한다면?
한국으로 다시 들어온 지 이제 1주일이 조금 넘었다. 많이 접하지는 못했지만 강등 플레이오프 등을 보고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축구를 잘 안하도 했지만 몇 가지 사태를 보면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나도 포함된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나도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축구가 위기를 통해 재도약하기를 바란다.
▲ A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소감을 전한다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나한테 준 것이라기보다 대한민국에 준 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 향후 복귀 계획이 있는지?
-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계획을 잡지는 않았다.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지금 내 마음의 상태는 상당히 평온하다. 대표팀 감독을 1년 하면서 이런 마음을 한 번도 느껴지지 못했다.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 이전까지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았다. 대표팀에서만 20년 넘게 있으면서 팬의 대상이 국민이다 보니 부담감이 컸다. 이제는 이런 부분에서 벗어나 내가 필요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벗어나서 필요한 일, 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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