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열전]베트남-커피에 정열을 싣다

여선구 / 기사승인 : 2009-12-21 10: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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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엔 ‘술을 한 잔 하면 마음이 열리고, 커피를 한 잔 하면 마음이 열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처럼 커피는 베트남인들에게 있어서 이웃과 소통하는 도구로 꾸준히 사랑받아왔습니다. 아침의 서늘한 공기가 이글거리는 열대의 태양을 받아 후텁지근해지는 정오가 되면 사람들은 진하게 추출한 커피에 연유를 넣은 베트남식 아이스 커피, ‘카페스어’를 마시며 폐부까지 스민 열기를 씻어 내립니다.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사는 베트남인들에겐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줄 커피 한잔이 더욱 간절할지도 모릅니다.



베트남에 서양의 문물이 전파되기 시작한 건 16세기경이었습니다. 향신료와 황금의 사탑을 찾아 동쪽으로 뱃길을 잡은 유럽의 상인들은 캄차카반도에 이르러 순박한 동양인들을 발견합니다. 아시아 대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많은 유럽인들이 베트남을 찾았고 일찍부터 서양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비극적 상황도 겪어야만 했습니다.



커피 문화가 베트남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약 150년 전으로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기였습니다. 베트남을 점령한 프랑스인들은 식물이 성장하기 좋은 기후 조건을 이용하여 고무나 커피농장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시작된 농업중심의 산업이 여전히 베트남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커피에 있어선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차지할 정도로 국가적 정책 산업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커피 수입국 가운데 단연 1위를 차지하는 나라도 역시 베트남입니다.



하지만 질 낮은 ‘로부스타종’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주로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중부 고산지대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고급 ‘아라비카종’을 재배하려는 움직임이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베트남에선 커피를 강하게 볶아서 사용합니다. 커피란, 강하게 볶을수록 좋지 않은 잡맛들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렇게 질이 낮은 커피를 보완한 다음에 진하게 추출해서 연유를 넣는 방식을 즐겨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달콤하면서도 진하고 고소한 맛의 커피가 됩니다. 이 커피는 인스턴트커피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입맛에 딱 들어맞아서 베트남을 방문해서 베트남식 커피를 마셨던 사람들이라면 두고두고 그 맛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커피를 추출할 때에는 전통적인 베트남식 추출기구인 ‘핀(phin)’을 사용합니다. 어느 까페, 어느 식당에서도 한결같이 핀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연유가 들어간 커피가 여성의 사랑을 받는 반면 베트남의 정열적인 남자라면 ‘핀’으로 추출한 강한 커피에 얼음만 넣은 ‘카페 다’를 마셔야 합니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 강한 커피를 마시는 나라, 그들의 머리에 비춘 태양처럼 베트남의 정열은 늘 불타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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