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으로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오밀조밀한 헬싱키 남부의 주택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소박하고 아담한 식당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의 주 촬영지가 되었던 ‘카페 핀란드’라는 이름의 식당입니다. 식당을 보고 있노라면 ‘코피루왁’이라고 주문을 외우며 정성껏 커피를 내리던 주인공 ‘사치에’가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서 맞이해줄 것만 같습니다.
산타클로스와 오로라, 그리고 호수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는 고풍스러운 중세와 세련된 현대적인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 헬싱키를 비롯해 산타클로스가 살고 있는 고향이자 북극으로 향하는 길목인 라플란드, 호수가 많은 동부와 발틱해를 끼고 있는 남서부에 이르기까지 아름답고 독특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커피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로 핀란드 국민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납니다. 단연 세게 제 1위의 커피 소비국입니다. 1인당 커피 소비량으로 보면 이미 1987년에 12kg을 넘어섰을 정도로 많은 양의 커피를 소비합니다. 미국의 3배, 한국의 7배나 되는 양이죠. 잔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15잔 정도가 되는데 식탁에서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핀란드 국민들이 유독 커피를 사랑하는 것은 기후의 영향일 것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겨울이 길어서 춥고 어두운 날인 1년에 150일 이상이나 된다고 합니다. 단지 소비량만 많은 것이 아닙니다. 커피에 대한 미각 수준도 대단히 높아서 ‘스타벅스’같은 대형 체인의 커피는 인기가 없습니다. 주로 작은 규모의 커피를 볶는 가게들에서 신선하고 질 좋은 원두를 직접 구입합니다. 당연히 인스턴트커피의 소비량도 미미합니다. 이러한 커피 소비량을 기반으로 커피관련 산업이나 연구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8잔의 커피가 간암을 68%나 예방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도 헬싱키 대학 연구팀이었습니다.
헬싱키에 가면 꼭 가보아야 할 카페로는 ‘카페 알토(Cafe Aalto)’가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와 미도리가 만화영화 ‘갓차맨’의 주제가에 대한 대화로 머나먼 이국땅에서의 인연을 시작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카페 알토’가 자리 잡은 건물은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알바르 알토(Alvar Aalto)의 작품으로 그의 건축세계를 감상하며 그의 작품 속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입니다. 알바르 알토나 에리엘 사아린넨같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핀란드가 건축분야에서 명성을 쌓는데 기여를 했지만 세계 디자인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맑은 호수와 푸른 하늘, 툰드라의 설경같은 아름다운 자연이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겠지만 그들의 창조적인 작업에는 분명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이 함께 했을 것입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