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를 가보면 한국 사람들은 대번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지역에서 우리의 20~40년 전과 유사한 모습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징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많은 일들을 ‘사람이 담당하고 있는’ 현상일 것이다.
시내버스나 시외버스를 타보면 이들 나라에서는 아직도 버스 한 대에 운전기사와 보조기사, 차장, 조수 같은 많은 인원이 함께 종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70-80년대에나 볼수 있던 현상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수년전 중국 도시에서는 심지어 몇 안 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도 일일이 복무원들이 탑승하는 경우도 있었다. 화장실 입구마다 있는 입장료 징수원들은 어쩌다 오는 이용자들을 기다리기도 지루해서 아예 작은 책상 하나를 두고 친구까지 불러 종일 마작을 즐기기도 한다.
만일 효율성을 우선으로 따진다면 이런 나라의 인력활용 형태는 지극히 비효율적이며 후진적이랄 수밖에 없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건 ‘비과학적, 비합리적’이라는 얘기도 된다.
그렇다면 이들 나라는 반드시 우리보다 과학이나 합리적 사고가 부족해서 이처럼 인력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활용이 아니라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당장 국민총생산 같은 경제 지표를 앞세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우리나라보다 몇십년씩 먼저 로케트를 쏘아올리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우주선까지 띄웠다. 문화적 전통까지 감안하면 이들 나라가 ‘머리’가 모자라 비효율에 머물러 있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자동화 기계화 분야에서 엄청나게 앞서 있다. 국민총생산이나 소득에서 우리보다 월등 앞선 일본하고 비교를 해도 우리나라의 자동화는 별로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시민 일상에서의 자동화 정도는 오히려 훨씬 앞서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시민들이 직접 경험하게 되는 자동화의 영역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인데, 어지간한 민원을 해결할 때는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고 기계만 상대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은행에 갔을 때도 이제는 사람에게 통장을 내밀고 거래 전표에 손으로 기입해야 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 대출받을 때가 아니라면 이젠 기계에게 돈을 맡기고 기계로부터 돈을 찾는다. 공과금을 낼 때도 사람을 마주칠 필요가 없다. 문의할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ARS는 그 안에 입력된 메시지로 거의 일을 해결해준다. 사람 목소리가 듣고 싶어 상담원을 연결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지하철 표를 사고 개표를 하는 것도 기계고, 책이나 공연 티켓을 사는 데도 컴퓨터란 기계를 이용하고 돈을 보낼 일이 있으면 컴퓨터나 전화라는 기계를 이용한다.
과연 기계화 합리화는 얼마나 인간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는 것일까. 무언가 나아지는 게 있으니 그 자리에 앉아있던 종사자들을 쫓아내면서까지 수천만, 수억원을 호가하는 자동화 기계를 도입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결과는 반드시 ‘나아졌다’고만 단정하기가 어렵다. 기계가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사람들은 일자리를 양보하고 거리로 쫓겨난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오히려 점점 우울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계 한 대가 사람 열 명, 백 명, 수천 명을 대신한다고 하는 것도 반드시 자랑거리만은 아니다. 오천만원짜리 기계를 한 대 들여 연봉 이천오백만원의 종업원을 다섯 명쯤 줄인다고 쳐보자. 기계를 들여놓은 오너에게는 약간의 이익이 있겠지만 다섯명의 직원들은 그때부터 갈 곳을 잃는다. 그 오너는 행복해질까. 자신을 믿고 따르는 종업원이 없으니 사는 낙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런 일을 개인 기업도 아닌 국가가 가장 앞장서서 하고 있다는 건 재고할 문제다. 수기통장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 기계는 속도 말고도 정확성에서 믿을 수가 있으니까. 다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계가 사람 일을 대신하면서 은행고객들은 예전 은행원들이 대신하던 기계조작을 각자의 손으로 직접 하게 되었다는 문제도 있다. 기계조작이 서툴거나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통과하기 위하여 적어도 두세개의 비밀번호를 외우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예전보다 고객 노릇하기도 더 힘들어졌다. 전철 자동매표기 아래서는 조작법을 몰라 시간을 허비하는 소비자들이 한둘이 아니고, ARS의 번거로움 때문에 차라리 민원을 포기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자동화라는 미명아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반면, 그들이 하던 일은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 대중에게 떠넘겨진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중국 인도에서 들은 얘기로는, 그 일을 하던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화를 늦추는 면도 있다고 했다. 인력운용의 효율화는 기계화 시대의 신화(미신) 같은 것이다. 정작 자동화를 통해 남아도는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게 된다면, 그 자동화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을 오히려 힘들게 만드는 기계문명이라면 인간을 위한 문명(휴먼테크)라 할 수 없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