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가의 실질적인 큰 어머니인 정몽구 회장의 부인 이정화 여사가 지난 5일 미국에서 담낭(쓸개)암으로 별세해 이곳에 빈소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에 따르면 고인은 6월 국내 한 병원에서 담낭암으로 추정되는 병증이 발견돼 치료 받아 왔으나 병세 악화로 추석 연휴기간에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M.D.앤더슨 병원에서 담낭암 수술을 받던 중 정 회장과 아들인 부회장 의선 내외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계했다. 향년 71세.
고인의 시신은 8일 오전 빈소인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고 사흘 동안 치러졌다.
당초 현대기아차그룹 측이 밝힌 것과 같이 검소한 가풍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빈소에는 상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설영흥, 최한영, 김동진 부회장 등 각계열사 임원들이 이 여사의 운구를 영접하며 애도를 표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현대엠코, 현대카드 등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도 각종 행사를 취소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어 이날 정오부터 각계 정ㆍ재계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외부 인사로는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정계에서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박재순·송광호 최고위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이 조문했다.
재계에서도 코오롱그룹의 이웅렬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명예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STX 강덕수 회장,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등이 문상했다.
10일 발인과 영결식이 거행됐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도 하남 창우리 선영에 안장됐다.
이곳에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부인 변중석 여사,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이 안장돼 있다.
유족은 남편인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맏딸 현대기아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 고문 성이, 둘째 딸 명이, 윤이,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한 아들 의선, 사위 선두훈(영훈의료재단선병원 이사장), 정태영(현대카드 사장), 신성재(현대하이스코 사장), 며느리 정지선씨가 있다.
북한에 고향을 둔 평범한 실향민 집안의 셋째딸로 알려진 고인은 숙명여고를 졸업한 후 현대건설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정 회장을 만나 연애결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조용한 내조와 자식교육으로 현모양처, 조강지처의 표본이라는 평을 받으며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1남3녀를 길러냈다.
특히 아들 의선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고 아들이 경영 일선에 뛰어든 뒤로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횟수가 늘었다.
지난해 1월 기아차 모하비 신차발표회에 참석했다가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 부회장으로부터 행사 도중 "어머니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받기도 했다.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을 들려주며 공손하고 겸손한 자세를 가르치는 한편 고인 스스로도 상대방을 공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대함으로써 자식들이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느리와 사위들도 시골 아낙네처럼 넉넉한 모습으로 보듬는 한편 대접 받으려 하지 않고 따뜻한 정으로 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의 뒷바라지도 묵묵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새벽 5시면 남편의 아침상을 봐주고 매주 일요일 아침에는 아들 내외, 딸, 사위들과 한남동 자택에서 식사를 했다.
또 정 회장과 동반 참석한 공식행사에서도 남편이 행사장을 빠져 나간 뒤 한참 후에야 조용히 자리를 떠나곤 했다.
이와 함께 가문을 돌보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손위 동서인 이양자씨가 암으로 별세한 1991년부터 실질적인 현대가의 맏며느리 역할을 해왔다.
다른 재벌가에 비해 유난히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남편을 내조했던 고 정 명예회장의 부인 고 변 여사의 모습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평과 함께 현대가 며느리들의 전형적인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고인은 정 명예회장 생전에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시댁인 청운동으로 매일 새벽 3시30분이면 달려가 아침을 준비하곤 했다.
식구가 많기로 유명한 현대가의 아침 준비는 며느리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1989년부터 18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시어머니인 변 여사를 간호하는 일에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2년에 작고한 시아주버니 몽필과 1991년 작고한 이양자씨의 자녀 은희, 유희씨 까지 챙기며 어머니 역할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를 세계 5∼6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굴지의 자동차 메이커로 키워낼 수 있었던 데에는 고인의 조용한 내조가 큰 몫을 했다. 재벌 총수의 아내라는 화려한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한결같이 검소했던 사람이다. 정 회장도 평소 고인의 그런 인품을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그나면 재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3년부터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레저분야 계열사인 해비치리조트 이사직에 이어 2005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해비치리조트 지분 16%를 지닌 대주주이며 이 회사 고문을 맡아 왔다.
정순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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