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열전]커피와 자본

여선구 / 기사승인 : 2009-09-28 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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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교역량 가운데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양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금액으로 치면 600억 달러, 주요 소비국은 90개국에 달합니다. 미국이 가장 많은 커피를 소비하고 있으며 한국은 1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커피시장의 규모는 대략 1조5900억 원 정도 이며 해마다 10%가까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민간 구호단체인 옥스팜의 분석에 의하면 커피 한잔의 가격은 가공비, 유통비, 판매업자의 이윤이 93.8%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고, 운송비와 수입업자의 이윤이 4.4%, 세금과 중간상인의 이윤이 1.3%, 그리고 커피 생산 농가의 수입이 0.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즉, 이윤의 99%는 미국의 거대 커피회사, 소매상, 중간 거래상의 몫이란 이야기이죠. 그 0.5%에 속하는 전 세계 커피재배종사자는 50여 개 국에서 2천만 명이나 됩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매우 가난하며 상당수는 어린이입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3달러도 되지 않는 임금으로는 결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소규모 자영농들 역시 거대한 다국적기업에 밀려 빚더미에 앉거나 농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농장을 버리고 떠돌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조금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커피나무 사이사이에 마약을 재배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커피 한잔에 담긴 진실입니다.



다국적 기업으로 대표되는 자본의 탐욕은 농민들의 삶뿐만 아니라 커피 자체도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 품질은 떨어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커피가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나무를 베어버리면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던 새들이 사라질 것이고, 새들이 사라지면 커피나무의 병충해를 먹고 사는 천적이 사라지는 것이니 더 많은 병충해가 생기게 되고,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커피나무는 원래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좋은 품질의 열매를 맺습니다. 높은 산기슭이나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은 커피나무의 생장을 돕고 열매를 충실하게 만듭니다. 이런 농장들은 불도저를 동원해 개간한 것이 아니라 선조들로부터 배운 대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한 곳입니다. 그늘 경작법(Shade Grown)이나 RF(Rain Forest), BF(Bird Friendly)등은 모두 이런 지혜를 빌어 수확한 생두에 붙여지는 호칭들입니다. 새와 친근한 커피라,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입니까?



한 때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서 자취를 감추었던 보석 같은 농장들이 최근에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본에 입은 상처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공정무역(Fair Trade)을 통해 유통되는 커피 한 잔을 마신다면 농민들이 흘린 땀의 댓가와 안전하고 맛있는 커피에 대한 신뢰, 두 가지 모두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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