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우수축산물 브랜드 1호로 잘 알려진 ‘횡성한우’가 난데없는 ‘가짜’ 소동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전국으로 팔려나가는 가격이 일반 한우에 비해 킬로그램 당 1만~2만원씩 높지만, 양이 모자라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가짜라니. 국립농산물관리원의 발표에 따르면 횡성의 한 단위농협이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쇠고기를 횡성한우로 속여 판매한 분량은 지난해 1월부터 1년 동안 687톤(1677마리 분량)이나 된다. 추정되는 판매가격은 128억원이다.
소비자들은 ‘횡성한우’에 쏟아지는 실망과 배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첫째는 횡성만이 갖고 있는 청정환경에서 자란 횡성한우가 아닌 것을 횡성한우로 속여 팔았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며, 둘째는 횡성한우의 명성에 기댄 높은 가격으로 그만큼 부당이득을 취해왔을 것에 대한 분노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횡성축협이 상표권을 갖고 있는 ‘횡성축협 한우’는 엄격한 자체 기준에 의해 품질이 유지되고 있다. 군내에서 사육되는 한우의 수는 2만 마리(1천7백여 농가)가 넘지만 한우 사육농가가 이 가운데 ‘횡성축협 한우’의 사육기준에 맞는 브랜드 등록 한우는 5천여마리(230개 농가)에 지나지 않는다. 횡성에서 생산됐다고 다 ‘횡성축협 한우’가 되는 것이 아니다. 횡성군 전체에서 사육되는 한우들 가운데 4분의 1 정도만 그 자격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횡성축협이 ‘특화된 품질의 한우’를 내놓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꼭 10년여 전인 1997년이다. 일반 한우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고급한우’를 내놓기 위해 송아지의 출산부터 출하까지 전 과정을 까다롭게 관리했고 사육의 단계마다 공을 들였다. 우선 우수한 육우의 종자를 관리하여 사육농가에 엄선된 정자를 제공하고, 송아지가 태어난 이후에는 수송아지만을 대상으로 4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위생과 발육상태를 점검한 후 거세를 한다. 이후에도 27개월을 넘겨 소를 출하할 때까지, 축협은 소 사육에 대한 관리와 점검을 늦추지 않는다. 출하 후 유통망도 단순화해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상점에는 고기를 내놓지도 않는다. 이렇게 어렵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소고기가 오늘날 ‘믿을 수 있는 횡성한우’ 이미지의 원천이었다.
그런데 횡성축협의 소고기가 ‘횡성축협 한우’라는 등록된 상표이름보다는 ‘횡성한우’라는 보통명사로 더 널리 알려진 게 화근이었을까. 횡성축협 한우 덕에 ‘횡성한우’ 좋다는 평가가 널리 인식되자, 횡성지역의 일반 한우들도 죄다 그 덕을 보았다. 그 사이에는 특화된 소고기로 알려진 ‘횡성한우’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 명칭의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횡성축협과, 군내 여타 축산 농가나 지역경제가 함께 지역명칭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군이나 농협 등 사이에 갈등도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에 ‘횡성한우’의 명성과 수익을 횡성군의 업적으로 확장하려는 군수의 의지까지 겹쳐지면서 ‘횡성한우’는 ‘횡성축협 한우’가 쌓아올린 가치와는 관계없는 ‘횡성産 한우’의 의미로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명백한 문제는, 그럼에도 일반 소비자들은 그러한 사정을 모른 채 횡성한우가 지자체 등의 관리에 의해 특별한 가치를 지닌 고급한우로 생산되는 것으로만 착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 맑고 산 좋은 청정지역 한우라는 점에서 ‘횡성산 한우’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나올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소를 들여다가 횡성에서 몇 달 더 먹인 뒤에 잡은 고기조차 ‘횡성한우’로 팔려왔다는 사실에는 더 이상 무슨 변명이 가능하랴. 게다가, 드디어는 ‘가짜’ 소동까지 벌어진 것이다. 아예 원산지를 알 수 없는 소고기도 절반 넘게 섞여 있다는데, 그렇다면 그 말 많던 미국소나 젖소나 늙은 암소들이 섞여 있었는 지도 모를 일 아닌가. 좋은 한우의 대명사로 인식되어온 횡성한우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횡성한우’를 각인시켜온 횡성축협은 부랴부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횡성축협 한우’가 고급소 ‘횡성한우’의 본래 등록된 이름임을 알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앞으로 ‘횡성축협 한우’는 여전히 믿을 수 있구나 라고 인식하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횡성군은 특산품의 브랜드와 관련하여 아픈 기억도 갖고 있다. 같은 군내 안흥면에서 생산되는 안흥찐빵은 10년전인 1999년 서울의 한 상인이 ‘안흥찐빵’이라는 명칭을 상표등록 해놓고 난데없이 명칭사용료를 요구하는 바람에 소송을 치러 권리를 찾아야 했다. 이후에도 안흥찐빵은 그 명성에 편승하려는 ‘짝퉁’ 상표들의 등장으로 계속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국 소비자가 인정하는 ‘횡성한우’의 명성을 이번에는 지역 내 단체에서 스스로 더럽히는 일을 저지른 걸 보면, 사람은 남의 소행을 보고 내 잘못을 깨닫는다는 말도 허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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