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떨어지는 몸놀림으로 아내는 새벽이면 옷고름 풀고 입덧을 하고 있다. 늪 속을 달리던 수줍음의 가장자리에 매달린 뼈. 밤새도록 봄 바다로 살구꽃은 떨며 일어서고 아내는 뜰 위에서 입덧을 하고 있다. 홍희표 시인의 ‘입덧’입니다. 임신을 했다는 기쁨도 잠시, 속이 매스껍고, 입맛이 없고, 식사를 하면 구토가 나서 잘 먹지 못하니 영양부족으로 어지럽고, 정신적으로 불안감까지 느끼게 되는 입덧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 캐나다의 한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입덧으로 고생했던 산모의 아이들이 3살, 7살이 되었을 때, 입덧이 없었던 산모의 아이들보다 지능지수가 더 높았고, 언어사용도 유창하며, 수학계산도 더 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입덧이 심한 임신부의 입장에서는 조금 위안이 될 수 있지만, 입덧 없이 편안하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임산부들에게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된 현대의학에서는 아직까지 입덧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의학에서는 입덧을 하는 원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로 자궁의 기능이 약하고 지나치게 찬 경우이거나, 간의 혈이 부족하거나, 비위장의 기능이 허약한 여성분들에게 주로 나타납니다. 자궁, 간, 비위장 이 세 장기가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태아가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아 안정된 임신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약해지면 입덧으로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중에서도 입덧의 가장 주된 원인은 바로 비위장의 기능 저하입니다. 우리가 흔히 ‘비위 상한다’는 표현을 종종 하는데, 비위장의 기능이 약한 상태에서 임신을 하게 되면 태기가 역상하여 위속에서 담음이라는 물질이 쌓이게 되고 이것이 위로 올라오면서 입덧을 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지나치게 몸이 마르거나 뚱뚱한 여성은 정상체중의 여성에 비해 입덧을 심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신경이 예민한 여성도 입덧이 심한 편입니다. 즉 건강한 여성의 경우는 보통 입덧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입덧이 심하다는 것은 몸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같이 한의학에서는 입덧의 원인이 분명하므로 치료방법 또한 명확합니다. 자궁을 따뜻하게 해주거나, 혈을 보충해줄 수 있는 처방과, 위장의 습담을 제거해 주는 처방을 복용하게 되면 자연히 임신부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입덧은 사라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보생탕, 백출산, 육군자탕 같은 처방을 가감하여 사용하는데 반하, 생강, 죽여(대나무 껍질), 귤피, 백복령 등의 약제로 구성된 처방으로 약이라기보다는 평소 즐겨 마시는 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임신부나 태아에게 이로운 처방입니다.
임신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입덧으로 인해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체중이 늘지 않고 빈혈이 계속될 경우에는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초기에 한약을 복용하여 입덧을 치료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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