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행가의 노랫말처럼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로맨스를 즐기던 시절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연인들 사이에 놓인 한 잔의 커피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 소품입니다. 단지 투박한 커피 잔 속의 인스턴트커피는 멋진 종이컵에 담긴 에스프레소 음료로, 백원짜리 심심풀이 오늘의 운세는 최신 아이팟이나 닌텐도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이처럼 커피가 로맨스의 단골 소품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건으로 보자면 그것은 커피에 부여된 숙명적 아이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가 무시로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커피가 전 세계에 퍼지게 된 것은 바로 어떤 연인의 로맨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17세기 말, 브라질과 수리남 사이에 위치한 가이아나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사이에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Francisco de Mello Palheta라는 브라질 육군상사는 이들 열강의 분쟁을 중재하기위한 외교사절로 파견됩니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었고 진짜 목적은 프랑스령에서 재배되고 있던 커피나무를 훔쳐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식민지에서 재배되던 커피는 열강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고 이를 독점하기 위해 외국으로의 반출을 엄격히 통제했습니다.
잘생긴 이 청년은 저녁마다 열리는 연회에 참석했고 많은 여인들이 흠모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청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은 바로 프랑스령 가이아나 총독의 부인인 Mrs. Marie였습니다. 두 사람은 곧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아마도 커피나무가 심어진 한적한 숲길을 거닐며 수없는 사랑의 말들을 건넸겠지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청년이 떠날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때 까지도 청년은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있었죠. 그는 여인에게 간청합니다. 귀국한 뒤에도 커피나무를 보며 당신을 생각하고 싶으니 가져가게 해 달라고. 사랑에 눈먼 여인은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반출 금지령을 어기고 여인은 꽃다발 속에 다섯 그루의 커피묘목을 숨겨서 청년에게 보냅니다. 이렇게 해서 브라질에서의 커피경작이 시작된 것입니다.
브라질의 광활한 사탕수수밭들은 18세기경부터 커피농장으로 바뀌었고 오늘날 전 세계 커피생산량의 절반가까이를 생산하는 최대 커피산지가 되었습니다. 엄청난 수확량 때문에 커피가격은 하락했습니다. 비로소 서민들도 부담 없이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죠.
청년의 사랑이 거짓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단지 임무를 완수하기위한 도구로 여인을 이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깊은 밤, 총독의 눈을 피해 둘만이 즐기던 커피 한 잔만은 그의 인생 그 어떤 순간보다 감미로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았겠다고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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