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2014-15 WKBL 정규리그 우승
디펜딩 챔피언인 우리은행은 시즌 전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있었다. 물론 불안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4명의 선수(임영희, 강영숙, 양지희, 박혜진)가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이승아 또한 세계선수권 대회 참가를 위해 팀을 떠나있었다.
팀의 주축을 이루는 주전급 선수 전원이 비시즌 훈련을 팀에서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 역시 비시즌 내내 우리은행의 정상 수성에는 신경을 쓰지 못한 채, 오로지 20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매진해야했다.
이러한 가운데 백업 멤버들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순효과도 있었다. 박성배 코치가 조련한 우리은행의 백업 멤버들은 연습경기를 치르기도 마땅치 않은 구성과 인원수에도 불구하고 연습 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며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의 우승 DNA를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은행은 대표선수들의 복귀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인한 시너지 효과,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는 외부적인 기대와 비시즌 전력 다지기에 대한 확신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충분히 공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내부적인 불안감 속에 시즌을 맞이했다.
올 시즌에도 ‘초전박살’
관건은 초반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초반 9연승을 질주하며 일찌감치 순위싸움을 결정지은 바 있다. 국가대표를 다녀온 선수들이 각 팀에서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초반, 박혜진의 이른 바 ‘미친 활약’이 이어지며 우리은행은 리그 초반을 지배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의 위력은 더했다.
우리은행은 초반 3라운드를 모두 쓸어담으며 개막 이후 16연승을 내달렸다. 이번에는 지난 시즌의 박혜진처럼 확실하게 돋보인 한 명의 리더가 낭중지추의 활약을 펼친 것도 아니었다.
가장 큰 원인은 ‘잘 뽑은 외국인 선수’였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은 통합 2연패에는 성공했지만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이 다른 팀에 비해 확실히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득점원의 역할을 국내 선수들이 맡아야 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국내 선수들 중 임영희-박혜진 등 주 득점원인 선수들은 로테이션 없이 많은 경기를 출장해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샤데 휴스턴이 있었다.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용인 삼성에 합류해 시즌 막판 삼성의 7연승을 이끌며 파란을 일으켰던 휴스턴은 우리은행의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이었다. 이로 인해 임영희의 완전치 않은 컨디션과 부상 회복 중이던 박혜진은 공격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여기에 비시즌 기간 동안 성장한 벤치 멤버들이 확실한 제 역량을 발휘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2년 만에 팀에 복귀한 박언주는 시즌 초 적중률 높은 외곽슛을 앞세워 식스맨 역할을 수행해줬고, 어느덧 중견 선수가 된 이은혜는 웬만한 팀의 주전 1번을 맡아도 부족함이 없을 역량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까지 ‘퓨처스 리그’ 멤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김단비는 2번부터 4번까지를 커버하며 빠른 빅맨에 대한 수비는 물론 외곽 득점력까지 보여주며 우리은행의 선수 운용 폭을 넓혔다.
통합 2연패를 하는 동안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던 우리은행은 이들 벤치 멤버 3인방의 성장과 더불어 관록의 빅맨 강영숙까지 건재함을 과시하며 ‘더블 스쿼드도 가능한 팀’으로 탈바꿈했다.
위성우 감독의 ‘여유’
신한은행의 코치로 6년 연속 우승을 모두 함께했던 위성우 감독의 지도력과 여유 또한 팀을 우승으로 이끈 강력한 힘이었다.
2012-13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에 부임하며 팀의 패배주의를 일신하고 꼴찌였던 팀을 정상으로 이끌어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시켰던 위 감독은 지도자의 위치에서 정규리그를 9년 연속으로 제패하게 됐다.
감독 부임 이후에도 승승장구다. 우리은행의 통합 2연패는 물론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세대교체를 통해 특유의 스피드에 높이까지 더한 일본을 넘지는 못했지만 지난 2013년, 제25회 FIBA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두 번이나 누르며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선수권 티켓을 얻어냈고, 지난해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이끌었다. 계속된 승리의 경험은 위 감독에게 여유를 선물했다.
위 감독은 시즌 초반 16연승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라며 의미를 두지 않았다. KB스타즈를 상대로 시즌 첫 연패를 당했을 때에도 “몇 번을 이겼는데 3번 졌다고 선수들을 탓할 수 있겠냐”며 여유를 보여줬다.
팀이 독주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 팀이 농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친 위 감독은 경기 운영은 물론 시즌 운영에서의 여유도 함께 찾으며 이번 정규리그를 큰 무리없이 정상으로 이끌었다.
확실한 강팀으로 자리매김
‘우리는 강팀이 아니다’라는 위 감독의 주장은 ‘한 번만 어긋나면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통합 2연패를 달성하는 내내 강조한 위 감독의 억척스러운 주장은 우리은행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초반의 16연승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우리은행 선수들은 “잘 나갈 때 벌어놔야 나중에 힘들지 않을 것”이라며 연승에 도취되지 않았다. ‘패배한 경기에서는 나무라지 않고, 승리한 경기에서도 잘못된 점은 짚고 넘어간다’는 위 감독의 주관으로 오히려 연승하는 내내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26경기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우리은행은 결정적으로 약팀에게 더욱 혹독한 모습을 보여줬다. 26경기에서 단 5번을 패하는 동안 2위 신한은행, 3위 KB 스타즈에게 패배를 당했을 뿐, 4~6위를 차지한 나머지 세 팀에게는 각각 6전 전승의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소위 ‘양민학살’이다. 그러나 순위가 낮은 팀을 상대로 단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모든 스포츠에서 우승팀들이 보여줬던 공통된 모습이다.
또한 통합 2연패를 통해 이기는 법을 터득한 선수들의 ‘승리 DNA’는 확실하게 팀의 경기력으로 승화됐다. 상대의 추격에 흔들리지 않았고,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고, 내주지 않는 강력함에서도 다른 팀과의 비교를 거부했다.
사진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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