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중장기비전 보고서인 '비전 2030'을 놓고 정국이 시끄럽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1100조원에 달하는 천문적인 재원이 소요되는데 구체적 재원 마련없이 비현실적 '장미빛 비전'만 제시했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비전 2030에 대한 비판이 다소 왜곡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나 '재원 문제'만 지적했지, 이번 장기비젼의 방향이 올바른지에 대한 비평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비전 2030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꺼리'로 이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비전 2030을 비판하기 이전에 정부의 발표 배경을 먼저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논란 끝에 비전 2030을 발표한 것은 더이상 중장기 전략에 대한 논의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닥쳐오고 있는 위기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함께 해결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저출산·고령화는 심각한 상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작년에 1.0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며 총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는 저성장을 초래하는 등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트리고 연금·의료보험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설명이다. 양극화는 외환위기 이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를 가장 낮은 1분위로 나눈 배율은 지난 97년에는 4.49배였으나 작년에는 5.43배로 올라갔다.
전체 가구에서 중위소득 50% 이하인 가구의 비율인 상대빈곤율은 작년에 18.0%로 OECD 평균 10.2%(2000년기준) 보다 훨씬 높았다. 양극화 심화는 사회적 신분의 상승 기회를 박탈해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사회적 갈등으로 분출될 수 있다.
게다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성장을 가로막게 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더욱이 세계화와 정보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세계 모든 국가가 단일시장으로 통합되고 있는 데다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 등이 급성장하고 있어 세계 국가들은 이미 무한경쟁에 들어갔다.
한국이 이런 세계적 흐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3류 국가로 전락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그 동안 중장기적이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이나 비전은 제시되지 못했다. 정부가 그 동안 내놓은 대책들은 현안 해결에 급급하거나 단편적 내용에 머물렀다.
그러나 선진국들 대부분은 20∼30년의 장기비전을 갖고 있고 심지어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도 중장기 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고작 5년 단위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만드는데 머물렀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비전 2030의 발표 배경을 이해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비전 2030의 방향이 올바르며 세부추진 과제가 현실적으로 수립돼 있는 지를 꼼꼼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엔 우리 국민 모두가 누릴 혜택인 만큼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비전 2030은 몇년 뒤를 준비하는 단기정책이 아니다, 20년뒤를 준비하는 것인 만큼 돌출변수가 많다.
20년 뒤의 장기비전을 재원 문제로 소모전을 벌인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단적인 증거다. 선진국이 우리가 부러워하는 복지 혜택을 누리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이 복지 혜택을 만들어 낼 만큼 성숙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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