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지금은 시절도, 경영 환경도 우리에게 녹록지 않다. 이럴 때는 모든 조직원이 합심해 목표를 새로이 하고 한곳을 바라보며 소통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한창수 신임 사장은 지난 2018년 9월 취임식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당시 아시아나는 기내식 공급 지연과 항공기 정비 지연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고, '소통하는 기업 문화' 구축을 거듭 강조했던 것 같다. 당시의 취임 일성은 지금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 그리고 '소통'을 타인에게만 강요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 1988년 취항한 이래 31년간 고속 성장해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양대 항공사로 우뚝 선 국내 2위 아시아나항공은 결국 경영 악화로 '종합부동산그룹'을 표방하는 HDC현대산업개발(HDC)의 품에 안기게 됐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아시아나가 매물로 나오게 된 원인은 부채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나는 몸집을 줄여야 했고, 새 주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이른바 '변화'와 '개혁'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아시아나 그룹 수뇌부가 그동안 신세를 진 이들을 배려한 인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아시아나는 부랴부랴 "인사 난 자리가 소위 말하는 '꿀보직'이거나 특혜를 받은 곳도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다른 직원들의 상실감을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바뀐 주인을 기다리는 아시아나의 행보를 둘러싼 대중의 싸늘한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여론의 등을 돌린 것은 '갑질 이메일' 의혹이 결정적이었다.
코로나 19 확산 후폭풍 속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행사에 참석하려는 여행사에 현명하게 판단하라며 압박하는 이메일을 보내 물의를 빚었는데 과연 이번 한번 뿐일까라는 합리적 의구심을 낳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과와 함께 "의욕이 앞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일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을 뿐, 대한항공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과거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고 있다. 사실상 '윗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의 아들 2명이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에서 특혜 논란이 제기되고, 비난의 화살은 한 사장으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인데다 최근 코로나 19 확산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어서 항공사 안팎에서도 '생뚱맞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아시아나의 행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한 직원은 블라인드에 "월급 사장인데 둘째 아들 일반직 취업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카드회사 다니던 첫째 아들까지 운항 인턴으로 급하게 일정 당겨가며 채용시켰다"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아들에 대한 임원면접에 사장이 직접 들어가서 채용했다", "아버지가 사장인 회사에 지원했을 때 채용 과정에서 인사팀이 그걸 모르겠느냐. 일반직원도 다 아는데 특혜가 없겠느냐. 지원과 동시에 합격인 셈"이라는 글도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백명의 생명을 책임지는 운항 승무원이 실력과 능력 없이 오로지 부모 '빽'으로 입사 가능하다는 사실은 자칫 외부인에게 조직에 대한 큰 신뢰 훼손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직원은 "오너 집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한 사장은) 오너 일가도 아니고 월급쟁이 사장인데 아들 두명 다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에 후다닥 꽂아 넣은 대단한 분"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아시아나 홍보실은 이 같은 비판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홍보실 관계자는 "둘째 아들은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 중이며, 근무 강도가 높은 항공기재팀에서 근무 중이다. 입사한지 3년이 넘었다"고 했다. 또 첫째 아들에 대해선 "2월 초 운항승무원으로 입사했으며, (비행) 면장 소지자로 비행시간 등도 다 충족되는 등 공정한 선발 절차를 통해 입사했다"며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시아나가 '주인 없는 과도기' 속에서 내부적으로 크게 요동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부정적 요인'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적 행보는 물론 아니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같은 날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자구안을 내놓았다. 자연스럽게 국민적 관심은 '아들 채용 의혹' 보다는 '비상경영' 쪽으로 쏠려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 38명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특단의 고육책까지 나온 이번 '자구안'에 대해선 '생존을 위한' 구체적 그림을 보여줬다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고, '진정성이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결국 이제 남은 것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용 절감 및 수익성 개선에 어떻게 나설지에 대한 과정과 결과물이다. 경영진부터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를 피력했지만 어떻게 실천적 움직임을 선보일지는 아직 모른다.
이 시점에서 2018년 9월 "지금은 시절도, 경영 환경도 우리에게 녹록지 않다. 이럴 때는 모든 조직원이 합심해 목표를 새로이 하고 한곳을 바라보며 소통해야 한다"는 한창수 현 사장의 일성은 다시 한번 특별하게 들린다.
2월 17일은 아시아나 창립기념일이다. 그런 뜻깊은 날 포털사이트 순위에 부정적 내용으로 '아시아나 항공'이 오른 것을 한 사장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42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매출액은 7조 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837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아시아나가 악재를 만났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임원진들과의 면담을 진행하다 돌연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수 사장은 '아들 문제'에 대한 내부적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까. 국민이 한 사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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