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가. 도서관을 찾아가라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06-29 16: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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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의 세상읽기]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인류 문명은 인간의 힘으로 발전되어온 것인데, 문명발전을 이끄는 것은 ‘모든 인간’이 아니라 지금보다 앞선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보다는 나은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문명을 어제보다 한 걸음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함으로써 인류 문명은 진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투시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투시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상상력이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책에 의해 개발되었다. 현재나 과거에 있었던 사람들이 만든 책이 바로 미래에 대한 투시력을 갖게 만든다는 것은 아이러니지만,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세계와 그 이후의 세계를 극명하게 바꿔놓은 대표적인 인물로 에디슨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그가 등장하기 전의 세계는 밤이면 어김없이 어둠에 싸였으나, 그가 살고 간 후의 세계에는 밤을 대낮같이 밝히는 전깃불이 존재하고 있다. 그가 등장하기 전의 세계에서는 한번 지나간 소리는 다시 들을 수 없었지만, 그가 살고 간 후의 세계에서는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축음기가 존재했다.


과연 그가 미래를 창조하는 능력은 어디서 얻어진 것이었을까. 그가 어려서부터 많은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답이 될 것이다. 그가 기초적인 산술조차 이해하지 못하여 학교 문턱에서 퇴학당했다는 얘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아들을 데리고 돌아온 어머니는 그를 무릎 앞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책에 흥미를 느낀 것이 이 천재의 잠재력을 현실로 끌어낸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책 속에는 자신의 상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 속의 이웃 어른들이나 학교나 친구들과는 달리 그가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선대의 지식과 상상과 체험과 이론들이 있었다. 그는 과학서들만이 아니라 많은 역사서에도 재미를 붙였다. 현대까지도 불멸의 고전으로 꼽히는 시어즈의 세계사라든가 기번의 로마제국흥망사, 흄의 영국사 같은 책들이 애독서였다. 동양 고전으로 치면 사서삼경이나 사마천의 사기에 버금가는 걸작들이다.


마침 그는 청력에 문제가 있었다. 한창 나이 때는 거의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여서 결혼 무렵 데이트를 할 때는 영화를 보는동안 그의 약혼자가 무릎 위에 손가락으로 모스부호를 두드려 대사 내용을 전달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것을 자주 ‘축복’이라고 말했다. 귀가 어두우니 불필요한 잡담에 끼느라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그만큼 연구나 독서에 몰두하기가 좋았기 때문이라나.


21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성공적 지성인의 하나로 오프라 윈프리를 꼽는 사람도 많다. 그녀 또한 독서의 힘으로 탄생한 지식인이다. 그녀는 1954년 남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18세 흑인 소녀의 몸에서 아버지도 없이 태어났다. 미국에선 아직 흑인 인권운동이 불붙기도 전. 어린 시절이 얼마나 참담했을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끊임없이 얻어맞고 무시당하면서 성장하는 동안 그녀에게 희망이나 미래는 없었다. 마약을 하고 폭식으로 100Kg 넘는 거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절망을 딛고 미국 내에서 수천만 시청자를 가진 토크쇼의 진행자가 되었다. 이 방송은 세계 100여개 나라에 재방송되고 있으며, 그녀는 도움이 필요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자기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할 뿐 아니라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자선재단을 만들어 직접적인 도움도 주고 있다. 그녀의 인생을 이렇게 바꿔놓은 것은 역시 독서였다. “책을 통해 나는 인생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세상에 나처럼 사는 사람이 또 있다는 걸 알았다. 독서는 내게 희망을 줬다. 책은 내게 열린 문과도 같았다.”


책은 사상가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존경받는 기업인이나 발명가, 정치가, 심지어 성공적인 전쟁영웅들 또한 독서에 관한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나폴레옹이 말 위에서도 책을 읽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20년 전 삼성그룹에 대개혁을 선언했던 이건희 회장도 소문난 독서가다. 그는 당대 세계적 석학들의 저술을 하나 빼놓지 않고 섭렵하면서 21세기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안목을 열었다. 진공관의 기술을 벗어나지 못하던 모니터 부문을 과감히 전자부문으로 이관한 것도 그 아래 학벌 좋은 경영진이나 연구진의 조언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서였다. 이러한 결단으로 한국의 삼성은 세계의 삼성으로 발돋움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독서도 유명하다. 고립된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그는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시간 책을 집중해 읽었다. 시간을 활용해 지식을 쌓는 일 뿐 아니라 책을 통해 정신적 외로움과 좌절감을 극복했다. 학술서와 문학서를 병행해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목표를 다졌다.


그러고 보면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진실이다. 책은 미래를 꿰뚫어 보여주는 마법상자요, 여리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주는 멘토요, 무너진 자존심과 인격을 일으켜주는 치료제며 영양제와도 같다.


시기가 힘들다. 힘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마을의 공공 도서관을 찾아 가십시오. 아무런 대가 하나 요구하지 않고 당신의 손을 잡아 일으켜줄 책 속에서 위안과 지혜와 미래의 꿈을 찾아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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