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첫 걸음 내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진정성 의심받는 까닭

최봉석 / 기사승인 : 2020-02-06 11: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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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과거지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는 '불법승계' 또는 '피의자'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파헤쳐온 검찰이 지난 4일 '2인자'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을 불렀는데 매우 적나라하게 현 상황을 요약하자면 '수사의 끝'은 사실상 이재용을 향하고 있다.


52세 이재용 부회장을 수식하는 이러한 단어들은 지난 2010년 사장 취임 이후 그의 인생 내내 붙어 다니는 수식어였으나 좀처럼 이를 극복하지 못한 '족쇄'이기도 하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마침내 첫 회의를 열었다. 한달 만의 첫 회의다. 여러 현안들이 오갔지만 그룹 7개 계열사의 대외 후원금 지출과 내부거래를 사전에 검토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변화의 구심점'이 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구체적으로 그룹 7개 계열사는 대외적으로 후원하는 돈과 내부거래에 대해 위원회에 사전 또는 사후 통지해야 하며, 합병과 기업공개를 포함해 관계사들과 특수관계인 간 이뤄지는 각종 거래와 조직 변경도 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삼성그룹과 준법감시위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검찰의 수사를 의식한 행보로 읽히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경제범죄형사부는 최지성 전 실장이 이재용 부회장 승계작업에 유리하도록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을 부당한 비율로 합병하고, '뒷수습'을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이 이뤄진 과정 전반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검찰은 또 같은 날 당시 최 전 실장을 보좌한 미전실 핵심간부, 장충기 전 차장(사장)의 3차 조사도 진행했다.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와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조사는 이미 마쳤다. 사실상 다음 소환 예정자는 '피의자 이재용'일 확률이 100%다.


이재용 부회장은 출소한 지 2년이 지났다. 경영 위기도 나름대로 극복했다. 하지만 다른 경제인 중 가장 '정치에' 휘둘리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세대 교체 선봉장으로 격전지를 찾아 다니며 지혜와 지략을 쏟아내고 있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여전히 그를 따라다니는 그림자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 그는 '뉴 삼성'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각종 악재를 극복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지만, 이런 기업으로서 표면적 성과와 요인을 제외한다면 정치에 잘 휘둘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은 사법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서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3년간 18조원 투자, 그룹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을 밀어붙였고, 또 이에 대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리고 급기야 준법 감시위원회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준법 감시 조직 강화 등 가장 큰 변화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한국 재계를 이끌어가는 기업인'으로 보기 보다는 사법 리스크의 덫에 걸린 '부모 잘 만난 엘리트'라는 냉소적 시선을 여전히 보내고 있다.


결국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도약으로 가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의식한 듯 위원회는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회사가 요구나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유를 적시해 위원회에 통지해야 하고, 재권고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않을 경우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공표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삼성의 준법감시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재용과 그 사단(?)의 약속이 자칫 신기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준법감시위원회가 정말로 준법경영문화 조성에 의지가 있다면, 30여년이 넘게 지속되어온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하며 '무엇이 달라져야 할 지는 이재용이 제일 잘 알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에서 발송한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삭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재용과 준법감시위가 이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그룹의 변화와 개혁'은 진정성이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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