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지위에 의심을 받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던 불편한 진실이었다. 이는 아시아 무대에서 거둔 초라한 한국 축구의 성적표가 증명하고 있다.
한국 축구, 아시아 무대 잔혹사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축구 대회에서 2회 대회였던 1960년 이후 무려 반세기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로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최다 우승 횟수에서도 4회 우승을 차지한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해 3회 우승을 차지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게 추월을 당한 상태다. 월드컵에만 초점을 맞추고 아시안컵을 등한시한 결과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가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8월 14일 발표된 우리나라의 FIFA 순위는 57위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44위를 차지한 일본은 물론 이란(48위), 우즈베키스탄(51위), 요르단(56위)에 이어 5위다. 더 이상 ‘맹주’라는 이름을 자처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시안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겨냥한다며 ‘탈(脫) 아시아’를 선언한 일본은 일찌감치 아시안게임에 23세 이상의 선수 3명을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를 선발하지 않았음에도 2002년 은메달과 2010년 금메달의 성과를 얻어냈다.
반면 우리 대표팀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28년간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심지어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고, 세 번의 동메달 획득이 가장 좋은 성과였다. 토너먼트의 특성과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할 때 이러한 결과에 대해 나쁘다고 비판만 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 맹주’라는 명예를 놓고 보자면 ‘28년 노 골드’는 분명 아쉬움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은 12년 만에 다시 조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기필코 금메달을 찾아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신욱은 그러한 우리 대표팀의 의지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선수다.
김신욱의 키워드는 희생과 겸손
196cm의 장신 공격수인 김신욱(울산현대)은 지난 시즌 K리그 MVP에 선정되며 국내 무대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인정을 받았고,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도 선발됐던 최정예 멤버다.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골키퍼 김승규(울산현대), 전천후 미드필더 박주호(마인츠)와 함께 와일드카드로 선발됐다.
대표팀 공격에 화룡점정을 담당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레버쿠젠)이 소속팀의 일정으로 인해 합류가 불발되면서 김신욱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일,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김신욱은 자신이 직접 해결하기 보다는 희생을 통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희생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나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나보다는 항상 팀이 우선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김신욱은 스스로에 대해 역대 와일드카드 중에서 ‘가장 부족한 선수’라며 몸을 낮췄다. 장신임에도 높이와 함께 발기술을 갖추고 있는 위력적인 공격수인 김신욱은 지난 시즌 K리그 대상 MVP와 함께 베스트 11과 팬들이 직접 뽑은 ‘팬타스틱 플레이어상’을 휩쓸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눈앞에서 팀의 우승을 놓치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해야만 했다.
김신욱의 소속팀이었던 울산 현대는 2위 포항에 여유 있게 앞서며 리그 우승이 확정적이었지만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추격한 포항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하필 맞대결로 펼쳐진 리그 마지막 경기 추가 시간, 포항의 김원일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울산은 다잡았던 우승컵을 내줘야 했고, 울산 공격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던 김신욱은 경고 누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포항과의 마지막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우승을 놓친 상처는 그 누구보다 컸을 것이다. 하지만 김신욱은 누구보다 성숙했다.
“우승을 하지 못한 것 보다, 열심히 뛰고도 힘들어하는 우리 선수들과 그라운드에서 함께 힘들어해줄 수 없다는 게 더 아프고 힘들었다”는 것이 당시 김신욱의 소회였다. 김신욱은 지난 시즌 3관왕을 차지하고도 “큰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받은 선물”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수 출신으로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포지션을 바꾼 후 일취월장하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우뚝 선 김신욱은 여전히 겸손함과 부족함을 말하며 발전에 대한 목표를 말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박)주호 형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데, 맏형이라는 존재가 편하고 즐겁기만 한건 아닌 거 같고, 선배인 만큼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습니다. 팀을 위하는 마음가짐으로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988년 생으로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선수들 중에서는 박주호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그런 만큼 책임감도 강해졌다. 김신욱은 NFC에 합류하는 아시안게임 대표선수들 중 유일하게 정장 차림으로 입소했다. 대표선수는 옷차림 하나에서부터 모두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의 지도방침을 스스로 실천한 것이다. 또한,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에는 지난 2002년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의 경기도 보고 왔다.
“당시 선배들에게도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한테는 김승규라는 최고의 골키퍼가 있습니다. 승부차기까지 가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A조에 포함된 우래 대표팀은 오는 14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라오스와 조별 예선을 갖는다. 조 2위까지 16강에 올라 크로스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8강까지의 대진은 우리 대표팀에게 그다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무래도 일본, 이라크 등과 상대할 가능성이 높은 8강 이후가 진검 승부일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힘든 시간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의 중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저는 물론, 선수들도 모두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 모두 하나로 똘똘 뭉쳐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사진 : 뉴시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