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충주시장 시절 이야기다. 필자는 시장 취임 후 평균 2주일에 한번정도 음주운전을 한 시청 공직자들에게 징계를 하는 사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음주운전을 하면 면허취소에 벌금300만원이 부과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무원은 또다시 승진유보등 공무원만의 또 다른 징계가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로 음주운전을 한 사람들은 죽을 맛이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이 그치지를 않았다. 음주 운전을 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 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처벌하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하루는 필자가 시장취임 이후 음주운전을 하여 징계를 받은 직원들을 모두 저녁에 초대하였다. 불참자는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하였다. 어리둥절하며 출장을 간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가 참석하였다. 저녁을 곁들여 술잔이 오가며 좌석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무르익었다.
“음주운전까지 하시는걸 보면 모두 술은 잘 드시죠? 저는 잘못합니다만 오늘 폭탄주로 술 한번 거나하게 마셔 봅시다!”하며 필자가 폭탄주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시장부터 먼저 마시고 연속으로 돌아가며 소폭(소주에 맥주를 섞은 술)을 마셨다. 12잔쯤 돌았을까 한 직원이 토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술잔을 돌리다간 사고가 날까 싶어 폭탄주 돌리는 걸 멈추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신권 지폐를 꺼내 벌금을 시상하겠노라고 선언하였다.
벌금을 내는 게 통례지 벌금을 시상한다는 말에 갑자기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시선이 필자에게 집중되었다.
“충주 어디를 가나 택시비나 대리기사 비용이 1만원이면 충분하죠?”하는 말에 모두 술도 한잔 했겠다 힘차게 “네”하고 대답하였다. “지금부터 한사람에게 벌금 3만원씩을 시상하겠습니다. 1만원은 대리기사비, 1만원은 마나님 선물비용, 1만원은 뗘먹으라”고 농담을 하였다. 그리고 교통비 3만원씩을 일일이 나누어 주었다.
“내일 부터 술 마실 일 있으면 마음껏 드십시오. 그리고 다음날 시장실로 오면 반드시 오늘같이 3만원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술 마시고 운전만은 절대하지 마십시오. 음주 후 대리기사 비용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음주운전으로 징계사인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폭탄주 20잔씩을 벌주로 드리겠습니다. 저랑 폭탄주 20잔 이상 마시고 싶은 사람은 음주 운전하라”며 농담을 하였다. 좌중에 폭소가 터지며 박수소리가 요란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웃으며 헤어졌다.
그날 밤 필자는 거의 죽다가 살아났다. 난 생 처음으로 술을 가장 많이 마신 날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그 다음 날부터 교통비 3만원이 든 봉투를 항시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통비를 받으러 시장실로 오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물론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징계사인을 하는 일도 없었다. 더 신기한 것은 직원들에게 현금을 나눠주었는데 “공직선거법 상시기부행위금지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되지도 않았다.
잘못하였다고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직원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먼저 이해하고, 생각을 바꾸어 대책을 찾아보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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