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저 운림은(窈彼雲林) 푸르고 깊숙하네(靑?深沈). 여기서 놀고 쉬며(於焉游息) 나의 마음을 즐기노라(聊樂我心)”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이 강진에서 해배 후 열수(洌水; 한강)에 돌아와 고향 친구·형제 등 19명을 만나 회포를 풀며 지은 ‘열수선유시권(洌水船游詩卷)’의 서문에 이은 첫 수다. 이는 한강에서 뱃놀이를 하고, 사천사(斜川寺)에서 놀면서 쓴 것으로 사언사구 시를 중심으로 48수에 이른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강진군·단국대와 공동으로 기획, 16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서예박물관에서 ‘정약용 탄생 250주년 특별전-천명(天命), 다산의 하늘’을 열고 이 시가 수록된 총 길이 20m에 이르는 긴 두루마리형태의 작품을 최초로 일반에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개인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등의 소장품을 모았다. 학문과 사상을 밝히는 친필 저술, 시(詩)·문(文)·서(書)·화(畵) 등 문예작품, 학맥·가계·사우·문인 등 교유관계 유물과 자료 150여점으로 이 가운데 50여점은 대중에 최초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특히 다산가장본 ‘목민심서’는 1902년 광문사에서 연활자로 찍은 책의 저본이 된 정고본(定稿本)이다.

‘열초(洌樵) 산수도’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열초’를 필명으로 쓰고 있는 동아대박물관과 서강대박물관의 같은 계열 작품도 함께 보여 준다. 다산과 정조대왕의 직접적인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미어명주시사진첩(己未御命朱詩寫進帖)’, 다산시문집 14권 ‘기(記)’에 수록된 ‘오객기(五客記)’ 등도 첫 공개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중용강의보’, ‘중용강의보’, ‘악서고존’ 등 10여건 30여점은 다산이 직접 소장했던 가장본으로 1925년 을축 대홍수 탓에 다산 생가에서 흩어진 이래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공개되는 유물이다. 얼룩이 배인 것은 을축 대홍수 때문이다.
시·문·서·화 관련 작품 등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와중에 김정희 작 ‘노규황량사’, ‘정황계첩’, 윤정기 작 ‘동환록’ 등 교유관계와 제자들의 필적, ‘증원필첩’, ‘현친유묵’ 등 가계와 학맥관계 유물 등도 있다. 다산의 시기별 초상화 6점도 볼 수 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큐레이터는 “다산 탄생 250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다산의 저술·시문·서화·유물은 물론 가계·교유관계 인물까지 총망라해 집대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상 초유”라고 소개했다. 그는 “1936년 다산 서거 100주년을 기해 ‘여유당전서’를 편찬해냈지만 실제 유물로 다산의 전모를 조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서울에 이어 강진 청자축제 기간인 7월28일부터 8월5일까지 강진 다산기념관에서 이어진다. 02-508-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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