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이 대회 결승에 올라 우승을 노렸지만,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무승부로 마쳤고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아쉽게 우승컵을 내줘야 했던 최용수 감독은 1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약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감독 대행 시절부터 지도자 생활을 모두 돌아봤을 때, 오늘이 가장 슬픈 승리입니다. 포항의 황선홍 감독과의 경쟁을 통해서 내가 발전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지난 5월 28일 이후, 우리는 한 팀만을 생각했습니다. 이 대회의 승리만을 바라봤고, 지루한 경기도 예상했습니다. 이길 수 있다는 믿음으로 180분 내내 임했습니다. 선수들은 4강까지 올라올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토너먼트는 내용보다 결과로 승부를 내야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누가 됐든, 우리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갈 길을 계속 가고 싶습니다.”
포항과의 치열한 승부를 승리로 이끈 후, 그라운드에서 열정적인 세리머니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눈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는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지난 대회 정상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아쉬움과 우승에 대한 강력한 열망보다는 그저 한 경기 승리에 대한 기쁨과 고비를 넘겨준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컸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약해진 FC서울의 전력 때문이다.
주력이 사라진 FC서울
FC서울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데얀을 중국의 장쑤로 떠나보냈고, 하대성 역시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시켰다. 아디는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데얀과 하대성, 아디는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에서 오랫동안 FC서울의 중심 역할을 해왔던 주축 선수들이다.
FC서울 득점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평가를 받던 데얀은 FC서울에서 2008년부터 6시즌 동안 194경기를 뛰며 122골 33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2011년 몰리나의 합류 이후에는 이른바 ‘데몰리션’ 콤비를 형성하며 K리그에서 가장 파괴적인 공격 듀오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다. 데얀이 팀을 떠나자 남아있는 몰리나의 위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팀의 주장을 맡았던 하대성과 30대 후반까지 그라운드를 열정적으로 누볐던 전천후 수비수 아디의 공백은 FC서울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FC서울은 시즌 초반 10위권으로 주저앉으며 강등권까지 떨어지는 처절한 상황을 맞이했다. 최용수 감독은 “힘든 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고 말하면서도, 시즌 초반의 상황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예상은 했지만, 진정한 지도자의 능력은 이런 때에 나오는 것이라고 스스로 채찍질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들도 정말 힘든 전반기를 보냈고, 사실 제 착오 때문에 선수들이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하기도 해 선수들한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FC서울은 주저앉지 않았다. 부진한 리그 성적에도 불구하고 AFC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탈락 없이 버텨나가던 FC서울은 과거의 에이스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를 채우는 법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FC서울이 FA컵 16강전과 AFC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마주한 상대는 포항스틸러스였다.
포항은 지난 시즌 한국프로축구사상 최초로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외국인 선수를 단 한명도 수혈하지 못하며 달갑지 않은 ‘쇄국축구’를 지속하게 된 상황에서도 시즌 상반기 선두 질주를 이어간 전통의 강호. 그러나 FC서울은 가장 ‘핫’한 상대였던 포항을 지난 7월, FA컵에서 제압했고, 40일 만에 다시 만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리했다.
두 번 모두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거둔 승리였다. 프로 경험이 채 10경기 남짓한 20대 초반의 골키퍼 유상훈의 눈부신 선방이 돋보였다.
“골키퍼가 가장 머리 아픈 포지션입니다. 우리 팀에는 베테랑 골키퍼인 김용대가 있고, 또 최근 경기에서 놀라운 선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토너먼트에서는 경험이 중요하죠. 그래서 포항과의 8강전 하루 전날까지도 골키퍼 선발을 결정하지 못해서 잠을 못 잤습니다. 결국 (유)상훈이로 결정을 하고, 상대의 전력과 우리 팀 수비에 대한 믿음 등 여러 가지를 봐서 상훈이를 선택했다고 용대한테 말했는데 용대도 흔쾌히 이해를 했습니다. 용대를 통해서 상훈이도 더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6일, 포항과의 FA컵 16강에서 승부차기 선방을 선보였던 유상훈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는 한 술 더 떠서, 승부차기에서 나선 포항의 키커 세 명의 슛을 모두 막아버렸다. 최용수 감독은 물론 포항의 황선홍 감독도 선수 시절을 포함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던 장면이다.
“큰 경기에서는 아무래도 습관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 1,2번 키커(황지수, 김재성)의 경우는 코치진에서 상훈이에게 방향을 가르쳐줬습니다. 반면 상대 3번 키커였던 박희철은 데이터가 없어서 그냥 운명에 맡겼는데 그것도 막아냈죠. 방향을 안다고 다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상훈 선수가 페널티킥 방어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많은 노력을 보여준 코치들에게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배부른 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최용수 감독은 승리로 인해 더 많은 고민을 떠안게 됐다. 치열한 순위 다툼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과 함께 FA컵 4강, 그리고 정규리그까지 모두 3개의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지, 아니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확실한 타겟의 설정을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마음속으로 정해놓았습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우리 선수들이 의외로 제가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놓아버렸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토너먼트도 중요하지만 리그에서 B그룹으로 떨어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선수들을 믿고 자신 있게 할 생각입니다. 이미 선수들 사이에 모두가 주전이라는 생각이 잡혀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골고루 기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FA컵 보다는 스플릿A에 근접한 리그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난해에 놓친 아시아 정상 자리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해 준우승에 대해 ‘한’이라고 표현하며 “정상을 향한 열정이 선수들 가슴 속에 가득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분명하게 말했다.
“ 어려운 가운데 많은 것을 보여줬고, 또 우리 팀의 진정한 모습은 8월 이후라고 생각했고, 우리에게 가을은 항상 수확의 계절이었습니다. 우승을 하지 못한다 해도 지금까지 해 온 선수들과의 과정과 노력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정말 힘들게 시작한 시즌이었지만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시즌 마지막까지 도전자의 자세로 임할 것입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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