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실에 부딪혀 포기당하는 것이 없도록

김시우 / 기사승인 : 2020-07-02 16: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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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지난해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2030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혼과 출산은 인생에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6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러한 생각에는 여러 배경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관 전문가그룹은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로 취업 자체도 어려운 데다 취업하더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의문이 들었다. 금전적인 문제, 일자리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 것일까. 저런 문제라면 포기당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 청년들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채용공고조차 보기 힘든 현실이다. 설사 지원을 해도 높은 경쟁률로 인해 서류 전형을 통과하지 못해 면접조차 본 적이 드물다는 취업준비생도 많다.


물론 코로나19가 소멸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미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부터 계속 존재했던 일이다. 이런 현실을 보니 자신의 가치관을 제외하면, 현재 닥친 상황이 무엇이든 포기하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는 유감이 든다. 미래의 꿈보다 당장 현실의 안위가 더 절실하다니, 현재 청년들의 ‘비애(悲哀)’다.


이러한 현실에 부딪힌 청년들을 아우르는 단어도 많다. 보통은 부정적인 뜻이 담겨있다.


대표적인 3포세대(三抛世代)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칭하는 단어다. 이 세 가지도 이루기 힘든 마당에 현재는 가지 수도 늘어났다. N포세대의 청년들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했고, 꿈과 희망도 없다.


어차피 취업을 못한다는 생각에 채용공고가 올라와도 지원조차 하지 않는 20대 청년층도 늘어났다. 이들은 가리키는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일하지 않고 또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비슷하게 ‘달관세대(達觀世代)’라는 말도 있다. 일본 ‘사토리 세대’에서 시작된 말로, 역시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이미 좌절한 청년들이 희망도 의욕도 없이 무기력해진 모습을 말한다.


이밖에도 어려운 취업과 실업은 ‘이태백’이라는 단어도 만들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줄임말로, 20대 취업난이 심각함을 가리킨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에는 청년층(15~29세)실업률은 10.2%로 전년 동월 대비 0.3%p 올랐고, 고용률 또한 1.4%p 떨어졌다. 청춘을 즐길 여유도 없는데 일자리 구하기는 갈수록 어렵다.


이 상황에서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다. 청년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일주일 만에 무려 25만여명을 넘어섰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웬만한 스펙을 쌓아도 들어가기 힘든 ‘신의 직장’이니 공사 취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 또한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정부와 여당 의원들은 “공사 사무직 신규 채용과 관련이 없다, 목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있다”며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지만, 일자리마저 더욱 불평등하고 불공정해진 시대를 마주한 청년들은 해명조차 기가 차는 일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등 이유는 그럴듯하게 만들고 ‘로또채용’에 대해서 단지 가짜뉴스라고 치부하니 궤변이 따로 없지 않나.


청년들의 희망이 사라진 나라에 미래는 없다. 포기하기 바쁜 청년세대의 아픔에 기성세대가 공감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 가는 배려가 매우 절실하다.


희망의 끈마저 놓아버린 현재 청년들과 후 세대들이 진짜 ‘N포 세대’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도 청년을 위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청년들이 현실에 부딪혀 포기 당하는 것이 없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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