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알맹이 없는 소통이 불러온 오해

김시우 / 기사승인 : 2020-06-25 10: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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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시우 기자] 환경부가 최근 재포장 규제로 인해 논란에 휩싸였다.


환경부는 지난 1월29일 제품 판촉을 위한 1+1 행사나 묶음 상품 등에서 나오는 과대포장을 방지하기 위해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을 개정 공표했다. 그리고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이에 내달 1일 시행될 법령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 18일 재포장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재포장 규제는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이기 위해 일단 포장돼 생산된 제품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재포장해 제조·수입·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은 그간 불필요하고 과도한 재포장 된 상품으로 인해 포장폐기물 발생이 급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폐기물 남용 방지를 통해 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가진 ‘포장 제품의 재포장 금지제도’가 예정된 시행일을 열흘도 채 안 남긴 상태에서 2021년 1월로 6개월 연기됐다.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이 일부 언론을 통해 마치 유통·식품 기업들의 묶음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취지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왜곡된 개정안으로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탁상공론식 정책”, “무능한 정책”, “사람보다 환경이 먼저냐”는 반응이 많았다.


논란에 대해 환경부는 “할인 판촉 자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판촉 때 해당 상품 여럿을 한 번에 비닐로 다시 포장하는 등 불필요한 포장 행위만 금지하는 것”이라며 해명했으나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팩트는 환경부가 묶음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 잘못 알려진 것처럼 묶음 할인 판매가 완전히 불허되는 것은 아니고 판촉행위 및 가격 할인도 기존대로 가능하다.


식음료를 재포장해서 묶음 판매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띠지로 묶어서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 또 식품·유통업체들의 반발로 정부가 재포장 금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일각의 추측도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소통이었다.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 취지는 좋으나 정작 소통이 부족해 개정안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소비자들과 언론에 혼란스러움을 가져왔다. 세부 규정이 불명확했고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못한 과정에서 오해와 불만이 생긴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판촉 활동에 소모되는 불필요한 재포장을 막는 규제는 ‘할인 규제’로 인식됐고 불필요한 혼란을 가져왔다. 비닐과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정책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업계와 소비자 등 주변과 알맹이 없는 소통을 해온 결과다.


환경부는 2018년 7월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이어 9월부터 현재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들어왔다고 한다. 사실상 2년 가까운 준비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정교하고 세심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그러나 결과물은 속 빈 강정이 아닌가.


연기된 내년 1월까지 남은 반년은 업계와 소비자 등 주변을 두루 살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환경 정책이 만들어지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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