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부작용도 따져봐야…

최정우 / 기사승인 : 2020-08-19 18: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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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최정우 편집국장]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을 두고 긍정적 효과 이면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는 한마디로 임대차계약 내용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주택을 매매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세나 월세 거래시에도 일정기간내에 실제 거래된 가격을 해당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현재 임대차 계약은 신고의무가 없는 상태다.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오른 때는 지난해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서 나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월세 계약시 30일 이내에 임대 계약 당사자,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등 계약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주체는 중개사무소에서 계약서를 작성했을 경우 임대인(집주인) 또는 공인중개사이다. 또 임대인과 임차인(세입자)이 직접 거래를 했을 경우에는 임대인이 신고해야 한다. 신고치 않거나 신고내용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10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와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올해 말까지 안이 마무리되고 내년 말부터 신고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현재 처리되지 않은 상태이다.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되다 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일부 법률관련 개정안들 가운데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키로 가닥을 잡아놨기 때문이다. 더구나 177석의 거대 여당 정국이 된 상황이어서 21대 국회 통과가 거의 유력시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재발의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은 정부에서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는 ‘‘집 걱정없는 삶, 공정한 시장질서, 편안한 주거환경’을 위한 2020년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주거종합계획은 이미 주정심(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 상태다. 계획에 따르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는 임대차 시장을 조성키 위해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를 도입키로 했다. 도입목적은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키 위한 것이다. 때문에 이 제도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메리트는 임대차 시장이 투명해진다는 점. 그동안 임대수입이 ‘깜깜이’로 관리돼 왔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환영받을 만하다. 임대료가 양성화되는 만큼 세금 등의 문제가 맑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소득있는 곳에 과세있다’는 조세원칙을 감안하면 더욱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제도의 또 다른 장점은 임대차 신고와 함께 확정일자가 부여되기 때문에 세입자가 별도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 즉 변제권 행사도 가능하단 점이다. 임차인이 거래하려는 전월세주택에 대한 시세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제도의 장점으로 꼽힌다. 시세를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의 부작용도 없지 않다. 우려되는 대표적인 부작용은 ‘부동산의 계급화’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빌라, 연립, 다세대가구 등 가구수가 적은 주택은 층수만 알려져도 누가 사는지 드러나게 된다. 일부 부동산 카페와 블로그, 투자카페 등에서는 ‘빌거’, ‘휴거’ 등 은어(隱語)가 나돌고 있다고 한다. ‘빌거’는 ‘빌라에 사는 거지’를 빗대어 사용하는 용어다. ‘휴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친 말이다. 어찌 보면 속어(俗語)에 가깝게 들리기도 한다. LH는 서민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도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소셜 믹스(social mix)’정책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이같은 말이 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소셜믹스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등 서로 다른 사회적 계층을 한 단지에서 살도록 해 계층간 격차는 물론 인식의 차이를 좁혀보겠다는 혼합형 주거 정책이다. ‘빌거’, ‘휴거’ 외에 ‘거지’란 용어가 들어가 있는 ‘OO거’, ‘O거’란 말도 있지만 비하하는 말이 들어있는 것 같아 일일이 열거하고 싶지는 않다.


이 제도 시행으로 우려되는 또 다른 부작용은 임대료 상승이다. 제도 시행전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도 있다. 지난 1989년∼1990년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면서 전월세 가격이 연평균 20%가량 급등했다고 한다.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임대인이 전세를 월세나 반(半)전세로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개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신고를 의무화할 경우 임대인은 소득 노출을 기피할 수 있고 임차인은 개인정보가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계약당사자들의 직거래가 늘어나고, 직거래가 늘어날 경우 이중계약서를 작성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개업계에선 전월세 신고의무를 계약 당사자들에게 부여하는 것이 정확도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와 정책에는 종종 이견이 발생하곤 한다. 사안에 따라 유불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정부측에선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를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가 불러올 가장 큰 파장은 임대료 상승문제이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권대중 교수는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제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임대주택수요에 맞게 공급을 늘리는 것도 임대료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조언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날 경우 주택수급조절이 가능해 임대인이 함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임대료가 오를 경우 그 몫은 임차인이 안아야 한다. 따라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향후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말 그대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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