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코로나19로 재무구조에 중대한 변화 발생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작업 난항...체불임금 250억원 놓고 ‘평행선’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진전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항공업계 인수·합병(M&A) 작업이 이달 내 향방이 갈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 모두 작년 말 각각 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면서 거래 최종 시한을 이달 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거래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지만, 이달 말까지 합의를 보지 못해 종결 시한을 늦추지 않으면 사실상 계약 자체가 무산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양측 모두 인수 포기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어 이달 말을 기점으로 사실상 인수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인수 압박에 HDC현산 "인수조건 재검토" 맞불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결단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에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같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요구에 HDC현대산업개발은 9일 산업은행 측에 인수상황을 재점검하고 인수조건을 재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은 없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상황에서 기존의 인수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이 사전동의 없이 지난 4월 21일 이사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긴급자금 1조7000억원 추가 차입을 승인하고, 부실계열사에 대해서도 총 1400억원 지원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두 달간 약 11회에 이르는 공문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현 재무상태와 전망, 계약 전후 재무상태 차이 이유, 추가자금 차입 규모 산정 근거, 차입금의 사용 용도 등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산이 채권단과의 기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인수 포기설을 흘린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수를 포기할 것으로 관측했다.
정부·금융당국 내에서도 HDC현산 측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플랜B'를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산이 인수 계획을 철회할 경우 채권단은 당분간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하에 두고 추후 업황이 나아지면 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에어부산 등과의 분리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일본항공의 기업회생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하지만 HDC현산이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정부와 채권단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지지부진...체불임금 250억원 걸림돌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 역시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명목상 이유는 해외 기업결합심사의 미승인이지만, 실질적 걸림돌은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국내선·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지난 2월부터 체불 임금만 250억원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임금 체불 해소를 위해 현 경영진과 대주주가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에 책임을 넘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1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이는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지원인 만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딜 클로징을 위해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에 계약금 119억5000만원을 제외한 차액 425억5000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체불 임금 지급 의무는 이스타항공 법인체에 있는 만큼 제주항공이 250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만 이스타홀딩스에 지급하고, 딜 클로징 후 경영진으로서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도 내놓고 있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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