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동양대 진중권 교수

김수정 / 기사승인 : 2014-01-20 10:28:24
  • -
  • +
  • 인쇄
“애플, 삼성보다 패러다임 앞선다”

문화·정치·사회 넘나들며 미학적 관점 제시
미래의 경제학은 ‘미학’…“우리나라 경제의 과제”



[토요경제=김수정 기자] “미학적인 틀로 보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죠. 삼성과 애플의 싸움을 미학의 관점에서 보면, 융합 시대의 경향이에요. 예전에는 기술과 예술이 따로 놀고, 기술이 위였죠. 이제는 디자인이 끌고 가는 경향이죠. 삼성은 기술 특허, 애플은 디자인 특허인데 이 두개의 패러다임이 부딪히는 겁니다.”


문화평론가 겸 미학자인 진중권 교수(51·동양대)는 미학을 대중화시킨 주역 중 한 명이다. 문화, 정치, 사회를 넘나들며 미학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특히, 미학이 대중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1994년 미학 입문서 ‘미학 오디세이’ 1·2권을 내놓으면서 호평을 들었다. 고대·중세·근대 예술의 미학사와 네덜란드 판화가 에셔, 고대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상 대화로 미학 개념의 이해를 돕고(1권), 철학자 헤겔,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연 세잔·피카소·마티스·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를 통해 사유의 진행을 살폈다.


10년 뒤 출간한 3권은 근대 이전의 예술과 현대 예술의 차이를 밝히고, 18세기 건축가·판화가인 피라네시의 작품 등을 통해 미학사의 흐름을 보여줬다. 이 세권을 다시 묶어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을 내놓았다. 수정 하나 없지만, 진 교수가 책을 어떻게 썼는지를 담은 작가 노트 ‘나는 미학 오디세이를 이렇게 썼다’를 추가했다.


진 교수는 “벌써 20주년 됐네요. 소회는 별로 없고, 늙었구나 생각이 든다”면서 “사실은 10주년 됐을 때 고쳐쓰려고 한 적이 있는데 불가능해서 그만 뒀다. 이번에도 고칠까 하다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책을 펴낼 때 즐겁게 썼어요. 책은 적당히 무식할 때 써야 해요. 너무 무식하면 못쓰고, 유식해도 못 써요. 대학원 졸업하고 미학의 학문에 대해 알고 싶고 궁금해서 찾아가며 즐겁게 쓴 책인데, 이제는 많이 알게 돼 대중이 재미없어 할 부분을 쓰게 될 것 같아요. 당시에는 대중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거든요. 젊은 몸은 어디가고, 늙은 몸만 남았네요. (책이)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 못했어요.”


진 교수의 특징 중 하나는 독설이다. 미학적인 틀을 기반으로 자신의 판단을 거리낌 없이 말한다. 보통 문어에 비해 구어의 정확도와 내용이 떨어지는데 그는 둘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디자인을 중시하는 애플이 삼성보다 패러다임에서 앞선다면서 이를 정부가 중요시하는 ‘창조경제’라고 끌어들인다. 그리고 창조경제를 과감히 비판하는 식이다. 미학을 통해 경제영역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정치까지 아우르는 것이 그의 화법이다.


“미래의 경제학은 미학입니다. 아직 우리는 거기 못 가고 있죠. 기술 패러다임이 예술 패러다임에 걸려서 문턱에서 막히죠. 창조경제가 지금 왜 안 되고 있냐면, 그것이 밑에서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예요. 교과서도 그렇고, 국정에서 아래로 내리 꽂고 있습니다. 과연 이 분들이 아직 제대로 이해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 사업에서 이름만 바꾼 거죠.”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다만 “이것을 이해하고 있느냐, 아니죠. 한강의 기적을 재현하고자 하는 겁니다. 결국 산업화 시대의 틀에 있는 거죠”라고 비판했다. 이야기는 다시 미학으로 건너온다. “도덕적 단죄가 아닌 리버럴해줘야 경제력 토대가 생깁니다. 그 변화에서 미학이 할 역할이 많아요. 이제까지 미학은 철학에서도 변두리에 있었는데 융합의 시대에는 기능이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 교수는 삶을 기반으로 존재철학, 정확히 말하면 실존철학을 강조한다. “미학이 그간 미와 예술에 관한 철학적 성찰만 봤는데 최근에는 자신의 삶 자체를 예술 작품으로 가꿔 나가야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죠. 미학은 예술에 한정이 아닌 디지털 등 생활 여러가지 문제에도 접근 가능합니다. 자기 삶까지 보게 되는 영역으로 미학을 확장해보려 해요.”


미학에 대한 환상도 존재한다.


“작가들이 미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오는데, 말립니다”라며 웃었다. “사실 미학과 예술 창조는 아무 관계가 없을 수 있어요. 작업 잘하는 사람들이 미학을 하다 망가질 수도 있죠. 이론에 사로잡히는 거죠.” 그래도 예술가들에게 미학이 필요한 이유는 “한걸음 더 나아가야하는데 이론적인 지식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평가들 역시 예술을 논의하는 데 미학이 필요하다. “해석하고 평가할 때 분해해야 하는데 미학은 해부할 수 있는 수술 도구 같은 개념입니다. 도구가 정교하면 정교할수록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죠.”


일반인들에게도 미학은 필요한가.


“창의력은 예술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구두를 닦든, 우동을 만들든, 청소를 하든 어떤 일을 하든지 창의력이 있는 사람은 처리방식이 다릅니다. 드라마와 영화, 예술 작품을 볼 때도 섬세한 감각을 도와주죠.”


독서 시장에서 예술 분야에 대한 개론서는 어느 정도나 팔릴까. 조금이라도 더 깊게 들어가는 책들은 수요가 없다. “우리는 독서층이 얇죠. 조금만 들어가면 10분의 1로 떨어집니다. 인문학 시장이 형성된 지 20년 됐죠. 이 정도되면 더 들어가야 합니다.”


독서를 마치 컴퓨터에 파일 저장하듯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인간 두뇌는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그래서 어려운 책을 독서하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지금은 쉬운 책으로 독서하는, 구강기에 머물고 있어요. 마치 아기처럼 입만 벌려 씹게 만드는 독서 문화는 반성해야 돼요. 독자들이 생각하게 해야 합니다. 자극을 하고 지적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하죠.”


인문학의 위기라는 것은 플랫폼이 바뀐 것이라고 짚었다. “텍스트가 사운드와 이미지로 재정립 됐다”는 것이다. “만화와 EBS ‘지식 채널e’가 대표적이죠. 상당히 깊이가 있는데 사운드와 이미지가 주를 이루죠. 예전에는 정보를 얻으려면, 신문이나 잡지 등을 읽으면 되는데 지금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등을 듣죠. 게다가 독백이나 문어체가 아니 구어체죠.”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에서 다음 학기부터 인문학 실험을 하려 한다. 아이들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만화, 아이패드, 게임 등을 통해 인문학을 풀고자 하는 취지이다.


인문학을 할 동기를 주변에서 찾고자 함이다. 정의당 당원이기도 한 진 교수는 여전히 정치 ‘논객’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논객처럼 안 하려고 했어요. 미학 개론서를 작업 중이다. 예술론,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것이 끝나면 본격적인 미학사 작업을 할 겁니다.”


진중권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이길 줄 알았죠. 일주일만 있어도 이길 수 있었는데, 계속 할 수 밖에 없어요. 저도 빨리 접고 싶습니다. 이미지도 안 좋고. 정치적으로 버는 돈은 다 기부를 합니다. 정치적으로는 중립에 서야 해요. 개는 밥 주는 사람을 위해 짖거든요. 그렇지 않기 위해서 돈을 취하지 않죠. 문제는 논객으로 유명해지면, 이쪽 책이 팔리지 않아요. 욕 먹으면, 판매부수가 떨어져요” 라고 했다.


그는 미학 개론서를 작업 중이다. “예술론,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것이 끝나면 본격적인 미학사 작업을 할 겁니다. 미학사를 다시 써야 해요. 예전 현대미술의 대가는 피카소였는데, 요즘은 20세기의 대표 인물을 뒤샹이라고 하죠. 20세기 전반의 추상부터 앤디 워홀까지 포함하니까요. 팝, 퍼포먼스, 설치 모든 포트폴리오가 다 들어가 있어서 미술사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미학사 작업만 10년이 걸릴 것 같아요. 줄줄 읽을 정도는 아니어도, 개념을 잘 써야 하니 그리스어, 라틴어도 공부해야 하거든요. 일단 그것이 계획입니다.”


독일을 오가는 비행기 값이나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쓴 ‘미학 오디세이’가 20주년이나 돼 놀랐다는 진 교수는 “앞으로 10년만 더 했으면 좋겠다”며 “10년 정도 더 흐르면 이제 새로운 것들을 써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