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려면 함께 걷자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05-04 19: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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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려거든 혼자 걸어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걸어라.
빨리 가려거든 직선으로 걸어라, 멀리 가려거든 굽이돌아 걸어라.
외나무가 되려면 혼자 서라, 푸른 숲이 되려면 함께 서라.


이 멋진 속담은 아프리카에서 전해온 것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어느 외국의 말이나 풍습을 가져올 때 다른 대륙의 것은 출처가 미국이니 일본이니 중국이니 하면서도 아프리카 대륙 것에 대해서는 그저 ‘아프리카제’라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니 미안하긴 하다. 여행을 가도 어느 나라로 간다 하다가는 이 대륙에 이르면 그저 ‘아프리카로 간다’는 식이다. 코미디 프로에서 엉터리로 외국어 흉내를 내는 경우에도 대개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하다가는 아프리카로 넘어가면 ‘아프리카 말’이라고 통째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지 않은가. 아프리카에 나라가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 그 대륙 전체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그들이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안 알려져 있고, 우리는 그들에 대해 무지한 탓일 것이다.


그래도 이 속담만큼은, 어느 종족의 전승인지는 모르나, 무척 아름답다. 물질문명의 개발 정도와 관계없이, 어느 시대 어느 종족에게든 지혜로운 전승은 있었던 것이리라.


이 속담을 보면, 빨리 가라거나 멀리 가라거나, 어느 쪽에 대한 가치 판단이나 강요가 개재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빨리 가는 게 중요한 사람에게는 누굴 기다릴 것도 없이 당장 혼자 나서는 게 가장 효과적일 테고 멀리 가야 할 사람이라면 누군가 동행자가 있는 게 안전성과 여러 가지 편의성 면에서 나을 터이니 자기 목적에 따라 그에 걸 맞는 행보를 선택하도록 지혜를 주는 정도의 말이 아닐까. 갈 길이 급하면 좌우 돌아볼 필요 없이 곧장 가는 게 최상일 것이요, 멀리 여행하려는 사람은 그저 가는 데 급급하지 말고 두루 돌아보며 가야 빨리 지치지 않고 또 견문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니 그도 맞는 말이다. 외나무가 되려는 자와 숲을 이루고 싶은 자. 이것도 참 기막힌 표현인 것 같다. 어떤 나무는 동구 밖에 우뚝 서서 마을을 지키는 정자나무가 되어 그 가치가 있고, 어떤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 울창한 숲을 이루니 그도 미덕이 있다. 이런 숲에 들어가면 말기 암 환자도 살아난다 하지 않는가.


요즘 걷는다는 것은, 현대인을 위한 건강관리법으로 대단히 중시되고 있다. 언제 적부터 얘기이긴 하나, 걸어서 무엇이 좋은가 하는 효과들이 의학적 실험이나 분석 등을 통해 더욱 더 증명되고 있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요즘 같은 봄 날씨라면 더욱 걷기 좋은 철이 아닌가.


걷기는 걸어서 좋은 정도가 아니라 ‘걸어야 살 수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중요하다. 물리적으로 걷는 동작의 자극에 의하여 근육과 장운동 심혈관계 순환계 소화계통에 좋은 것은 물론, 걷는 동안 햇볕을 쪼여 체내 비타민이 활성화되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동안 몸에 쌓인 묵은 공기가 배출되며 장과 혈액 속의 노폐물도 청소가 된다. 만일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면 대화하는 재미에 묵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후련하게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동맥경화 당뇨병 등 현대인의 생활습관성 질환으로 일컫는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효과가 크고, 감기와 같은 유행성 질환에 대한 저항력과 면역력을 높여준다. 구체적인 실험의 결과, 당뇨 환자가 1주일에 최소 2시간 이상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위험이 39% 낮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 심장센터는 60대 이상 노인 7백여 명을 대상으로 몇 년에 걸쳐 건강상태를 추적 조사해보았는데, 하루 2마일(3.2㎞) 정도 꾸준히 걸은 사람들은 1마일도 걷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률이 절반으로 낮았다고 한다.


누군가 상담이나 토론을 할 일이 있을 때, 인원이 2~3명뿐이라면 조용한 공원이나 물가를 걸으면서 대화하는 것도 좋다. 걸을 때는 머릿속 혈류 흐름이 활발해지고, 눈에 보이는 것들에 의한 시각적 자극과 더불어 두뇌활동(사색)도 활발해진다. 고대철학과 근대철학의 경계를 구분지은 칸트는 매일 정해진 시각에 하루도 빠짐없이 산책을 나섰다. 그 산책이 없었더라면 그의 고고한 철학저서 ‘순수이성 비판’은 탄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편안한 산책로를 따라 걸을 때에 마음속으로부터 일어나는 감흥은 거의 신성한 것이어서, 함께 걷는 사람이 누구든, 그 앞에서 거짓된 마음은 일어날 수가 없다. 부부가 함께 걷는다면 인생을 함께 걷는 동행자로서의 연대감이 강화되고, 자식과 함께 걷는다면 하나의 삶을 이어가는 전승자와 후계자로서의 애정이 깊어진다. 많은 사업가들은 골프를 매개 삼아 동업자와 함께 걷고, 사업 파트너와 함께 걷기도 한다. 함께 걸으며 나누는 대화는 동료 사이의 신뢰감을 높여주고, 함께 나누며 나누는 협상은 솔직하다. 총각은 처녀와 걷고 홀아비는 홀어미와 걸어도 좋을 것이다. 걸으면 마음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면 정이 싹트는 법이다. 인생은 종종 걷기에 비유된다.


신선한 오월이 오니 더욱 새삼스럽다. 홀로 걸어 우뚝한 외나무가 되든, 함께 걸어 즐거운 숲을 이루든, 걷는 사람만이 결국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으리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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