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 역량 집중위해 직원 성과지표 추가 조정"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은행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취임 100일을 맞이한 윤종원 IBK 기업은행장이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중소기업 대출 목표액을 10조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직원들의 영업실적 목표를 덜어줄 계획이다. 다음주 중으로 상반기 정규직 250명 채용계획을 공고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원 행장은 취임 100일 맞아 서면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윤종원 행장은 그동안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큰 고비 때마다 벼랑 끝 위기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기존 49조원에서 59조원으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 기반이 무너지면 금융시스템이 큰 충격을 받게 되므로 우리 정부나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결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따라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은 정부가 신용위험을 100% 보증하고 있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도 한계기업의 적절한 구조개선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지원했던 경영위기 중소기업이 나중에 기업은행의 고객이 돼 성장의 발판이 된 전례가 있었던 것처럼 이번 지원을 계기로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은행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윤 행장은 기대했다.
윤 행장은 상반기 채용계획도 공개했다. 정규직은 작년 동기보다 30명 늘어난 2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청년 인턴 300명도 뽑는다. 다음주 중으로 채용공고를 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 채용설명회를 온라인 영상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다음달엔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채용을 별도로 진행해 30명을 뽑고, 하반기엔 특성화고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IBK투자증권의 최고경영자(CEO)를 공모를 통해 외부전문가로 선임한 것과 관련해선 "증권업무에 전문성이 높은 인사가 CEO로 와서 이끄는 것이 회사 발전에 긴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IBK캐피탈, IBK시스템 등은 은행과 업무 연관성을 감안해 은행 내부 출신을 CEO로 선임했다. 이른바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 전무이사를 단장으로 하는 '투자상품 전행 TF'를 구성해 정보제공, 법률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고객 입장에서 문제해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취임 이후 혁신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금융서비스 제공방식이나 여신업무 관행에서 혁신할 과제를 발굴하고 있고, 바른경영실을 신설해 그 산하에 현장소통팀과 감찰팀을 운용하고 있다.
일단 중소기업 육성과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 등, 당면 현안 문제와 관련한 당국과 정책공조 측면에서 볼 때 그의 지난 100일에 대해 업계는 일단 '합격점'을 주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 노사 간 갈등 해결은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일각의 표현대로 '노조에 발목잡힌 100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초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최장 출근저지(26일) 투쟁을 전개한 뒤 극적인 노사합의를 이뤄내며 윤 행장의 출근을 인정한 이 은행 노조는 상반기 핵심평가지표(KPI)를 유보해달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앞서 지난 달 18일 '주52시간 근로제 위반'을 이유로 윤종원 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주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다른 고발은 전체 금융권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금융권 노사정이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을 이유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에게 제기한 고발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윤 행장이 어떤 카드를 꺼내는지에 따라 이 은행 노사 갈등 문제가 금융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수 있다.
노조의 이 같은 행보는 금융권 노사정의 합의와 배치되는 행보다. 윤 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지난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모인 금융권 노사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 노사정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노사는 당시 선언문에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금융사의 특별연장근로 한시적 허용, 경영실적평가·경영실태평가 유예 검토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당분간은 코로나19 수습을 위한 금융지원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다른 건 수용해도 "특별연장근로에는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기업은행의 업무가 과중하기 때문에 노사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지역신보의 보증서 심사 발급을 대행해 신용등급 1~6등급의 소상공인에게 보증 심사부터 대출을 한번에 지원해주면서 대출 업무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 행장은 직원들의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와 관련해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노동조합과 협의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영업이 어려워지고 소상공인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상반기 KPI 13개 지표의 목표치를 15% 낮춘 바 있다.
윤 행장의 이번 발언은 노조 측의 의견을 수용해 KPI를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조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로 업무가 갑자기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KPI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결국 관건은 윤 행장의 바람대로 '노조와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 리더십을 발휘할 지 여부다. 협의의 관건은 노조의 '피로도'를 존중하면서도 은행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취임 100일을 맞이해 이 회사 노사 관계가 재정립될 지, 아니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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