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넘게 수용 여부 미뤄온 신한·하나은행 "키코 분쟁조정안 회신 시한 재연장 요청"..또다시 눈치게임

최봉석 / 기사승인 : 2020-04-06 17: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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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나, 신한, 대구은행이 금융당국의 키코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하나, 신한, 대구은행이 금융당국의 키코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은행이 금융당국의 키코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3개월 넘게 수용 여부를 미뤄오고 있는 하나은행은 금융감독원의 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 회신 기한을 재연장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측은 언론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이 최근 바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키코 사안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사외이사들이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해 최종 단계에서 안건에서 빠졌다"며 당국에 연장 요청을 했던 신한은행 측도 이번에는 "사외이사가 바뀌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또다시 연장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최근 3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됐다. 결국 이사회가 최대한 빨리 열리더라도 논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은 금감원이 정한 수용 여부 통보 시한이다. 하나·신한은행의 연장 요청은 이번으로 벌써 4번째다.


사실상 두 은행이 이번 사안에 대해 구체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이 지역의 코로나19 사태가 현재진행형인 까닭에, 정상적인 이사회 개최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키코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코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는 이유는 분쟁 조정안 수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배임 문제'에 대해 은행권과 키코공동대책위원회의 기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은행은 '이미 종료된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즉 이미 소멸시효가 끝난 문제에 대해 의무가 없는데도 배상한다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주주로부터 형사상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감원이 내놓은 키코의 분쟁 조정안은 이미 법적 판결이 일단락된 키코 피해 기업들에게 '추가 배상'을 하는 경우에 해당돼, 증여 성격의 불건전 영업 행위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은행의 입장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은행은 하나·신한은행과 대구은행 등 3곳이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2일 "키코 상품을 판매한 은행 6곳의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키코'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환율 급등으로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은 많은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문제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자 환헤지 목적으로 수출 중소기업 919곳이 은행들을 통해 이 상품에 투자했다가 대형 손실을 내면서 기업들이 줄도산했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키코로 인해 기업들이 본 손해는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일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으나 2013년 대법원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아니'라는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한 이후 재조사를 지시했고 지난해 12월 키코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6개 시중은행에게 손실을 본 4개 기업에 대해 최대 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우리은행만 분쟁 결과에 대해 이미 수용 의사를 밝혔고 지난 2월 피해기업 두 곳(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에 대해 42억원의 배상금 지급까지 마쳤다.


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각각 결정했다. 씨티은행은 그러나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검토한 후' 적정한 보상을 고려하기로 했다.


이처럼 해당 은행들이 키코 사태와 관련해 입장 회신 기한의 재연장을 요구하면서 아직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게 아니라 아예 배상안 수용을 거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하나, 신한, 대구은행이 이른바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배상에 따른 배임 우려, 코로나 확산 사태에 따른 금융지원 등의 여러 문제가 얽히고 설키면서 은행이 안게 될 부담을 외적으로 덜어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남은 시중 은행들 중 한 곳이 먼저 '거절' 입장을 표명하면, 나머지 은행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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