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소비자가 원하던 상품을 적당한 가격에 구매하고, 기업이 소비자에 적절한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것은 소비의 선순환이다.
그러나 선순환은 커녕 현재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 대형 오프라인 매장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생존 경쟁은 상품을 초저가로 판매하거나 새벽배송에 뛰어드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업계는 최근 내수 진작을 위해 진행한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상품들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내놨다.
이마트는 매월 10여 가지 상품을 물량 한정으로 초저가에 판매했다. 특히 이번 동행세일에서 수박은 1인 1통, 15만통 한정으로 7천원에 판매했다. 참고로 수박의 시중 가격은 1만9000원이었다. 또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국민가격을 선보였는데 이마트 생수(2L) ‘국민워터(2L·6개)’ 가격은 1880원으로 이커머스에서 파는 낱개 생수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는 2010년 처음으로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을 선보인 이후 다양한 카테고리 안에서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맞아 4~5일 이틀간 인기상품을 최대 50% 할인된 금액에 판매하거나, 욕실화를 1+1에 판매하기도 했다.
초저가 전략은 2010년대 초반 이커머스에서 먼저 시작됐다. 당시 이커머스들은 대량구입으로 원가를 낮추고 전국적인 판매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에 나섰다. 처음엔 이커머스 자체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업계를 위협할 만한 요소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이러한 초저가 전략이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은 연평균 20%의 규모로 성장하며 지난해 전체 거래액이 110조원을 돌파하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초저가 전략뿐만 아니다. 새벽배송 또한 유통업계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2일 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들의 새벽 배송 경쟁에 백화점 식품관도 가세한다. 마켓컬리, 쿠팡, SSG닷컴 등 이커머스는 이미 새벽배송을 도입해 확장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한 올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1조원 정도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새벽배송 시장이 1조5000억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새벽배송 시장이 치열해질 대로 치열해졌다는 시선도 있다.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서 차별화할 계획이라지만 현대백화점이라는 브랜드만 제외하면 이전 서비스와 달라진 것 없어 보인다.
물론 이러한 초저가, 새벽배송 전략은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을 함께 끌어 모으는 데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의문이 든다.
실적을 보자. 롯데 할인점(마트)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 6023억원, 영업이익 21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1분기 기존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매출액이 42.5% 증가하였으나 오프라인 집객 감소로 전체 매출이 6.5% 감소했다.
홈플러스의 지난해(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은 7조300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6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8.39% 급감했다. 또 당기순손실이 5322억원에 달했다.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손실이다.
더구나 유통업계와 증권업계는 주요 대형마트의 2·4분기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있다.
새벽배송 초기에 뛰어들었던 쿠팡의 매출액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2015년 1조1338억원이던 매출액은 2019년 7조1531억원으로 5년 만에 6.3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적자 역시 빠른 속도로 쌓여갔다. 2015년과 2016년 5000억원대 수준이던 적자는 2018년 1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쿠팡의 누적적자는 3조7210억원에 이른다. 적자 폭이 7천억대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흑자는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쿠팡은 이커머스업계에서 급속도로 성장 중인 기업이라 이 정도다. 오프라인은 쉽지 않다고 본다.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를 원하지만 유통 기업과 기업에 물품을 조달하는 업체 또한 이윤을 남기는 것은 당연하다. 초저가·새벽배송 등 박리다매(薄利多賣)식 전략은 소비자에게 좋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유통업체들은 실적 면에서 과연 괜찮은지 물음표다.
지금처럼 무분별한 전략경쟁을 펼치면서 마진을 줄이려다 보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납품업체에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상품을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것은 납품업체다. 또한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초저가 전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다 보면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재고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초저가·새벽배송이 격화되면서 상품의 품질 싸움보다 누가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배송하나 등 출혈 경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유통업계가 적절한 이윤을 남기면서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박리다매식 전략은 업계가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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