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증권사 직접대출 시사... '돈맥경화' 시달리는 증권사 무슨 일 있나

최봉석 / 기사승인 : 2020-04-03 17: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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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직접대출 입장 표명한 중앙은행…효과 있겠지만 실현 가능성은 '글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금융 상황이 악화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처음으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간부회의를 소집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시장 등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이처럼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금융 상황이 악화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처음으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간부회의를 소집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시장 등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이처럼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한국은행이 회사채(기업이 시설투자나 운영 등의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 시장의 안정을 위해 증권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까진 검토 단계지만, 만약 대출이 현실화 된다면 23년 만에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한은이 무제한 채권 매입에 이어 발권력(통화발행권)을 동원해 직접 대출에 나서며 '최종 대부자'로서 나서는 이유는 '유동성(현금) 공급' 차원 때문이다.


한은이 영리기업에도 대출할 수 있는 '한은법 80조'를 발동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가 유일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 시장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한은의 선제적 대응 필요성과 관련한 목소리가 커지자, 자금난에 빠진 증권사 살리기에 중앙은행이 직접 나선 것이다.


'직접 대출' 카드 꺼낸 배경은


당장 영리법인인 증권사에 한은이 직접 대출에 나서는 배경을 두고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코로나19가 촉발한 금융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보수적' 대책을 꺼냈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12월까지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20조 6천억원(A등급 이하 6조 2천억원), CP(기업어음) 만기도래 규모는 15조 4천억원(A2등급 이하 4조 7천억원) 등 총 36조원이다. 2분기 중에는 회사채가 8조 9천억원, CP가 11조 4천억원 만기도래한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일부 증권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을 투매하는 등 이들 기관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지속되자 한은이 돈풀기를 확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한은은 전날 사상 처음 환매조건부채권 RP 거래 방식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 5조 2천500억 원을 시장에 풀었는데, 이 돈의 대부분은 '돈맥경화'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이 받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검토"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금융 상황이 악화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처음으로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간부회의를 소집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시장 등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이처럼 말했다.


발언의 골자는 비은행 금융기관도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담보로 한 직접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회사채 시장 불안이 심화할 경우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상대로 직접 대출을 해, 이들 기관의 불안정성을 제거해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시장의 급변동 상황 속에서 대출 지급이 현실화 된다면 증권사들의 자금 사정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1일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가동되고 2일 한은의 전액공급방식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시작됐다"며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시장의 자체 수요와 채안펀드 매입 등으로 (회사채가) 차환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전개와 국제 금융시장의 상황 변화에 따라 회사채 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은으로선 비상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기본적으로는 은행 또는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시장안정을 지원하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법 제80조에 의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은법 제80조는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업 등 영리기업'에 여신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나


한은이 주도적으로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면 그간 위태로웠던 회사채 시장과 CP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을 녹이기 위한 여러 해법들이 연일 나오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앞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한 기업어음(CP)·단기사채 매입에 착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은이 직접 대출에 나서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CP나 회사채 거래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다만 법에서 정한 한국은행의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실제로 직접대출이 시행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업계 내부에선 의문부호를 던진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금융 상황이 악화될 경우'라고 전제를 달았다.


이는 시장 상황이 더 비관적으로 흐를 경우 실무준비를 이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럴 경우 직접 대출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례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중앙은행으로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증권사들에 대한 경영조사권을 행사해야 하기에 실제 시행 여부를 놓고선 회의적인 관측이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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