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美 회계감독위에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고발 배경은

최봉석 / 기사승인 : 2020-03-31 16: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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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옵션 공정시장가치 산출 과정서 평가업무 기준 위반" 주장
교보생명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0)에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교보생명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0)에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교보생명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0)에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을 평가업무 기준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31일 보헙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날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안진 회계법인을 공정시장가치 산출과 관련한 평가업무 기준 위반으로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딜로이트 안진이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 4곳이 보유한 풋옵션(특정가격에 팔 권리)의 공정시장가치(FMV:Future Market Value)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기준을 위반했다'는 게 고발의 주된 이유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딜로이트 안진은 풋옵션 행사일이 지난 2018년 10월 23일임에도 공정시장가치 산출의 기준 시점을 행사일이 아닌 같은해 6월 30일로 잡아 그 직전 1년간 교보생명과 유사한 기업그룹, 즉 삼성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피어(peer)그룹의 주가를 공정시장가치 산출에 반영했다.


결국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엔 주요 유사기업의 주가가 고점인 상황이어서 "풋옵션행사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게 교보생명 측의 주장이다.


보험업계에선 주당 20만원대로 평가되던 교보생명 가치가 딜로이트에서는 주당 40만9912원으로 평가된 것으로 보고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재무적투자자는 더 많은 이익을 챙기게 된다.


이와 관련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지분율 9.05%), IMM(5.23%), 베어링(5.23%) 등 프라이빗에퀴티(PE), 싱가포르투자청(4.50%) 등 재무적투자자와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중재 절차의 결과에 따라 교보생명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무적투자자들은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앞서 지난 2012년 9월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이들 재무적투자자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천원에 사들이되 3년 내 기업공개(IPO)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불발되면 풋옵션을 행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PO가 계속 미뤄지자 재무적투자자들은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지분매수청구권, 지분을 되팔 권리)'을 행사했다. 행사 가격은 주당 41만원이다. 이는 약 2조원 규모다. 물론 신창재 회장 측은 풋옵션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장치인 '풋옵션'은 기업이 자금조달과 같은 거래를 할 경우 거래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장래의 특정시점에 특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계약)을 의미한다. 통상 풋옵션은 주로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기법으로 사용된다.


교보생명 측은 고발 배경과 관련,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재 절차가 길어지면서 회사 측이 유무형의 영업상 피해를 보고 있고, 또 안진 회계법인이 적정 공정시장가치를 과도하게 산출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적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한 것으로, FMV를 산출하는 과정이 통상적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딜로이트 안진의 '기준 위반' 오류로 인해, 기업공개가 계약 만기년인 2015년을 훌쩍 넘어서면서 결국 재무적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게 됐다는 설명이다.


교보생명으로서는 풋옵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IPO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본 확충을 위해서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IPO를 포기하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고, 여기에 보험업종의 주가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 추진을 한다고 해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커지고 있다. 교보생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업계가 보는 까닭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과거 논란이 촉발됐을 때 고발하지 않고 현 시점에서 고발카드를 꺼낸 배경을 묻는 질문에 "중재가 길어지면서 관련된 (언론) 보도가 자주 나오고, 이로 인해 회사 측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 처음부터 피해를 입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합리적 가격만 산출이 됐더라면, 충돌이 길어지지 않고 좋은 쪽으로 빨리 매듭지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사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고객, 투자자,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기업가치의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이 딜로이트 안진의 관리·감독을 맡은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곧 미국 뉴욕주 법원에 접수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사측의 설명과 달리, 업계 일각에서는 중재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보생명 측이 미국 회계감독위에 안진 회계법인은 고발한 진짜 배경을 두고, 중재 판정부가 재무적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그럴 경우 신 회장의 경영권 위협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신 회장은 풋옵션 대금 2조원을 마련해야 하고,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33.78%) 매각이 불가피해진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오늘 고발건이 중재위에 영향을 미치는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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