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갑자기 정관 변경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뜨겁다.
1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3자 연합은 지난달 13일 이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제안했다. 이 안건은 신임 이사 추천 안건 등과 함께 오는 27일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3자 연합의 정관 변경안에는 이사자격을 두고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회사의 이사가 될 수 없으며 이사가 된 이후에 이에 해당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3자 연합이 정관 변경안에 '배임·횡령죄'만 명시한 배경을 두고 '땅콩회항'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집행유예 선고받은 '땅콩 회항'(항공보안법 위반 등)을 비롯해 명품 밀수 혐의(관세법 위반 등)와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모두 배임·횡령과 관련된 범죄가 아니다.
이와 함께 조현아 측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저격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앞서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면서 제재 대상인 일부 그룹 총수들에 대한 칼을 뽑아든 상황인데, 이같은 '무관용 원칙'은 해당 법인과 총수 개인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로 이어졌으며 여기엔 조원태 한진 회장이 포함돼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는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시장 경쟁을 충분히 훼손했다는 판단이 없을 경우 법원에서 불법으로 결론 내려지기 어렵다.
한진그룹, 과거에 무슨 일 있었나
한진그룹은 앞서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싸이버스카이와 거래로 인해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한진그룹은 이에 반발해 소송에 돌입했으며 지난 2017년 9월 서울고등법원은 "회사의 한진그룹과 거래액이 매출의 0.5%에 불과해 경제력 집중에 따른 '공정거래 저해성'이 없으며 부당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며 한진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3자 연합은 대법원에서 만약 이 사건을 파기환송해 고법으로 돌려보낸 '이후'의 상황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게 '일반적 조건'과 '사회통념' 등을 고려해 공무원 임의에 따라 '고무줄'처럼 판단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또 다른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낼 경우 조 회장이 배임·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자연스럽게 조 회장이 이사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게 3자 연합의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3자연합을 중심으로 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견제구를 잇따라 날리는 이유는 또 있다.
KCGI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사익 편취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고, 인하대 부정 입학 혐의도 받고 있으며 아울러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치권도 여기에 가세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했고, 기다렸다는 듯 3자 연합은 조원태 회장의 연관 가능성을 제기했다.
3자 연합이 입수해 프랑스 고등법원 판결문이라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3차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항공기 구매 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에어버스가 그 대가로 대한항공 전 임원에게 1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3자 연합은 해당 문서에 에어버스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총 1450만 달러를 '대한항공 고위 임원에게 건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이와 관련한 수사를 촉구 중인데, 사실상 조원태 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원태 저격하는 조현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그녀는 당시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고 장문의 글을 통해 저격하며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다른 주주 및 세력과 연대를 시작하며 다양한 의혹을 제기 중이다. 주기적으로 조원태 회장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고, 급기야 '리베이트 의혹'까지 터진 것은 이런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어떠한 관련도 없다"며 "과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최근 프랑스 에어버스 등에 확인을 요청했으며 이와 별도로 내부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는 미지수다. 재계는 이번 리베이트 의혹이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결국 '3자 연합'이 갑자기 정관 변경안을 제안하고, '리베이트 의혹' 카드를 꺼내며 조 회장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데는 주총을 앞두고 한진칼 남매간의 진흙탕 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지분 싸움도 치열하다.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에서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알려진 미국 델타항공은 최근 한진칼 주식 54만 6천575주(지분율 0.92%)를 장내 매수로 추가 취득해 지분율이 직전 보고일의 13.98%에서 14.9%로 상승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은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측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 지분(22.45%), 델타항공(14.9%), 카카오(2%),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0%) 등 총 43.1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6.49%), KCGI(17.68%), 반도건설 계열사들(13.3%)을 더해 37.63%의 지분을 확보하며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한진칼 소액주주 표심은
그럼에도 양측은 치열한 지분 매집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 이전에 보유한 지분만 이번 주총에서 효력을 보긴 하지만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까지의 비율은 각각 조 회장 측 37.25%, 3자 연합 31.98%이다.
결국 양측 모두 주총 이후 전개될 승계 싸움에 대비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이번 주총에선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의 표심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양측이 '혈투'를 벌이는 이유다.
한편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달 20일 간담회에서 "주주들은 경영에 절대 나서지 않는다는 확약 내용이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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