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적십자사 회장, 성희롱 발언 6줄 사과문 진정성 논란..."형식적 사과"

김사선 / 기사승인 : 2018-06-18 19: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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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세대 인권전문가 성적 농담 충격 도덕성 "치명타“
박 회장, 성희롱ㆍ성폭력 행위 무관용 원칙 약속 본인부터 적용해야

[토요경제=김사선 기자]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성희롱 발언을 잠재우기 위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박 회장의 도덕성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 초대 인권대사와 경찰청 인권위원장을 지내는 등 국내 1세대 인권운동 전문가인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대한적십자사 등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8일 오후 서울의 한 식당에서 팀장급 직원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여성 3명이 모인 것을 두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물은 뒤 여성의 가슴을 비유하는 성적 농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식 자리에는 여성 직원 9명을 포함해 서울과 강원도 원주의 직원 34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성희롱 논란이 거세지자 긴급히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도덕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14일 긴급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혈액관리본부가 원주로 이전하면서 본사와 본부 팀장급 직원 간 교류가 거의 없었다”며 “직원들과의 소통과 격려를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전체 팀장급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했던 발언이었다”며 “발언에 대한 직원 한 사람이라도 거북하고 불편했다면 잘못된 발언이다”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직접 직원들과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지 않고 달랑 6줄에 불과한 사과문 한장으로 사태 수습에 나선 점에 대해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박 회장이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바로 사과를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또 “사과 외에는 특별히 밝힌 것은 없다”며 “박 회장의 사퇴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형식적인 사과에 불과했다"면서 "최근 미투운동으로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사가 커진 가운데 사회 유력인사인 박 회장이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사과한 것은 진정어린 사과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3월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 신고센터 발족 이후 신고된 사례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아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이 사실상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인 대한적십자사 수장인 박 회장의 성희롱에 대한 처벌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올해 3월에 대한적십자사 내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설치하면서 “적십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도주의 운동 실천기관이다. 어떠한 성희롱, 성폭력 행위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어 본인에게 어떤 원칙을 적용할 지에 대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회장이 자신에게 엄중 처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명확한 입장을 회피했다. 다만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에 신고가 접수되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이에 상응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고 경영장(CEO)인 박 회장이 자신의 성희롱에 대해 아무런 처벌없이 면죄부를 준다면 다른 임직원들의 성희롱 발생시 처벌할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성희롱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일관적이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성희롱신고센터는 박 회장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엄격히 조사하고 거기에 걸맞게 징계를 한다는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는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해 「양성평등기본법」제31조 및 동법 시행령 제19조 내지 제20조와 적십자사「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지침」에 따라 매년 1회, 1시간 이상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성희롱 예방 1차 교육은 지난 4월 27일에 진행되었고, 2차 교육은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다. 1차 성희롱 예방교육에 총 99명의 임직원이 참석했다. 대한적십자사는 박 회장은 1차교육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2차 교육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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