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의 먹튀 행각 내막

강수지 / 기사승인 : 2013-09-16 10: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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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신 회장 기부체납 미이행 비난 여론 들끓어

대구시에 복지시설 건립한다더니 말 바꾸고 소송
리큐, 이윤 일부 돌려준다더니 입 싹 닫아
애경, “우리는 피해자…오너가 티 내는 것 싫어해”


[토요경제=강수지 기자]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대구시에 사회복지시설을 건립하기로 해 놓고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역소송’까지 걸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아직 실체가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3년 전의 ‘장영신 환경기금’에 대한 의혹도 서서히 고개를 들며 장영신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양 측은 현재 131억 원의 약속이행건립보증기금 반환청구소송을 둘러싼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8년 4월 대구시에 약속한 복지시설 기부채납을 어겼다.

대구시 달서구 유천동에 아파트 단지 ‘AK그랑폴리스’ 1800 가구를 건립하는 대가로 시에 복지시설을 짓기로 했는데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대구시는 해당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것과 관련, 애경그룹과 약속이행건립보증기금 131억 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한 공증도 받은 상태였다.

관련 협약서에는 ‘학교와 사회복지센터를 건립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비용은 애경그룹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애경그룹은 ‘기부채납하기로 한 가족지원센터 무상 건립이 원천적으로 부당하다’는 진정서를 감사원에 제출한 것이다.


◇약속 안 지켜 놓고 오히려 화내는 애경
애경그룹이 감사원에 든 이유는 지자체가 민간기업에게 복지시설 등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감사원도 “대구시가 사업 진행자인 애경에 달서가족지원센터 등을 무상 기부채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애경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애경그룹은 지난해 11월 대구시를 상대로 법원에 보증기금반환청구 소송을 걸었다.

당시 AK그랑폴리스의 분양율은 준공을 1년 앞둔 시점에서 95%를 넘어서며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거기다 헐값으로 사들인 부지가격은 폭등해 수백억 원의 시세 차익을 누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선 “애경그룹이 기부채납을 미끼로 대구시에서 단물만 쏙 빼먹고 책임은 나몰라라 한다”며 “‘먹튀’ 행각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애경그룹은 “대구시의 횡포에 당한 우리가 피해자다”고 주장했다.

Y모 애경그룹 상무는 “아파트 부지를 샀을 땐 이미 대구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어 사업성이 떨어진 상태였다”며 “금융비용만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빨리 아파트를 짓고 투자금을 되찾자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히려 대구시는 이런 점을 약점 삼아 과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에서도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소송을 낸 것이다”며 “누가 잘못했는지는 법리싸움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구광역시청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애경 측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려주니까 바로 반환 소송을 걸었다”며 “애경 측과 1년 동안 서로 조정만 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리큐’, ‘장영신 환경기금’의 실체는?
애경그룹이 신뢰에 금이 갈 모습을 보인 사례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010년 5월 친환경세제 리큐를 출시하며 수익금 중 일정액을 연간 2억 원 수준으로 5년간 총 10억 원을 조성하기로 했던 ‘장영신 환경기금’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다.

애경그룹은 당시 친환경 경영을 선포하며 리큐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이윤의 일부를 다시 돌려주는 취지로 환경보호 기금 마련을 약속했다.

그 동안 리큐는 주부들의 사랑을 받으며 출시 7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11년에는 190억 원, 2012년에는 260억 원 등 매년 3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누적판매량도 1000만개를 돌파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또 국민MC 유재석을 광고 모델로 발탁해 ‘유재석 세제’란 별명을 얻으며, 액체 세제 최단 기간 누적 매출 5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억 원 규모의 환경기금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공개된 바가 없다. 단지 그룹 내부 임원진들에게만 기금의 실체가 파악될 뿐이다.

이에 따라 “결국 사회공헌을 홍보 수단으로 악용한 채 정작 의무에 대해선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애경그룹은 오너의 이름을 넣어 가면서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난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애경그룹은 “매출액이 곧바로 나지 않아 환경기금 조성이 더뎠다”는 입장이다.

애경그룹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3억 원 규모의 기금이 만들어졌다. 오는 2015년까지 나머지 금액을 더 만들 계획이다”며 “오너가 사회공헌을 하는 것에 있어서 티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공개가 안 된 것이다”고 해명했다.

다른 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홍보의 수단 중 하나다”며 “큰 액수도 아니면서 3년이 지나도록 그룹 내부에서만 진행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한편, 애경그룹은 ‘장영신 환경기금’이 계속 비난의 화살을 맞자 조만간 기금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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