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전지사업도 세계 1위 키워낼 것"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11-12-19 14: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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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권영수 사장(사진)이 강당에 들어서자 500여 명의 직원들이 "사장님 사랑해요"를 외치며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사회자가 "이렇게 우리 목소리를 가까이서 들어 준 분은 없다"란 멘트를 날리자 권 사장과 직원들의 단란했던 모습들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왔다. `경청과 배려의 전도사`는 직원들의 갑작스런 꽃다발 세례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이임사를 마친 뒤에도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송별식을 찾은 직원들과 CEO 노트 모음집인 `LGD 가족들과 함께 한 행복한 여정` 사인회를 가져야 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권 사장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행사장에 늦게 도착한 직원들은 1시간 이상 기다려서야 간신히 권 사장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엔 직원들과 이별하는 아쉬움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저는 LGD를 통해 이 꿈을 실현했습니다."


LG그룹 사장단 인사를 며칠 앞둔 지난달 28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구본무 LG 회장에게서 긴급 호출을 받았다. 계열사 사장 인사를 목전에 두고 인사권자인 구 회장이 인사 대상자인 권 사장을 따로 부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30층에 있는 구 회장의 집무실에서 권 사장은 특명을 받는다. 이 자리에서 "권 사장, 이번에 LG화학으로 옮겨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2차 전지 사업을 챙겨줘야겠네요. 전지사업도 LCD처럼 세계 최고로 키워주소"라는 사실상의 엄명을 받은 것.


권 사장은 공식적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으로 이동해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의 최대 미래 핵심사업인 전지사업을 이끈다. 실질적으로는 12일부터 LG화학 일을 챙긴다. LG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준 `싸움닭` 정신으로 LG화학의 배터리와 전지사업을 세계 1위 업체로 키워야 한다는 짐에 부담스러워할 만도 하지만 그는 늘 그렇듯이 씩씩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다. 두 회사(LG디스플레이 LG화학) 간 시너지가 많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 사장의 LG화학 이동은 파격으로 얘기된다. 매출 20조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서 다른 업종으로, 그것도 CEO가 아닌 사업본부장으로 간 것을 놓고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권 사장에 대한 구 회장의 무한신뢰를 잘 알고 있는 LG 직원과 업계 관계자들은 `절묘한 인사`라고 극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권 사장이 맡게 된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내년 상반기 중 LG화학에서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권 사장에게 더 막중한 권한이 주어지는 셈이다. 과거 LG전자 LCD사업부가 LG디스플레이로 분사했던 것과 똑같다.


권 사장은 2007년 1월부터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를 맡아 세계 1위 LCD 패널회사로 키웠다. 구 회장이 권 사장을 중용한 것은 업종은 달라도 그동안 보여준 성과와 리더십을 신뢰해 다른 중책을 맡길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권 사장이 LG필립스LCD 사장으로 임명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부인에게 "당분간 홀로 내버려 두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한다. 이후 1년여 동안 권 사장은 가정 대소사를 멀리하고 일에만 몰두했다.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4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살리기 위한 배수진을 친 셈이다.


사석에서 권 사장은 회사를 정상화시킨 1년을 `고3 수험생`에 비유하곤 한다. 그는 "기업 회생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삶은 포기했다"며 "대입시험을 코 앞에 둔 고3 수험생처럼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의 이 같은 배수진에 힘입어 LG필립스LCD는 권 사장 취임 이후 2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라이벌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 업체로 도약했다.


권 사장의 별명은 `칼`이다. 위기에 빠진 회사를 과감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다시 살려냈다. 구본무 회장이 동생인 구본준 전 사장(현 LG전자 부회장) 대신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권 사장을 택한 것이 적중한 순간이다.


그는 경쟁력의 원천으로 경청과 배려를 꼽는다.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남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부단히 자신을 이겨내는 자기 경쟁력을 높인다는 의미입니다. 배려는 이처럼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와 공감해 하나가 되는 것이며 배려를 실천할 때 강력한 추진력이 발휘됩니다."


권 사장은 지난 8일 LG디스플레이를 떠나면서도 `1등`을 강조했다. 그는 대표이사 이임을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영원한 1등이 되어달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은 "LG디스플레이 가족들과 함께 극한도전 정신으로 근본적 경쟁력을 키우고, 열정과 팀워크가 살아 있는 조직문화를 가꿔 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함께한 노력들은 세계 1등이라는 결실로 우리에게 돌아왔다"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확실한 1등을 이뤄내고 영원한 1등이 되는 일을 남겨놓고 떠나게 돼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사장은 수평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정립해 기업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권위주의적인 한국의 경영 문화만 타파해도 기업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지론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권위주의적 경영이 판치던 시대는 갔어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땐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문화를 확립하고 싶습니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이력


- 1957년 서울 출생
-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카이스트 산업공학 석사
- 1991년 LG전자 미주법인 부장
- 1995년 LG전자 CD-Player OBU(사업부장)
- 1996년 LG전자 세계화담당 이사
- 1998년 LG전자 M&A추진 태스크팀장
- 2000년 LG전자 재경팀장 상무
-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장 사장(CFO)
- 2007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2011년 12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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