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뮤지컬] 삼총사, 2PM 준케이뿐 아니네

조연희 / 기사승인 : 2013-08-19 17: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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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케이와 신성우, 민영기, 김법래 무대올라...2100석 동나”

지난 10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의 문화 1번지 분카무라의 오처드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다.

뮤지컬 '삼총사' 개막을 기다리는 이들이다. 이미 예매를 했건만 공연시작 시간인 오후 6시30분을 3시간여 앞두고 벌써부터 진을 치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마냥 밝은 모습이다.

본래 체코 뮤지컬인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것이다. 17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을 지키는 총사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달타냥'과 3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가 나온다.

이날 버전은 한국의 공연제작사 엠뮤지컬컴퍼니가 2009년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것이다. 2018년까지 유효한 아시아 판권을 구입한 엠뮤지컬아트의 사실상 창작품이다. 노래만 들여왔을 뿐 연출자인 왕용범씨가 극본을 새로 다시 썼다. 일본 후지미디어 산하 공연기획사 쿠아라스가 공동제작사로 나섰다.

같은 달 24일까지 총 25차례 공연하는 이번 투어에서 '달타냥' 역은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규현과 그룹 '2PM' 멤버 준케이 등 한류스타를 비롯해 뮤지컬스타 엄기준, 그룹 '2AM' 멤버 창민,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송승현 등이 번갈아 맡는다. 아토스는 신성우와 이건명, 아라미스는 김민종과 민영기 그리고 손준호, 포르토스는 김법래와 조순창이 나눠 연기한다.

이날은 준케이와 신성우, 민영기, 김법래가 무대에 올랐다. 사석 98석을 제외하고 약 2100석이 매진되는 등 '대박'이 났다. 관계자를 제외한 95% 이상이 여성 관객이다. 인터미션 기간, 여성 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 남성 화장실을 급히 이용하는 관객이 있을 정도였다.

공연장 분위기도 뜨거웠다. 일본 관객은 조용하다는 편견을 깨고 수시로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유쾌한 활극을 표방하는 만큼 큰 웃음만 해도 10여차례 이상이었다.

한국어 공연이어서 일본어 자막이 무대 양 옆으로 흘러나왔는데 관객들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다만 달타냥이 총사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파리 시민들이 보입니까"를 비롯해 약 15개 일본어 문장을 배우들이 나눠서 말했다.

달타냥 역의 준케이가 무작위로 선정한 1층 객석 팬의 이마에 키스를 하는 장면은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장치다. 준케이가 키스를 하는 찰나 공연장은 2PM의 콘서트장을 연상케 하는 환호로 휩싸였다.


◆현장 2PM 콘서트장을 연상케할 만큼 환호성 도가니
'삼총사'는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 도드라지는 쇼뮤지컬이다. 대개 3권짜리로 출간되는 소설을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잘 압축했다. 특히 아토스와 아라미스, 포르토스 등의 과거를 액자 형식으로 절묘하게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아토스, 오페라 가수 출신인 아라미스, 해적왕이었던 포트로스의 특징을 단번에 알 수 있게끔 풀어냈다.

작품에 여러 번 등장하는 칼싸움 장면은 합이 잘 짜여져 영화 못지 않은 스펙터클을 느낄 수 있다. 전체적인 극의 호흡도 빠른 편이라 몰입도도 상당하다. '우리는 하나' 등의 넘버도 귀를 사로잡는다.


엠뮤지컬아트가 지난해 일본에서 선보여 호평 받은 '잭더리퍼'가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로 중년여성들의 지지를 받았다면, 왕을 보호하는 총사들의 우정을 그린 '삼총사'는 가족들끼리 단체로 관람해도 될 듯하다.

이날 준케이가 자신의 이마에 키스를 하는 순간 머리 속이 하얘졌다고 고백한 여고생 가와모토 리사(17)도 어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엄마와 함께 공연을 본 것도, 한국 뮤지컬을 본 것도 처음인데 신나고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했다.

일본 도쿄돔 공연을 성료한 2PM의 인기를 증명하듯 준케이의 팬들이 많았다. 리사와 그녀의 어머니인 40대의 가와모토 미와 역시 둘 다 준케이의 팬이다. 지난해 '잭더리퍼'도 관람한 미와는 "준케이의 뮤지컬 실력이 뛰어나다"며 흡족해했다. 리사에게 키스하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는 미유미(35)와 미노미(38) 역시 준케이 때문에 한국 뮤지컬을 처음 봤다.

준케이 때문에 '삼총사'를 봤으나 공연 자체의 유쾌함을 즐기고, 다른 배우들의 실력에 감탄하는 이 역시 적지 않았다. 신성우는 카리스마, 민영기는 가창력, 김법래는 묵직한 저음으로 준케이 못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딸(30)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다노모기 도모코(48)는 "아토스의 목소리가 좋았다"면서 "준케이가 나오지 않더라도 한국의 다른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바랐다.

엠뮤지컬아트의 이현일 회장은 "지난해 '잭더리퍼' 일본 공연에서 김법래의 연기를 본 뒤 현지 팬들이 그에게 선물 공세를 해 수트케이스 2개를 샀는데도 한국에 다 가져가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현지 팬들이 아이돌뿐 아니라 점점 한국 뮤지컬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한국 공연 구성과 감수성이 그대로 일본 시장에 통한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했다. 무대 등 한국 환경을 재현한 만큼 완성도 역시 일관됐다. 커튼콜이 끝난 뒤에도 상당 수 팬들은 10여분 넘게 객석에 남아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잭더리퍼'와 '삼총사' 둘 다 연출한 왕용범씨는 "지난해 일본 공연계 전체에서 '잭더리퍼'가 7위를 차지했는데 이번 '삼총사'는 5위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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