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길상사 떠나던 날, 누가 시켰겠는가…

토요경제 / 기사승인 : 2010-03-12 14: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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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법정스님의 법구행렬이 가례 후 순천 송광사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되고 있다.다비식은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서 봉행될 예정이다.
11일 78세를 일기로 입적한 법정 스님이 길상사를 떠나던 12일 오전 11시30분, 난데없는 돌풍이 불었다. 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하늘도 스님이 가시는 걸 아나 보다”고 수군거렸다.

법구를 든 스님들이 행지실에서 나오자 길상사를 채운 수천명은 너나 할 것 없이 “나무아비타불”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법구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흐느낌은 점차 높아져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법명이 ‘수선행’인 길상사 신도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슬프고 서럽다”며 “공양간에서 식사를 한 뒤에는 봉사하는 보살들에게 늘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경내에 핀 야생화 등을 좋아한 소박한 분”이라고 추억했다.

봉은사에서 왔다는 불자는 “이런 분이 오래 살아서 더 많은 중생을 구해야 하는데,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며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왔는데 생전에 못 뵌 것이 한이 된다”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안용모씨는 “우리나라에서 참 보기 드문 분이었다”며 “저 세상에 가도 항상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법구는 극락전 마당에서 부처에게 인사를 한 후 영구차로 옮겨졌다. 시민들은 눈물로 이를 따르며 법정 을 보내는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묘장 스님은 “삶 그 자체가 무소유였던, 불자의 모범인 분”이라며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장례절차를 잘 해드주고 싶지만 본인의 유지에 따라 간소하게 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길상사 인근의 천주교 성북동 성당에서 왔다는 외국인 수사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우리 프란체스코와 흡사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줬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축복 속에 떠난다”며 “인간으로서 모범이 된 분”이라고 애도했다.

법정의 법구는 낮 12시 길상사를 떠나 전남 순천 조계총림 송광사로 향했다. 스님은 떠났지만 추모객들은 길상사에 남아 고승의 흔적을 좇으며 슬픔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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