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세상읽기] 위기의 정당,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정해용 / 기사승인 : 2011-10-28 13: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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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6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자치단체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에 단 2석만을 내주고 전국 대다수 자치단체를 석권했다. 11곳 가운데 8곳. 숫자로 보면 응당 승전가를 울려도 좋을 ‘압승’이지만 당 분위기는 흡사 상갓집 같다. 소속 정당도 조직도 없이 시민대표를 자처하고 나온 개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정치라는 영역에서 보면 단 한 번 지역 의회 경험도 없는 아마추어다. 여기에 맞섰던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누군가. 정치 이력으로야 국회의원 두 차례에 아직 정치입문 10년도 안 찬 소장파지만 당내에서는 중진급 이력을 자랑하는 프로 정치인이다. 2002년 이회창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이래 당 운영위원, 선거 대변인, 당 대변인, 원내 부대표를 거쳐 2010 최고위원에까지 올랐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시절부터 대변인 자격으로 TV 화면에 자주 등장하였기 때문에 더욱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간판 정치인으로 일반에게 각인되어 있다. 이런 대표 주자를 내세우고도 한 개인에게 참패한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어떨지는 불문가지다.


전투가 끝나면 그 결과에 대한 분석이 있게 마련이다. 승자든 패자든, 이것을 영원한 승리나 패배로 인식하지 않는 한, 자가채점과 반성을 통해서 스스로 보완할 점과 더욱 확장할 점을 알아낸 뒤 다음 전투를 위한 대비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난 다음날 한나라당 윤리위원회가 경찰청장에게 소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에 대해 조사할 필요를 제기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작가에 의해 인화학교 성추행 사건이 실제보다 과장되게 전달되어 국민여론이 과열된 책임이 있다’는 취지라나. 인터넷은 들끓었다. ‘소설과 보도,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구분도 못하느냐’는 원론적 비판부터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한 작가에게 못난 보복을 하느냐’는 비아냥도 가해졌다. 인터넷으로 전해진 뉴스에 달린 댓글 가운데 압권은 ‘한나라당은 여전히 자신들의 패인을 모른다’는 지적이다. 인화학교 사건이 소설과 영화를 통해 일반의 관심을 끌면서 국회는 장애인 성추행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안(일명 ‘도가니법’)을 논의 중이다. 이런 와중에 작품을 통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낸 작가를 조사하라는 주장은 민심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비판이다.


한나라당이 패배원인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은 선거 캠페인 당시 나경원 후보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신지호 의원이 네티즌을 고소한 사건과 나경원 후보 측이 인터넷 진보매체의 토크 프로그램인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쏟아졌다. 신지호 의원은 상대 후보 측과 함께 TV토론에 나올 때 음주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에 자신을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지자 그 중 12명을 경찰에 고소해둔 상태다. 나경원 캠프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나꼼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인터넷 시사프로다. 선거기간 중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직접 출연하여 인터넷의 젊은이들과 소통이 가능한 정당과 정치인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나경원 후보의 ‘억대 피부관리실 출입’ 사실을 처음 공개하여 파장이 일었다. 이것이 ‘친서민 후보 나경원’의 이미지를 헤쳐 선거에 악재가 되었다고 보는 나 후보측이 이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단정짓고 경찰에 고소했던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한나라당은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활발히 유통되는 새로운 정보나 여론의 흐름에 대해 거의 문외할 뿐 아니라, 그것의 중요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선거 당일에도 휴대폰 트위터에서 유명한 연예인, 작가, 교수, 전문인들이 투표 인증샷을 올려가며 트위터리안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데 비해 한나라당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뜬금없이 나온 ‘소설 도가니 작가 조사 요구’가 어쩌면 트위터리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고작한 반응인지도 모른다. 작가 공지영도 선거 당일 트위터를 통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올렸기 때문이다.


과연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주요 변수의 하나는 세대간 지지율 차이였다. 20대에서 40대까지가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고, 50 이상의 세대에서 나경원 후보를 찍은 사람이 많았다. 40대 이하는 인터넷과 SNS 이용률이 높은 세대고 50대 이상은 그렇지 않은 세대다.


한나라당 뿐 아니라,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패한 민주당 역시 인터넷과 SNS 세대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미안하지만 그들(기존 정당들)은 인터넷을 잘 모른다. 그것을 단지 ‘기계’로 이해하고 다스릴 수 있다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인터넷이나 SNS는 단지 첨단 기기이기 때문에 무서운 게 아니다. 그것은 시민 개개인의 마음을 순식간에 소통시켜 무형의 연대감을 형성하는 도구라는 데 위력이 있다. 아무리 인터넷 대응팀을 꾸려 대응한다 해도 이러한 도구들을 통해 운반되는 인심을 읽어낼 독해력(Open mind)이 없이는 결코 자발적인 네티즌 시민세력의 소원을 잘 들을 수도 해결해줄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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