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 이래 국가가 운영해온 철도의 일부인 KTX 운영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정부의 발표로 정국이 시끄럽다. 어쩌다 한 부분에 대한 얘기라면 이렇게 시끄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인천공항 민영화, 상수도사업 민영화, 산업은행 민영화 등 주요 국가재산에 대한 민영화 의지를 보여 왔고, 또 실제로 일부 시설에 대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해오고 있다. 민영화를 추진하는 사유가 대개 타당하다면 일부의 반대여론은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고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큰 소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정치권이 시끄럽고 사회가 시끄럽게 반응하는 것은 그 명분이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천공항 민영화를 살펴보면, 정부는 초기에 공항운영의 선진화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라고 했는데, 인천공항은 국제 공항관련 기구들의 정기 서비스평가에서 수년째 베스트 탑을 차지하여 오히려 제삼국의 공무원이나 공항관계자들이 공항 서비스의 기법을 배우러 찾아오고 있다. 그래서 수익성이 없느냐 하면 해마다 수천억 원씩 꼬박꼬박 알토란같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공항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국제적으로 판매하거나 외국 공항에 투자를 하고 나서도 좋을 우량기관이다. 대체 이런 알짜배기 국민 재산을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회사나 민간자본에게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국가 기간시설을 외국자본에게까지 넘길 수 있다고 하니 진지한 고민을 하긴 했는지 모르겠다. 이러면 사람들은 대체 누구에게 이익을 주려고 이렇게 밀어붙이는지 궁금증을 갖는 게 당연하다.
최근 강남 수서에서 시작되는 전국망 KTX를 정부가 건설하면서 굳이 그 운영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맡기겠다는 계획도 그렇다. 국토해양부의 말대로 절대 수익이 날 것이 분명하다면 그 이익이 국부로 돌아가는 사업을 굳이 개인에게 넘길 필요가 없다. 국가 재정이 한 푼도 아쉬운 때 아닌가. 더구나 여야 할 것 없이 이 계획에 반대하거나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의도가 어떻든 민심을 소동시키면서까지 이를 강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정 민간자본의 이름까지 세상이 거론하는 마당에 오해를 불사하면서까지 이렇게 밀어붙여야 할까.
근래 청년층은 전에 없던 취업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돈을 많이 준다는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이 아니라 공무원이나 학교 교사, 공기업과 같은 곳이다. 우수한 영재들은 자신들의 전공과 관계없이 행정 사법 외무 등 고시 3과에 매달리고, 일반 공무원과 공사 취업을 노리는 사람들도 대학 졸업 후 피 말리는 경쟁을 한다. 중고등학교 교사되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지망생들은 몇 년씩 재수까지 하면서 또 한 번의 입시를 치르고 있다. 그러면 정부는 왜 이렇게 공무원 공기업이 인기직장(?)이 되었는가를 분석해보는 게 맞다. 바로 안정성 때문이다. 민간 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지금 한국 사회의 한 가지 추세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공기업을 하나라도 더 민간의 손에 넘기려고 애쓰는 건, 수만 종사자들을 위해서도 도리가 아니다.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더 나아질 리도 없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모든 것을 팔아치울 기세다. 천만 농업인과 그 방계 가족들의 협동체인 농업협동조합이 근래 민간기업의 틀로 구조를 바꾸고 더구나 많은 분야를 떼어 몇 개의 자회사 형태로 분사시킨 일만 해도 그렇다. 공공성보다는 사업성, 협동체제보다는 경쟁체제를 강조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가 오로지 이익추구에 목표를 건다면, 그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철도 같은 사업은 KTX와 같이 잘되는 부문에서 내는 이익으로 시골 역을 운행하는 적자투성이 보통열차 운영도 뒷받침해줘야 하므로, 잘되는 부문과 잘 안 되는 부문을 정부가 함께 끌어안고 가야 한다. 이게 바로 공공성이다. 민간 위탁운영을 굳이 반대하는 데는 민간 사업자에게 공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곤란한 것은, 이렇게 정력적으로 독주하는 정부를 견제할 제도적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여대야소로 새 출발하는 마당에 과연 적절하게 그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그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총선의 고비를 넘겼다. 이제 반신반의하는 국민에게 행동으로 그 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철도나 공항 같은 주요 국가재산을 민간에 팔아넘기는 것이 과연 적절하며 타당한가, 그 추진 과정에 혹여라도 의혹을 둘만한 뒷거래는 없는가. 새누리당이 한 사람의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는 무기력한 추종세력이 아니라 나라 살림을 챙기고 따질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정당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1년 뒤 새누리당의 운명이 여기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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