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세상읽기] 판교테크노밸리, 대한민국 미래의 인큐베이터

정해용 / 기사승인 : 2012-03-26 12: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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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정류장은 NHN, 네오위즈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엔씨소프트, JC엔터테인먼트 앞입니다.” “내리실 정류장은 안철수연구소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코리아 벤쳐타운입니다.” “내리실 정류장은 LIG넥스원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삼성테크원입니다. SK케미컬, 미래에셋벤처타워 가실 분은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1분만 걸어가시면 됩니다. 이 버스는 코리아 바이오파크를 거쳐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정차합니다.”


상상소설에 등장하는 시내버스의 안내방송일까. 아니다. IT(인터넷기술) BT(바이오기술) 방면으로 국내 정상급 첨단기업들을 잇달아 순회하는 이 버스는 이미 실재하는 도시를 운행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판교신도시. 좀 더 정확하게 ‘판교테크노밸리’라 불리는 동판교 북편 첨단산업 단지에는 국제적으로도 명성 높은 IT/BT 관련 기업들이 즐비하다. 대형 사옥을 단독으로 보유하는 대기업들 외에도 판교벤처밸리, 코리아벤처타운, 판교디지털콘텐츠파크, 코리아바이오파크, 판교실리콘파크, 판교에듀파크, H스퀘어 등 초대형 집단입주시설에는 크고 작은 동종의 회사들이 수십에서 수백 개씩 입주한다. 작년에 이어 올 초 두어달 사이에만도 벌써 60여 기업이 신축사옥에 입주하여 이미 120개 이상의 회사들이 초기 개척자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테크윈ㆍSK케미칼ㆍ미래에셋ㆍ안철수연구소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입주한 뒤 판교테크노밸리는 맥박이 눈에 보이듯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전체 공정률이 아직 40%대를 넘어서고 있지만, 판교테크노밸리의 야경은 이미 환상적 조명으로 빛난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판교JC를 지나면서 볼 수 있는, LED와 다이오드 조명 속의 도시가 바로 미래를 향해 빛나는 판교테크노밸리다. 아직 공사가 한창인 NHN, JC엔터테인먼트(넥슨), SK텔레시스,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SKC&C, 삼양사, 한화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올해와 내년 안에 입주하고 나면 판교테크노밸리의 위상은 제대로 드러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N)의 국내 사업파트너인 중앙일보미디어그룹(JMnet의 J-큐브)와 미국 GE(제네럴 일렉트릭)과 제휴한 글로벌 R&D센터가 포함된 것을 보면 단순히 국내기업만의 폐쇄적 둥지도 아니다. 한때 강남구 역삼동에서 삼성동까지 테헤란로 일대에 포진했던 IT기업 중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회사의 대다수가 판교로 옮겨오는 셈이다.


줄기세포 연구에서 선구적인 차병원연구소 중심의 차그룹 컨소시엄과 파스퇴르연구소, 코리아바이오파크 등이 어우러져 명실 공히 대한민국 첨단 산업의 베이스캠프로 손색이 없다.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진 우리나라 대표적 IT/BT 기업들의 이름이 빼곡한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보고 있노라면, 미국이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의 할리우드나 실리콘밸리의 일부를 보는 것만 같다. 카메라를 들고 개성 있게 디자인된 IT기업 사옥이나 거리 조경모습을, 유명 기업들의 이름으로 가득찬 버스 정류장의 입간판을 촬영하기 위하여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곧 나타날 것 같기도 하다. 내후년까지 단지 전체의 조성이 끝나고 나면 적어도 이곳에서만 20만 이상 관련인구가 드나들 것이라고 한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불황과 불경기의 그늘에 치여 숨소리마저 죽인 듯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이곳에서 조용히 부활의 동력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신도시 개발 시작 후, 판교가 주로 주거지로 형성돼 발전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부동산 전문가들도 판단을 바꾸기 시작한 것 같다. 전철 신분당선 판교역을 중심으로 새로 들어선 복합 상가들은 평당 분양가가 7천만~8천만 원 정도였다. 공용면적 비율을 감안하면 실제 10평짜리 점포 하나가 10억~20억 원을 호가하는 셈. 버블세븐도 맥을 못 쓴다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이 지역 오피스텔 분양에는 투자희망자들이 줄을 섰다. 경쟁률이 어림잡아 20대1 이상이었다고 한다. 불철주야하는 IT산업의 특성상, 이곳 입주기업의 젊은 직원들은 회사 인근에 주거를 정하기 쉽다. 오피스텔로 모자라 인근 아파트단지까지 전세난이 번지고 있다.


식상한 정치를 바라보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안개 속 같기만 하다. 그러나 하나 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 테크노밸리의 낮과 밤을 지켜보노라면 우리 미래의 맥박은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떤 선진국은 이미 숙성되어 늙기 시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직도 활기찬 성장동력으로 또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젊은 나라라는 것.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정해용 상임 논설위원(eace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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