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어른이 되다 ‘부모로 산다는 것’

서승아 / 기사승인 : 2014-05-07 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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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제니퍼 시니어 지음/알에이치코리아 지음)

아이와 부모 사이,
현대 가족 관계에 대한 혁명적 탐구

육아와 행복에 대한 잘못된 신화의 진실을 밝히다!

[토요경제=서승아 기자] 아이를 갖는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기쁜 일이라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식이 있는 부모가 없는 부모보다 덜 행복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는 훨씬 높고 행복감은 훨씬 낮다.

직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이 가장 즐거운가’를 묻는 한 설문에서 육아는 19개 항목 중 16위를 차지했다. 음식준비보다 뒤였고 집안일보다 뒤였다.(13쪽)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가 나타나 혼자만의 시간을 깰까 두렵고, 좋은 부모가 되기보다는 죄책감만 커진다. 왜 그럴까? 이 책은 현대 가족의 역설에 대한 근원을 찾아 떠나는 도발적인 여행이다.

미국 사회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다
2010년 ‘뉴욕 매거진’의 커버스토리로 베테랑 기자인 제니퍼 시니어가 쓴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 All Joy and No Fun’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가 발표된다. ‘왜 부모는 육아를 싫어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는 150만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뉴욕 매거진’ 역사상 최고의 기록이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고 기쁜 일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데 왜 부모들은 불행한가? 이러한 현대 가족의 역설에 대한 도발적인 탐사에 미국의 교육계와 부모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수년간의 추가 조사와 연구 끝에 2014년 1월에 출간된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뉴욕타임스’의 커버스토리로 다루어지는 등 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예리한 통찰과 매혹적인 감성의 결합’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30돌을 맞은 2014 TED콘퍼런스의 마지막 날 무대에 오른 시니어는 열정적인 강연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녀는 이 책에서 역설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성인의 삶에서 맞이할 수 있는 가장 갑작스럽고 극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또한 “최근 수십 년 사이에 부모가 되는 경험은 그야말로 수백 가지 점에서 과거와 달라졌다”고.

하지만 수천 종의 육아서들이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루었지 어느 누구도 아이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을 묻진 않았다. 저자는 주장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자식이라는 존재가 부모를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킨다고.

따라서 패런팅의 초점은 ‘육아’와 ‘아이’가 아닌 ‘부모가 되어 가는 과정’에 춰져야 한다. 부모의 성향과 환경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양육의 패러다임을 다시 짤 수 있다. 아이들은 자기 엄마와 아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초석이다. 또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 부모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이자, 슬픔과 상실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랑의 의미에 대한 재조명이다.

‘이 책은 아이에 대한 책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책이다. 당신의 아이가 당신 부부의 결혼생활이 나아갈 방향, 당신의 직업, 당신의 친구, 당신의 야망, 당신의 내면의 자아를 자기 마음대로 비틀 때 당신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21~22쪽)

잃어버린 자율성

지난 반세기 동안 육아 경험이 과거보다 복잡해진 이유로 저자는 세 가지 변화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선택’이다. 관습이나 의무 때문에 아이를 가졌던 과거의 부모에 비해 요즘의 부모는 아이를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예전엔 의무였던 육아를 이젠 자신의 소중한 성취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원할 때 더 적게 아이를 낳고 그만큼 더 기대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일의 복잡성’이다. 기술발달로 인한 업무시간의 확대와 직장인 여성의 증가로 가정생활은 남녀 모두에게 보다 복잡해졌다.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번째 변화는 ‘어린이의 위상 변화’이다. 과거의 아이들은 경제적으로 유용했던 일꾼이기도 했다. 동생을 보살피거나 농장에서 일하거나 산업화 이후엔 공장과 길거리 좌판에서 일을 도왔다. 그런 어린이의 위상이 변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어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그리고 가족경제를 지탱하는 부담은 오로지 부모만 지게 되었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하고 먹였으며 아이는 이제 돈 먹는 하마가 되었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인간관계 균형이 무너졌다. 아이들은 이제 일을 하지 않았고 부모들은 두 배로 일했다. 아이들은 손아랫사람에서 손윗사람으로 바뀌었다.‘(19쪽)

아이들은 ‘유용한’ 존재에서 ‘보호받는’ 존재로 변했고,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지만 정서적으로는 무한한 가치를 가진 존재”인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이제 ‘고비용-고수익 활동’(좋은 감정들을 같이 준다는 의미에서 고수익)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어린이의 위상이 변하는 시기는 어른의 경우에는 자유가 가장 충만한 시기로의 진입과 교차한다. 산업화 시기 이후 사람들은 자기 운명에 대한 통제권을 더 많이 가지기 시작했고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고 직업과 배우자를 의지에 따라 선택하게 되었다.

1960년대 경구피임약의 보급 덕분에 여자들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원치 않는 임신과 결혼으로부터 벗어나 남편을 선택해서 가족을 계획하는 자유였다. 자기의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이런 자유는 육아와는 정반대되는 경험이다.

배우자와 직업은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지만 아이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은 우리 문화권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마지막 족쇄이자 의무여서 우리에게 영원히 헌신적인 의무를 요구한다.”(73~74쪽)

‘오늘날의 모든 육아 지침서들은 아이들을 미치게 만들지 않는 방법과 아이들로 인해서 미치지 않는 방법을 담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를 미치게 만드는 이유를 설명하는 생물학적인 근거도 소개한다. 전전두엽 피질은 주의력을 집중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능력을 제어하는데 어린 아이들은 전전두엽 피질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린 아이들은 온갖 사물에 관심을 가지는 멈출 줄 모르는 산만함을 가지고 있고, 미래를 생각할 수 없고 ‘지금 당장’이라는 시간 속에서만 살아간다.(44~47쪽)

결혼생활의 변화

이 책에는 정서적, 금전적으로 예전의 부모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자본을 아이에게 쏟아붓는 오늘날의 부모들이 왜 그렇게 힘든지를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소개된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는 평균적으로 3분에 한 번씩 어떤 명령을 내리거나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60%만 복종한다는 연구, 집에 있던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가 여전히 자식을 데리고 있는 부모에 비해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 짜증은 늘고 자제력은 낮아질 뿐 아니라 다른 유혹에 굴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저자는 부모가 수면 부족으로 인해 가장 쉽게 굴복하는 유혹이 연약한 자기 아이에게 고함을 지르고자 하는 충동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출생과 더불어 부부의 잠자리 횟수는 1/3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평균적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뚜렷하게 내리막으로 치닫는다는 여러 보고들(예: 100쌍의 부부 중 1/4은 아이가 태어나서 18개월쯤 될 때 상당한 위기를 맞는다), 돈·일·친척·친구·섹스 등 어떤 것보다 아이가 부부싸움의 주요인이라는 연구 등은 아이가 부모의 삶을 어떻게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 출산 이후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여러 연구에 의하면 가사 분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드러났다.(93~94쪽) 여섯 살 미만의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동일한 조건의 아빠들보다 주당 5시간 이상을 더 많이 일했고, 한 살 미만의 아이를 키울 때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고 대답하는 경향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3배나 높았다.

또 부부의 스트레스 수치의 변화를 조사한 한 실험에 의하면 남자는 여가활동을 할 때 스트레스 수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여성은 여가활동을 할 때 수치의 변화가 거의 없었고, 대신 남편이 집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것을 볼 때 스트레스 수치가 두드러지게 떨어졌다.

남녀의 차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보다 집에서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 아이 돌보면서 아빠의 42%가 다중작업을 하는 반면에 엄마는 67%가 다중작업을 한다는 조사도 있고, 엄마들이 아빠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한 주에 10시간이나 더 다중 작업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99쪽)

더 많은 시간을 쪼개서 쓰기 때문에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늘 더 조급한 경향을 보인다. 또한 대부분 가정에서 아이에게 명령을 내리는 쪽은 엄마라 그만큼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밖에 없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죄의식을 더 많이 받는 쪽도 엄마이다.

아이가 주는 소박한 선물

아이가 태어난 뒤 일어나는 가정 본질적인 2가지 변화 중, 1장에서는 완전히 뒤집혀 버리는 자율성을, 2장에서는 모든 규칙과 형식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 결혼생활을 다뤘다. 3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소박한 선물을 다룬다. 저자는 아이들이 부모를 판에 박힌 일상에서 해방시킨다고 주장한다.

‘어린아이는 내부에 역설을 장착한 특이한 존재다. 아이들은 지금 현재 이곳에서만 살기를 주장하는 미성숙 상태의 전전두엽 피질 때문에 부모에게 숱한 좌절감을 안겨 주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을 일상의 구속에서 해방시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167쪽)

부모는 아이를 볼보거나 놀면서 자신이 쌓은 견고한 선입견, 규칙, 의무 등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어릴 때 가졌던 ‘격동과 격렬함’ ‘정서적 차원의 생명줄’ ‘최초의 광기’를 경험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머리로만 세상을 받아들이는 경향에서 벗어나 직접 몸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되돌아갈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어린이처럼 삶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온갖 낯선 것들과 경이로운 것들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궁극적인 마지막 선물은 ‘선물의 사랑(gift-love)’이다.

‘필요의 사랑(need-love)’이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라면 ‘선물의 사랑’은 부모가 베푸는 것이다. 하지만 선물의 사랑은 우리의 통념과 달리 부모라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 사랑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꽃을 피운다. “우리는 우리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돌봄으로 해서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집중 양육

4장은 육아 시기의 중반쯤 되는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으로, 이 시기에는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는 사회에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는 부모의 압박감이 점점 커지면서 부모는 방과 후나 주말에 아이들에게 길고 긴 일련의 과외 활동을 순례시킨다.

또한 생활비 증가의 압박, 직장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이중적인 고통,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아이의 안전과 관련해서 점점 늘어나는 공포 등도 부모 노릇 하기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들이다.

‘집중 양육concerted cultivation’은 2002년 사회학자인 아네트 라루가 중산층의 독특한 교육 방식에 붙인 이름이다. “집중 양육은 바쁜 부모에게 극심한 노동을 요구하고, 아이들을 지치게 만들며, 가족 집단이라는 발상이 성장할 기회마저 희생시키면서 개인주의가 자라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강조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08년의 엄마들은 1965년의 엄마들에 비해서 3배나 많은 유급 노동을 하면서도 아이를 돌보는 시간에 3.7시간을 더 들였다. 한편 2008년의 아빠들이 아이에게 들이는 시간은 1965년의 아빠에 비해 3배나 늘었다.(p.203) 또한 아빠는 아이가 없는 남자가 주당 44시간 일하는 데 비해서 세 시간 많은 47시간을 일한다는 보고도 있다.(261쪽)

저자는 양육의 방식이 부모를 점점 힘들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세가 ‘미래에 대한 혼란과 불안’이라는 새로운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고 말한다. 아이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시기인 이때 다가올 미래를 제대로 준비시키기 위해 더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불확실성이 부모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타이거 맘, 스카우트 맘, 헬리콥터 부모, 트로피 아이, 스즈키 교육법, 프랑스 육아법 등 다양한 교육 풍조의 유행도 결국 불확실성이 가져온 온갖 경쟁력에 대한 준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집중 양육은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의 모습도 변화시켰다. 이제 저녁 식사는 아이의 학교 숙제를 부모가 함께 해주는 시간으로 변했고, 부부가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은 1975년엔 한 주에 평균 12.4시간에서 2000년엔 9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서 부부 사이에서 기대하는 것 역시 줄어들었다.

사춘기 아이들

5장에서는 사춘기를 다루는데, 이 시기가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부모가 오랜 세월 보호하고 돌보았던 아이들은 이제 자기들만의 독특한 생물학적 변태 과정을 통해 성인으로 변모하면서 부모와 함께 생활한다. 그러나 이 어색한 조정 상황을 다룬 글은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춘기를 통과하는 바로 이 시기에 부모는 폐경이나 퇴직과 같은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이런 공백은 특히나 더 놀랍다.’(23쪽)

사춘기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부모와 충돌도 많고 이로 인한 부부의 고민과 갈등은 더욱 커진다. 10대 아이들은 배은망덕은 물론이고 ‘거부’와 ‘경멸’이라는 양념도 함께 부모에게 선사한다. 왜 그럴까? 아이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감정 독립을 원하고 자기만의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의 아이는 과거보다 더 오랜 기간의 보호와 교육을 받아야 하는 ‘나이 많은 아이’일 뿐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는 보호자가 아니라 ‘탈옥을 감시하는 교도관’ 신세가 되고 만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사춘기 아이들은 추론 능력이 발달해서 부모의 논리를 교묘하게 반박해서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유도하며, 부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행동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취향과 관련된 문제는 이제 도덕성과 안전과 관련된 문제로 곧잘 확대되기에 사소한 언쟁조차도 엄청난 전쟁으로 비화된다.

사춘기 아이들이 저지르는 과잉 행동들이 부모에게 끔찍할 정도로 무서운 이유는 낯설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억제해야 하지만 여전히 자기 안에 숨어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여러 욕구와 충동과 금지들을 자신의 아이가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에게 가장 절실히 스스로를 비판하는 마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사춘기 아이들이다.

‘아이가 우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우리가 과연 어떤 사람으로 남을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도 사춘기 아이들이다. 우리로 하여금 부모로서 내렸던 여러 결정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과연 우리가 부모 역할을 잘했는지 성찰하게 만드는 것도 바로 사춘기 아이들이다.’(368쪽)

행복이란 무엇인가?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변곡점들과 긴장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원천들을 하나하나 해부해나간 저자가 마지막으로 6장에서 묻는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기쁨이란 것이 무엇인지, 결국 행복이란 무엇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하지만 이 기쁨을 온전하게 경험하려면 상실의 가능성에 자신을 내맡겨야 한다. 기쁨은 슬픔보다 사람을 더 쉽게 상처받게 만들 수 있다. 슬픔을 예감하지 않고서는 기쁨을 누릴 수 없는 것처럼, 부모에게는 상실을 예감하고 준비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주어진다.

상처받기 쉬운 부모의 마음은 고뇌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부모가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고서 어떻게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겠는가? 이런 감정들은 엄마와 아빠가 그 끝없는 기쁨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값이다.

저자는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p.413) 행복은 우리가 가진 힘과 잠재력을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행복하려면 단지 느끼기만 할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온갖 잡다한 일을 해치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자살률이 훨씬 낮다는 관찰 결과는 아이는 부모에게 ‘아침에 일어나야 할 이유’가 된다는 것을 웅변한다. 부모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 세상을 버릴 수 없는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사는 세상

이 책에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기대와 후회가 반복되고, 상실과 사랑이 교차하는 가슴 뭉클한 사연들이 등장한다. 지금 지구의 모든 가정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불안, 갈등, 집착, 상실, 슬픔 등 모든 어려움의 감내와 연결된다.

우리가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우리를 아침에 일어나게 하고 부모로서 하루하루 살아가게 하는가?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인가? 곧 부모가 될 이들, 육아에 지친 엄마와 아빠,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는 부모, 서로에 대한 사랑이 어느덧 희미해져버린 부부에게 이 책은 가족과 사랑의 의미가 무엇이고 결국 무엇이 행복이냐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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